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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잡문인 Dec 14. 2019

말차 라테 이거, 맛있어요?

  맛있다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만들어진다. 음식을 먹으면서 난 이게 좋아, 난 이건 싫어. 같은 경험들이 어려서부터 차곡히 쌓여서, 하나의 취향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니까 맛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각자의 기준이 있는 법이다.


  “이거 맛있어요?”

  가끔 주문을 하는 손님이 이렇게 묻는다. 이럴 때면 정말, 말솜씨가 부족한 나로서는 말문이 턱 하고 막힌다. 으음, 맛있어서 메뉴로 만들어 넣었는데, 맛있냐고 물어보니... 손님이 “정말이에요? 정말 맛있어서 메뉴로 낸 거예요? 진짜?”라고 물어보는 것 같다.

  한 번은 손님이 “말차 라테 이거, 맛있어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나는 말 문이 턱 하니 막혀서 대답을 못했다. 그랬더니 “물어보는데, 대답을 안 하시네…”라고 손님이 중얼거렸다. 흐음.

  이거 참, 어디까지나 서비스 경험, 센스 부족이다. 말솜씨가 없는 나로서는 답답한 상황이다. 마음 같아서는 “뭐가 맛있는 건지요?”라고 되묻고 싶지만 꾹 참는다.

  ‘맛있어요?’라는 질문 속에 숨겨진 의도를 찾아내야 하는데, 재치 부족이다. 아마도 어떤 맛인지 물어보는 것 같은데 말이지... 에헴.


  그러고 얼마 뒤에 또 한 번, 어떤 손님이 메뉴를 가리키며 나에게 물었다. “이거 맛있어요?”

  그때 나는 이전의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다짐으로, 단호하게 대답했다. “조금 새콤한 음료인데요. 새콤한 맛 때문에 호불호가 조금 있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분은 엄청 좋아해 주시는데, 싫어하시는 분도 가끔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손님이 “솔직하시네...”라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른 음료를 주문했다.

  하, 너무 솔직했던 걸까요. 무조건 맛있다고 했어야 했던 걸까요. 조금 노련한 사람이라면 이래서 저래서 맛있다고 잘 이야기했을 텐데 말이죠. 서비스는 정말 어렵습니다.


  예전에 마케팅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강의 중에 마케팅이 거짓말인가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강사의 의견으로, 마케팅은 거짓말이 아니고 누군가를 속이는 것도 아니다. 단지 상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음료의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이 있다면, 모든 것은 사실대로 말하되 좋은 점만 이야기한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이 음료는 새콤하게 마실 수 있는데, 청량하고 시원한 기분으로 마실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음, 거기에 조금 더 부풀려 보자면, “이 음료는 생과일을 손질해서 넣고, 직접 담근 청을 베이스로 한 에이드인데요. 아래쪽에 청이 있고, 탄산수가 들어가고, 위쪽에 자몽과 라임 슬라이스를 올려드려요. 허브도 함께 들어가서 향긋한 느낌도 나고, 새콤달콤하고, 청량한 느낌으로 시원하게 드실 수 있는 메뉴입니다.”라고 할 수 있을까.

  흐음. 그런데 말이지. 이게 맛있냐고 묻는 손님의 질문에 성실한 대답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건 어디까지나 음료를 만든 사람의 입장에서 어떤 음료인지 설명하는 것이 아닌가. 손님의 입장에서는 그래서 맛있어요?라고 다시 되물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런 부분은 표현하고, 이런 부분은 말하지 마, 그리고 여기까지는 부풀려, 하는 방식은 아무래도 나는 조금…

  나는 장사를 잘 해낼 수 있는 타입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런 식의 융통성 있는 두뇌 회전은 불가능하다. 어디까지나 곧이곧대로 말해야 하는 편인지라, 또다시 어떤 손님이 이거 맛있어요?라고 물어보면, 네네, 그건 이러이러한데, 이건 별로예요. 하고 대답할 것 같다.


  아무튼, “뭐가 맛있어요?”라고 물어보면 저는 지금도 당황하고, 말문이 막히고, 식은땀이 흐르려고 합니다만. 서비스는 정말, 너무 어렵습니다. “이거 맛있어요?”라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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