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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잡문인 Nov 12. 2019

카페와 머피의 법칙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 머피의 법칙 같이 신기할 정도로 안 좋은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는 경우. 사소한 일이지만, 설마, 에이, 괜찮겠지. 하는 방향으로 일이 꼭 흘러간다.


  얼마 전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낙엽도 떨어지고, 난방도 틀고 있는 계절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추워하고, 차가운 커피보다는 따뜻한 커피를 주문하는 횟수가 훨씬 늘어났다. 직원들은 “으흠, 날씨가 추워졌으니 에이드는 별로 안 나가겠죠. 과일은 적게 손질해야겠어요.”라고 말하며, 평소보다 절반 정도 적게 손질했다.

  그런데 웬걸, 그날따라 손님들이 에이드를 많이 주문하는 게 아닌가. 최근 들어서는 몇 잔 나가지도 않았는데, 왜 갑자기 다들 에이드를 그렇게나 시키는 건지. 하여튼, 손님들은 꼭 없는 메뉴를 찾는다. 어떻게 알고. 신기하다 신기해라고 말하면서 일을 했다. 마치 누군가가 길거리를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는 게 아닌지.

  “저기 저쪽에 있는 카페에 가면 꼭 에이드를 드세요. 오늘은 과일 손질을 적게 했다고 합니다. 에이드를 드셔서, 일 안 하고 놀고 있는 괘씸한 직원들 좀 혼내주세요.”

  으흠. 사장님인가…


  또 하나.

  카페에서 일할 때, 바리스타 금기어가 있다. “아, 오늘 조용하네. 한가하네요.” 라던가, “아휴, 너무 바빴다. 이제 더는 손님이 안 오겠죠?” 같은 말들이다. 이런 말을 누군가가 뱉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손님들이 들어온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아, 네. 안녕하세요. 커피 마시러 왔습니다. 한가하셨죠?”하면서 반갑게 줄줄이 들어온다. 에헴. 정말이지 누군가가 길거리를 다니면서 “저기요, 저기 저쪽에 카페에 꼭 가주세요. 한가하게 놀고 있는 괘씸한 직원들 좀 혼내주세요.”라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는 게 아닌지. 으흠…


  또 하나.

  함께 일 하는 직원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식사를 할 때. 언제 손님이 몰려올지 모르기 때문에 분위기를 살피고, 적당한 시간에 한 명씩 식사하러 나간다. “흠, 아무래도 오늘은 한가한 편이니까. 지금 식사하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다녀오세요.”라며, 직원 한 명을 식사 보낸다.

  그러면 역시나. 맞다. 손님이 한 팀, 두 팀 들어온다. 으흠, 뭐 이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하지.라고 긍정적이게 생각하고, 흥얼거리며 일한다. 그런데 뒤 이어서 자꾸 한 팀, 한 팀, 한 팀, 한 팀… 으흠, 곤란하다. 식사 나간 직원에게 전화를 할까 말까, 핸드폰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저기요. 저기 저쪽 카페에 직원이 지금 한 명 밖에 없거든요. 지금 저기에 가시면 아주 좋습니다. 얼른 가셔서 괘씸한 직원 좀 괴롭혀주세요.”라고 누가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글을 적다 보니 아무래도 사장님인 것 같다. 범인 찾았다. 


  그나저나 카페에는 어째서 머피의 법칙 말고, 샐리의 법칙은 없을까요. 왜 항상 안 좋은 방향으로만 일이 흘러가게 되는 걸까요. 만약에 샐리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면, 사장님이 길거리를 다니면서 “저기요. 저기 손님. 죄송한데, 지금 카페에 가시는 길이라면, 다른 카페로 가실 수 있을까요? 지금 직원이 한가하고 조용해서, 휴식을 취하고 계시거든요. 그러니 다른 카페로 좀 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으흠… 아무래도 그럴 일은 없다. 샐리의 법칙은 있을 수 없는 겁니다.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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