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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꿈은해녀 Jan 27. 2023

무조건 내 거 먼저!

고객상담 사례+팁) 너 만큼 다른 사람들도 소중하단다.

고객을 만나는 직업은 어느 직업이나 고충이 있기 마련이다.

자영업자도 물론이지만, 직접적인 고객을 만나는 서비스 직을 하다 보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게 된다. 

대부분은 여러 문제해결이 필요한 고객들이지만 인간적으로 실망이 되는 고객들을 만나면 허탈함에 사람자체가 싫어지기도 한다. 




나는 청첩장회사에 다니고 있다.

명절 전은 청첩장 회사에서는 성수기 시즌이다. 명절 때 친척들께 청첩장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님의 성화에 급하게 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문량이 몰리기 때문에 생각보다 제작이 오래 걸릴 수 있고 택배 배송이 불가한 경우도 있어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 택배사에서는 명절 때 배송량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명절 며칠 전부터는 수거를 하지 않고 배송만 하는 명절 픽업마감일이 정해져 있다. 홈쇼핑 방송에 보면 '오늘까지 주문 시 명절 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청첩장은 성함(양가 부모님 성함), 약도, 교통편, 인사말 등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안을 보고  확인해 가며 진행된다. 쿠팡에서 세제 사는 것처럼 즉각 구매가능한 만들어진 상품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 보통  2~3일  길면 일주일 이상 제작되는 기간이 소요되는데,  급하신 고객들을 위해 1~2일 내 바로 출고해 드리는 서비스(유료)도 있다.

※ 가끔 왜 로켓배송을 안 해주냐며 화를 내시는데 로켓배송은 쿠팡물건을 자체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우리도  담날 새벽에 문 앞에 놓아드리고 싶지만 남의 회사라 이용할 수 없어요.




얼마 전 "명절 전 배송요청"으로 주문서 접수만 하고 결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의를 주신 고객님이 계셨다. 

명절 전 택배 마감일까지 기계를 돌릴 수 있는 양을 계산해서 삼주 전부터 주문마감일 공지를 하는데, 마감 이후 주문하신 고객님이셨다.

항의 내용은 무조건 명절 전 배송을 해내라인데 실제 결제를 하신 것도 아니고, 억지를 부리시는 고객님이셨다.


-실례지만, 명절 전 일정에 맞춰 서둘러주신 고객님들 상품을 빼내고 고객님 상품을 넣을 수는 없는 점 양해부탁드려요.  고객님 상품을 강제로 추가할 경우, 작업량이 밀려 먼저 주문하신 고객님들이 명절에 사용하실 수 없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도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른 고객들 얘기를 왜 나한테 해요! 당신네 회사가 망하든  딴사람들 결혼이 망하든, 그게 내 결혼식이랑 무슨 상관이라고, 그 딴 소리 하면서 돈 받아먹으려고 해? 일 정말 쉽게 하는구먼(결제 안 하셨어요...) 

내 소중한 결혼식 망칠 거냐고! 내, 내 소중한 결혼식을!!"


그러게요. 고객님 결혼식도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실 내 입장에서야 말로 고객님 결혼이 다른 고객님 결혼식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미 직원들과 여러 차례 통화 후 팀원들이 직업적, 인격적 모독을 당하며 손을 바들바들 떨며 전달한 건이기 때문에 그렇게는 말할 수 없었다.


원하는 대로 진행이 되지 않자 너무 화가 난다며  내 내(꼭 두 번씩 말씀하셨음) 결혼식을 망친 책임을 어떻게 질 거냐며 다른 고객들이고 나발이고 내 거 내 거 먼저 넣으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셨다.

 우리가 생산할 수 없는 기간에 주문하시면서 왜 안 해주냐고 하시니... 정당하게 주문하신 다른 고객들의 결혼은 무시하면서 그 고객님의 주문 건을 끼워 넣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아니 그렇게 소중한 결혼이면 더 빨리 주문을 하시거나, 다른 업체를 지금이라도 알아보셔야 하는 게 아닌지 속이 타들어 갔다.

그때는 전화량도 폭주하는 기간인데, 회사 업무에 지장을 주면서까지 그러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래저래 피해를 주며 내 소중한 결혼식이라니, 축복을 받아야 하는 결혼식인데 이렇게 하고 싶을 까 싶다.

청첩장은 여러 번 주문할 기회가 없는 특성상 소문이 중요한데, 이런 고객님일수록 인스타나 이런 곳에 어떻게 내가 소문낼지 기대하라는 분들이 많다. 

※ 동네 소문에 민감한 자영업자님들 파이팅입니다 :)



인스타에 다 올릴 거다 운운하실 때 같이 화를 내지 않으려 카네기 책에서 읽은 대목을 떠올렸다.

신랄한 비난의 편지를  읽은 후 카네기가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런 여자와 결혼하지 않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라고 했다는... 

참고로 아래는「인간관계론」중 내가 좋아하는 문구이다. 

그 가엾은 악마를 불쌍히 여기고, 그를 동정하고, 그 마음을 이해해야지...


인간관계론 - 데일 카네기


통화를 어렵게 끝내고 정리를 하던 중.

몇 년 전 씁쓸했던 기억이 났다.

뷔페에서 뛰어다니던 어린이와 쟁반더미를 나르던 직원이 부딪힐 뻔 한 상황이었는데 뛰지 말라고 직원이 말한  걸 가지고, 우리 애한테 왜 뭐라고 하냐고 했던 분이 있었다. 그 부모의 앙칼진 말투보다도 그 부모의 손을 잡고 직원을 당당히 쳐다보던 그 아이의 눈이 너무 안타까웠었다. 그 아이가 자라면... 다른 사람들의 원망을 듣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구나...

 

내 급한 청첩장이 위와 같은 고객들을 만나면 아무 죄도 없이 미뤄질 수 있는 것이다. 또는 아무런 제재 없이 식당 안을 뛰어다니던 아이와 부딪쳐 깨져 날린 접시 조각에 내 소중한 가족이 베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나와 연관된 것은 너나 할 것 없이 소중하다.  하지만 나도 상대방의 입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이치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다.  나부터도 혹시 나는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고객은 왕이며, 고객님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 마인드를 가지고..."의 내용을 기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성적 객관적으로 수긍되지 않는  일부 고객에 대한 토로의 장이자, 비슷한 경우를 만났을 때 어려움을 겪고 있을 동료들을 위한 내용이다. 




tip!  


위와 같은 고객은 설득이 안됩니다. 본인의 부당함과 억울함으로 100%로 확신으로 차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이해를 시키려 노력해도 안 되는 거지요. 

그렇다고 원하는 것을 해드릴 수는 없지요. 계속 동일한 말을 하게 되는 이런 경우는 시간만 소비됩니다.

cs부서가 있거나 콜 량으로 평가받는 회사에 다닌다면 2차 정도 안내 후 상사나 해당 전문 부서로 넘기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처리를 해야 할 경우라면


1. 우선 고객님의 요구사항을 정리해서 말씀드리고(나는 당신의 요구사항을 이해했다. 맞는가?)

2. 고객님의 원하시는 부분을 해드릴 수 없음을 강하게 말씀드리고, (현재로서 방법이 없다 또는 처리 가능한 정도까지 안내하며 입장 정리)

3. 하지만 고객님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연락드리겠다.(노력하는 행동을 보여주겠다)

4. 하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못 드릴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 달라고 안내드린 후 종료합니다.(하지만 규정상 처리 불가라 기대는 하지 않으시도록)

5. 그리고, 다시 연락드릴 때는 해드릴 수 있는 아주 작은 것이라도 뭔가를 해드리는 것이 좋습니다.(안되지만 이렇게까지 노력했다)


스크립트 >

- 고객님. 제가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고객님께서 000 하신 상황으로 000 하셨고 000하시기를 원하신다는 말씀으로 이해했습니다. 맞으신가요?  이 부분은.... 현재로서는 안내드린 사항처럼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습니다. 다만 고객님께서 하나하나 설명해 주신 부분은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이해되지 않더라도) 그래서 혹시 다른 방법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를 찾아보고 전화드리는 것은 어떠하실까요" 


도움드릴 수 없다는 안내 후 바로 '다만'이라고 말씀드려야 해요.  안 그러면 왜 안 되는 거냐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ㅠㅠ 마찬가지로  "도움드릴 수 없습니다만..."으로 하면 이전과 같은 변명이라고 생각하고 동일한 말만 계속 들어야 합니다. (지옥의 굴레) 

그래서  "~~ 없습니다"(결론전달) +"다만"(강조)이라고 흐름을 끊어서 안내를 드립니다.


이에 보통은 수긍합니다. 그러나 만약 왜 내가 기다려야 하냐 항의가 더 심해지면, 현재로서는 동일한 답변만 드려야 하니 끊지 말고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2~3분 정도 음소거 상태로 둡니다.


- 양해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다만, 말씀해 주신 부분은 규정 외 부분이라, 긍정적인 답변을 드리기는 어려울 거 같아...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으실 거 같아요...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여러 부서에 알아보고 오늘 중 (또는 오후시간 접수 시 내일까지)  꼭!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이후 반나절이상, 만약 4~5시 접수받으신 거면 다음날까지로 미뤄두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 답변을 드릴 때는 바로 고객님 안된대요. 가 아니라

답변드리기 전 고객님도 긍정적으로 수긍하실 수 있는 마음가짐이 되도록 "네" 대답이 나오도록 몇 가지 질문으로 준비시킵니다.


- 000 고객님 맞으시지요 "네"

- 0000한 건으로 문의하셨었지요 "네"


등등  네라는 답변이 두세 번 정도 나올 질문을 한 뒤


- 우리 고객님의 사정을 해당 부서마다 부탁을 해보았어요. 

음...... 000 부분은 000인 사항이라, 처리가 어렵다고 결론이 났습니다... 하지만, 우리 고객님의 사정을 그냥 넘기기에는 제가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작으나마 000으로 조금이나마 도움드리는 것을 어떠실까요.


라고  처리는 불가하다. 하지만, 나는 고객님을 이해하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도와드리고 싶다 로 안내드리는 겁니다.  사은품이나 쿠폰이나 적립금 등 처리 가능한 한도에서 발급해 드리고 만약 아무 처리도 안 되는 경우에는  '진심으로 도와드리고 싶어서 알아봤는데 도움드리지 못해 저도 많이 속상하네요'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해보았다는 내용을 안내드립니다.  



---



위의 청첩장 고객 같은 경우에는

명절 전 배송은 안 했습니다. 대신 명절 끝나자마자 먼저 처리해 드리는 빠른 제작 유료서비스를 적용해 드리기로 하고,  고객도 수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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