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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달님이 보고 계셔

by E글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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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살아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죽은 달을 바라보며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을 나누는 기준에 대해 생각해 본다.


똑같은 움직임이라도 어떤 것은 살아있다고 어떤 것은 죽었다고 저마다의 해석을 달리하는

이건 사물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어릴 때부터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보단 혼자 라디오를 들으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나에게 라디오와 그림은 여느 사람 못지않은 베스트 프렌드였고, 라디오는 사물이고 그림은 사물조차 아니지만 그 둘은 나에겐 엄연히 살아있는 것이었으며 이 사실은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TV에서 어떤 연예인이 열정적으로 춤을 춘 뒤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인터뷰를 하던 모습도 기억이 나고,

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억지로 회사를 다니던 시기 나는 그저 움직이는 고깃덩이처럼 느껴졌던 나날들도 기억이 난다.


움직인다고 다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움직이지 않는다고 다 죽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이 둘을 나누는 경계에서 나는 죽기보다 살기를 원하는구나 정도를 느낄 수 있고,

감정이나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외의 존재들에게 조차 직접 물어보고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이상 함부로 그들의 생과 사를 판가름하고 싶지 않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변화하는 움직임 또는 가능성을 가진 모든 것이 살아있는 것이기에.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기에.



김일성이 죽었을 때 학교에서는 아직 김일성이 죽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정말? 어디에?"라고 놀란 눈으로 묻는 친구가 있다면, "인민들의 가슴속에."라고 답을 해주면 되는 우스개 소리이긴 했지만

마찬가지로 내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계실 달님과 함께 나 역시 살아있으니 어쨌든 잘 살기를 해 본다.

모르는 건 모르는대로 아는 건 아는 것만큼 다 같이 잘 살아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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