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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걷기 좋은 날

by E글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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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다 좋지만 그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한 것은 걷는 것이었다.

걸을 때마다 달라지는 낯선 풍경들에 시선을 던져두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생각들에게 자유를 줄 수 있는 걷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시간과 경제적인 사정을 맞추다 보니 멀리 오래 떠나는 여행은 2,3년에 한 번 꼴로 다녀올 수 있었는데 이번 그 타이밍에 코로나가 터졌다. 그리고 그전부터 발바닥이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엔 엉덩이가 아팠고 앉기가 힘들어져 서서 일을 하다 아프기 시작한 발바닥이었는데, 틀어진 자세로 장시간 일을 해온 탓인지 온갖 병원을 다녀봐도 좀처럼 낫질 않았다.

1,20분 걷는 것이 힘들어지니 여행이 웬 말이냐 최소의 일상생활만 근근이 유지하며 매일같이 병원을 다니는 삶이 이어지고 그저 통증 없이 걷는 것이 최대의 소원이 되었다.


그렇게 전 세계가 코로나로 시름할 때 나는 내 몸의 질병들과 사투를 벌이느라 정신이 없었고 몸이 안 아팠어도 코로나 때문에 못 갔을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지만, 그래도 둘 중 하나라도 제발 좋아지길 바랐다. 마스크 없이 숨을 쉴 수 있거나 아프지 않고 걸을 수 있거나.

하지만 둘 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채로 시간이 흘렀다. 1년. 2년.


그 사이 이사를 하며 옮기게 된 병원에서 언제부터 이 증상이 시작되었고 너무 길어진다며 하소연을 하는 나에게 통증이 심하지 않다면 걷는 것을 조금씩 늘려보기를 권했다.

아. 그제서야 몸이 아파서 마음이 아프기 시작했는데 마음 때문에 몸도 안 낫고 있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든 마음이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이 상태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그 고리를 끊어야겠구나.


다시 걷기 시작했다. 15분씩, 20분씩, 조금씩 늘려가며.


그리고 1년이 흐른 지금 나는 다시 걷기 좋은 날을 맞았다.


더 이상 병원을 다니지 않고 만보는 어려워도 5천 보는 거뜬히, 7천 보도 곧잘 걸을 수 있는 발바닥을 회복했다. 마스크도 벗었다! 이런 해피엔딩이라니. 더 이상 비둘기를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니.


물론 그동안 병원도 열심히 다니고 일하는 시간을 줄인 탓에 지갑은 얇아져서 여행은 또 내년에나 기약해 볼 수 있게 되었지만 당장은 아니라도 이제 언제든 다시 내가 좋아하는 트래킹을 떠날 수 있는 몸 상태가 된 것이 기쁘다.


걷기 좋은 날들이다.

걷다 보니 오는 좋은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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