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위기의 순간에 지구를 구해내고 악의 무리들을 처단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많고 많은 히어로가 있지만 정작 시궁창에 빠져있는 내 마음을 구원해 줄 단 한 명의 영웅은 어디에도 없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한 사람은 오직 나일 것이므로.
도와주는 사람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런 사람이 없다고 해도 상담가나 의사나 선생님 등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전문가가 도처에 있다.
손을 내밀 수 있는 최소한의 용기만 있다면 어느 정도는 끌어올려줄 수 있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나를 24시간 관찰할 수 없고
내가 얼마나 자주 빠지는지 얼마나 깊이 들어가는지 또한 절대 알 수 없다.
그 보이지 않는 마음을 설명하고 싶어서 아무리 말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춤이라도 춰서 꺼내보여 준다 한들
그 낱낱의 속사정을 나조차도 다 알기 어려운데 남은 오죽할 것인가.
결국 내가 해야 하며 나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하고 중요하고 멋진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단 한 사람을 구해내는 단 한 명뿐인 히어로가 되는 일.
물론 굉장히 어렵다는 덤이 있다.
주인공이 각종 시련을 겪어내고 과업을 이뤘을 때 그 서사가 주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그걸 내가 해야 한다면 감동이고 나발이고 난 못하겠다가 목구멍까지 차고 올라와
포기하고 싶고 실제로도 포기하고. 그냥 시궁창이 내 집이라고 하지 뭐 난 이게 편해 하기도 여러 번이었지만.
그럼에도. 희망이가 포기하지 못했다.
내 안에는 여전히 굉장한 일을 해내고 싶은, 어릴 적 본 만화에 나오던 멋진 주인공처럼 악의 무리에 맞서고 지구를 구하기까지는 못하더라도 가장 소중한 단 한 사람 지키기는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있다.
하지만 그 희망이가 할 일을 무사히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근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했다.
그래서 요즘 희망이는 열심히 체력을 기르는 중이다.
절망에 빠진 것도 나고 구해내고 싶은 것도 나라면 이 분리할 수 없는 둘의 힘겨루기에서
어떻게든 희망이 이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절망이를 굶기고 희망이를 운동시킨다.
이 모두를 살리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