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에 이모티콘을 등록하신 만화가 할머니의 인터뷰를 봤다.
세상이 너무 많이 변한 게 야속하지 않냐는 리포터의 질문에 뭐가 야속하냐고 신기하지라고 대답하셨다.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신기한 일들은 점점 더 많아진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지는 것과 함께.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건지 알 수 없이, 갑자기, 스리슬쩍 또는 짠 하고 나타나는 것들에
내가 했던 일들조차 과정은 잊어버리고 결과만 남은 흔적들이 더하여 신기함은 늘어만 간다.
건강도 그중 대표적인 하나이다. 인체의 신비라고들 하지 않는가.
그렇게 아팠는데 어떻게 나았는지, 어찌어찌 나았는데 왜 다시 아픈 건지
아마도 죽는 날까지 이어질 이 신기체험을 여전히 매일 새롭게 반복하고 있다.
물론 전자는 신기한 것이 맞지만 후자는 신기하다고만 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원인을 찾으려 들고 후회하거나 원망하게 되는 것을 보면
과정을 모르는 결과 중에 좋은 것에만, 적어도 나쁘지 않은 것들에만 느낄 수 있는 신기함이기에
도처에 널려 있고 앞으로 점점 늘어갈 것이라 해도 귀하다.
이 귀한 것을 지속하고 싶다.
내일은 영원히 알 수 없고 기억나지 않는 어제들은 쌓여만 갈 텐데
적어도 오늘은 신기함으로 계속 이어가고 싶다.
물론 이왕이면 밤새 뒤척이다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를 불면증이 몇 년째 이어져도 잘 살고 있다는 신기체험보다는 그런 날도 있었는데 요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머리만 대면 잠이 든다는 신기체험을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신기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