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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글그림 Sep 24. 2023

256. 건강이 제일
























숨차게 달리는 메인 작업 말고도 숨 쉬듯 그리는 데일리 작업이 있다.

누군가는 매일 꾸준히 하게 되는 일에 밥 먹듯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나에게 밥 먹는 일이란 뭐랄까

귀찮거나 의무적일 때도 많고 장 트러블이 있는 날이라면 더 곤란해지는 마냥 좋지만은 않은 루틴이라면,

숨을 쉰다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며 의식하지 않은 중에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그야말로 살아있음의 가장 기본이 된다는 점에서 나의 그림 활동과 더 닮아 있어 애용하던 표현이었다.


하지만 몸이 아파 '정말 숨'을 쉬는 것이 힘들어지니 숨 쉬 '듯'한 것은 어쩔 수 없이 놓게 되는

비유는 어디까지나 비유일 뿐이라는 그 한계가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코로나 초반에 일반적인 감기 증상만 있었을 때는 막 시작하게 된 5일간의 격리 생활에 은근한 설렘이 있기도 했다. 내가 소싯적 그러니까 지금보다 젊고 큰 건강의 이슈가 없었을 때 5일 집 밖에 나가지 않는 것쯤이야 정말 밥 먹듯이 하던 타고난 집순이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부러라도 매일 걸으러 나가는 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다시 5일 동안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과연 갑갑함을 느낄지 아니면 편안함을 느낄지 그런 것도 궁금하고, 격리가 의무가 아니라 권고로 바뀐 시스템에 내가 선택해서 하게 된 이 5일간의 격리가 마치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헤쳐나가야 하는 일종의 미션처럼도 느껴졌다. 가장 최상은 감옥에서 만두만 먹고도 팔 굽혀 펴기를 열심히 해서 몸짱이 되어 나갔던 올드보이의 주인공처럼 나도 유산소는 어려워도 무산소 운동을 열심히 해서 코로나 전보다 더 건강해진 상태로 격리를 마치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얼마나 순진한 상상이었는지를 깨닫기까지는 2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나의 코로나 후반기 증상 중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기력 딸림과 두통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한 감각- 머리가 띵하고 멍한 느낌이 지속되는 정신의 혼미함이었는데 이런 증상들은 평소 내가 익숙하던 통증들과는 거리가 멀었고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대책이 안 섰다. 그저 침대에 누워있기밖에.


열도 없는데 정오를 넘겨서야 간신히 일어나 간신히 밥을 먹고 겨우 컴퓨터 앞에 앉아 마감에 쫓기는 작업을 할라치면 의자에 앉아 척추를 세우고 있는 것도 힘들었고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긋던 선을 바르게 긋기도 어려웠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이 정도면 거의 북한산을 등반하고 난 다음에 후들거리는 다리와 비슷한 증상이 아무것도 안 했는데 내 어깨와 팔에 일어나고 있었다.

 

음식을 먹을  쓴맛이 나는 것이야 원래 미각에서  즐거움을 느끼지는 않는 편이라 적당히 돌아올  되면 돌아오겠지 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하나를 제대로  긋고 부들거리는 근육을 보고 있자니 . 정말 이놈의 코로나 삐이- 삐이- 상스러운 탄식이 절로 나던.


들뜬 마음으로 시작했던 그 5일은 그냥 반 좀비인 상태로 해가 언제 뜨고 언제 지는지도 모른 채 휙 지나갔다. 격리기간이 끝났지만 헤롱댐은 여전했고 이제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중요한 일이 걱정되어 숨 쉬듯 하던 작업은 잠시 쉬어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정말 징글징글하게 덥던 여름, 그 여름의 끝에 만난 더 징글징글한 코로나.

여러모로 아주 진하게 기억남을 2023년의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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