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그대가 - 홍재목
매일 가는 카페에 쿠폰을 가득 채웠다.
이 쿠폰으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점보사이즈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오! 그러면 제일 큰 걸로 주세요."
카페인에 강하지 않은 내가 점보사이즈를 시키자마자 드는 불길함.
참고로 나는 카페파스XX 에 커피가 기본 2샷이라는 것을 모르고 마셨다가 길에서 잠깐 쓰러진 적이 있었다.
"점보사이즈면 몇샷이에요?"
당연히 3샷이라고 말하는 점원에게 양을 생각해서 샷하나는 빼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것도 나에 대한 과대평가였던거지.
아니나 다를까 손발이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계속 커피를 마셔왔으니까 강해졌겠지.
견딜 수 있겠지.
이제는 괜찮겠지 라는 마음으로 다시 도전했지만
쉬이 바뀌지는 않았다.
커피 2샷, 3샷. 오늘 심장의 두근거림과 함께 느꼈던 것은,
나아지지 않는 것도 있다.
만나면 끝없는 불만과 아쉬움을 토로하는 애들
들어주다 들어주다. 응원도 해보고, 공감도 해본다. 듣기만 해본적도 있다.
그렇지만 늘 그자리에서 똑같은 우울한 단어들만 나열해대고 있다.
그런 너의 이야기가 바로 커피와 같다고 생각되었다.
나아지지 않는구나.
너의 이야기로 나도 힘들어지고 우울해져버리게 되는데도.
어떤 녀석은 "맨날 이런 말만 하니까 지겹지? 힘들지?"라고 물어본다.
너는 정말 치밀한 녀석이구나.
샷 하나 추가된 커피의 농도도 못 버티는게 사람인데
내가 아닌 네가 계속 버틸 수 있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상대를 대하고 있는건 아닌지.
오늘 너의 부정적인 푸념들이
이따금이었는지
아니면 언제나였는지.
커피. 약해도 좋아하니까.
마셔야만 하니까.
너는 언제나 지나치지 않은
1샷의 아메리카노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머물렀다 생각했던 것들이 내 손을 떠나가고
지웠었다 버려뒀던 것들이 내 맘을 가득 채워
당신이 그대가, 당신이 그대가
나 어떡하죠, 그대가 보고 싶어요
방 안 가득 울려 퍼지는 눈물은 소리 없이 흘러도, 이제
나 어떡하죠,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이게 뭐하나 싶어, 이제
거리마다 함께했던 추억이 내 곁을 스쳐가고
지웠었다 버려뒀던 기억만 내 방을 가득 채워
당신이 그대가, 당신이 그대가
나 어떡하죠, 그대가 보고 싶어요
(발)걸음마다 함께 서 있는 우리를 다신 볼 수 없어도, 그대
나 어떡하죠, 한참을 멍하니 걷다가
이게 뭐하나 싶어, 그대
사라지고 있어, 흩어지고 있어
멀어지고 있어, 끊어지고 있어
사라지고 있어
나 어떡하죠, 그대가 보고 싶어요
방 안 가득 울려 퍼지는 눈물은 소리 없이 흘러도, 이제
나 어떡하죠,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이게 뭐하나 싶어,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