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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y May 09. 2023

일단은, 새드엔딩..




2023년 5월 4일,


축구일기가 멈춰진 지 한 달 만에 마주하게 된 소식,

'김상식 감독 자진 사'




2009년,

동국이형의 손을 잡고 전북으로 함께 왔을 때, 오늘의 결말을 예상한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환영받지 못했던 두 노장 선수는 우려와 달리 팀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만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선수로서 5년 동안 두 번의 리그 우승을 함께 했으며,

이후 2014년부터는 팀의 코치로서 오랜 기간 전북의 벤치를 지켜오기도 했다.

그리고 팀의 레전드로서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수순으로 감독의 리에 오르기까지..


 기사를 접하고는 종일 멍해졌다.

지금의 상황이 괴롭긴 했지만 끝났다는 개운함은 없었고, 마음은 더 복잡하게 뒤엉키기만 했다.

분명 지금보다 서로가 더 아름답게 이별할 기회가 있었을 텐데..

어디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게 15년에 가까운 동행까지 물거품이 되게 만들었을까..




지난 한 달은 '잔혹동화'가 분명했다.

숨 쉬는 일처럼 나는 계속 축구장에 가야 하는데, 축구장에 가면 매일 눈물부터 났다.

침묵하는 팬들, 그 버거움을 안고 뛰는 선수들, 그리고 소통하지 않는 구단..

마음이 아픈 건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저 계절처럼 우리에게도 따뜻한 봄이 오기만을 내내 바라며 견딜 뿐..


그리고 그 끝에 봄이 오긴 왔건만......




비가 세차게 쏟아지던 어린이날,

우린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눈에 고이던 것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90분이 지나고, 우린 더 큰 목소리를 선수들에게 보냈다.

그간 서로의 힘든 시간들을 각자의 자리에서 견뎌낸 게 서럽고 미안해서..

그리고 다시는 같은 시간들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면서...




마지막으로,

상식이형,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요..

살아가는 날들의 가장 차가운 겨울이미 다 지나갔길 바라며, 앞으로의 날들은 매일이 더 행복해지길..










<축구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다시 시작될 그때 그 이야기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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