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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병민 Apr 23. 2017

거기엔 네가, 여기엔 내가 #1

기억을 깔끔하게 정돈하려고,

추억을 반듯하게 펴보려고

뜨거운 것을 

들이부어보기로 했어.


뭐 그런 날, 

너도 있을 거 아냐.

예전의 기억들에, 

끈적끈적한 그 날것들에

잠시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생각들로 채워보고 싶은, 

그런 날 말이야.


달콤한 것, 

잠시 사양할게.

지금은 무언가에 빠져들 때가 아니야.

당분간은 말끔해지려고. 

나 스스로.


잊고 싶다고 

잊혀지는 건 아니야.

그래서 블랙을 선택한 건지도 몰라.

검정은, 

생각보다 쉬운 대안이거든.


지금으로선 그래. 

잊을 수밖에 없게 만들려는 것 같아.

눈에 보이는 것으로부터,

머리에 꽉 찬 

그 무언가로부터.


시간이 지나면

이 쓴, 

검은 맛도 사라질 거야.

그러니 괜찮아, 

지금으로선.


아직은.

그래,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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