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목을 참 오래오래 잡았던 시험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교원임용고시였다.
요즘 교권이 땅에 떨어지다 못해 지구 내핵으로 기어들어가는 모습을 보자 하면 이걸 붙어보겠다고 왜 나의 귀한 청춘을 불싸질렀나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가 먹고살기 위해선 이 시험에 웬만하면 붙는 것이 옳았고, 그러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었다.
허나 임용고시 과목 중 제일 노력을 안 했던 과목이 아이러니하게도 이 논술이었다.
어릴 때 작가를 꿈꿨었다는 뽕;;; 이 있었던 관계로 난 기본적으로 글솜씨가 있다고 자만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과목은 과락을 겨우 면하는 점수가 나오는데 논술만큼은 만점이 나오니 더더욱 그랬었지.
너무 자만했던 걸까, 죽도록 공부만 했었던 어느 해에 논술을 20점 만점에 8.3점을 맞아버리는 미친 짓을 벌이고 말았다. (참고로 논술은 8점부터 과락이다. 난 0.3점 차이로 1차를 붙었던... 이게 더 대단한가)
최종 불합격이 된 후 난 왜 떨어졌는지 끊임없이 복기했다.
물론 논술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불합격의 가장 큰 원인은 논술임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그다음 해 임용을 준비할 때는 논술 역시 꼼꼼히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 이 시험을 마무리한 지가 꽤 지나서 지금 쓰는 이 글이 얼마나 도움이 될진 모르겠으나 기억을 더듬어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문제를 매우 꼼꼼하게 읽기 위한 전략: 마인드맵
문제를 꼼꼼히 읽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은근히 이걸 잘 안 하고 잘 못한다. 그리고 문제도 은근 이걸 하기 어렵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읽으며 마인드맵을 그려야 한다. 그리고 그 마인드 맵과 논술 시험지 끝에 있는 배점표를 비교하며 내 마인드 맵에 있는 내용이 이것과 비교하여 빠진 부분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빠진 부분은 그대로 실점이다.
2. 답은 정해져 있다, 뇌피셜 금지!
문제의 답은 각론서, 개론서, 교육과정 등등에 담겨 있다. 이것들은 내 머릿속에 도식화가 되어 있어야 하며, 답은 이것에서만 찾아내야 한다. 가끔 답을 모르면 신춘문예 등단한 작가들처럼 문예창작을 시작하는데 교직논술에서는 참 의미 없는 행동 중 하나이다. 내가 8.3점을 맞았던 그 시절, 나 역시 저런 실수를 저질렀었다. 물론 당시 나만 그랬던 건 아니라 그나마 괜찮았지만 문제가 평이한데 나만 저런 짓을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찔한 일이다.
3. 논술의 구조 맞추기: 서론-본론-결론
임용고시 시험장을 들어서기 전엔 대부분 저 서론, 결론의 틀이 있을 것이다. 난 서론은 대부분 300자, 결론은 200~250자 사이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1500자 논술 기준) 서론과 결론은 문제와 결이 같도록 유지하되 거의 기계처럼 썼던 기억이 난다.
가장 중요한 건 본론이다. 본론은 내가 1에서 작성했던 마인드맵을 기반으로 빼먹는 것 없이 꼼꼼히 적어야 한다. 내가 1년 동안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과정이다.
4. 마지막까지 빠진 것 없나 체크!
그동안 연습을 많이 해왔다면 1,2,3에서 큰 실수를 안 하겠지만 긴장이 너무 많이 되어 빼먹는 경우가 있다. 이런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쭉 훑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난 실제 시험에서 이렇게까지 하진 못했다. 항상 결론 마지막에 온점 찍는 순간 시험 종료음이 들리더군.
평소 연습할 때는 40분 이내에 1부터 4까지를 문제없이 수행했었는데 실제 시험장에선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지 영 되지 않았었다. 근데 나만 그런 건 아니니까 좌절 금지.
이렇게까지 했는데 내 논술 점수가 어땠는지 궁금할 수도 있겠다. 마지막 시험은 20점 만점에 18점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 만점이 아니라 아쉬웠지만 이전 해에 8.3점 맞은 거에 비하면 엄청난 성장이니 그냥저냥 만족하고 2차 준비를 했었다.
이렇게 교직논술을 열심히 공부를 하고 나니 좋은 점은, 매사 논리적인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부분이다.
그리고 임용 면접에도 꽤 도움이 되었다. 면접은 '말하는 논술'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논리적인 글쓰기를 잘하는 사람에게 유리한 시험이다. 물론 그 외에도 많은 변수들이 있긴 하지만...
교직논술의 단점은? 글이 굉장히 드라이해진다. 나의 감정, 느낌, 경험 등을 적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 글쓰기다 보니 글은 점점 더 딱딱해졌다. 몇 년 뒤, 글쓰기 강좌에 나갔을 때 누군가가 나의 글을 보고 회색빛 감성을 가진 거 같다는 평을 내린 기억이 난다. 무채색만 가득한 교직논술의 세계를 벗어나 나만의 색깔을 입히는 게 지금도 영 쉽지 않다.
그동안 써왔던 글과 결은 다르지만 누군가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만 마무리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