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 오일

어쩌다 시작된 미라클 모닝의 끝

by 피존밀크




새해의 첫 아침,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오전 5시 30분이다. 더 잘까 하다가 정신이 점점 또렷해지길래 그냥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그컵에 따스한 물을 가득 담아 마시며 오늘 글쓰기 숙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찬찬히 생각했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이뤄지는 나만의 은밀한 숙제, 어쩌다 보니 시작한 미라클 모닝 덕분에 난 꾸준히 숙제를 할 수 있었다. 1월 2일은 출근일인데 내가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이 날 역시 5시 30분에 일어났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잠이 정말 많았다. 추석이나 설날에 남들 다 옷 차려입고 떡국 먹고 있는데 그제야 일어난 일도 부지기수고, 심지어 자느라 직장에 지각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나의 이런 잠에 대한 탐닉은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아빠를 닮았다. 지금의 나보다 젊은 시절의 아빠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렸다. 그 이유는... 바로 저 잠 때문이다. 퇴근 시간이 밤 10시였기 때문에 지금은 이해되지만 기상 시간이 아침 10시인건 좀 그렇지? 주말에는 해가 중천에 떠도 절대 일어나시지 않았다. 그랬던 아빠도 요즘엔 새벽 4~5시면 눈을 뜬다고 하신다. 근데 나는 아빠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눈을 뜨니 이게 무슨 일일까.



그래도 아침 5시 30분에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은 상쾌하고 좋다. 거실과 주방 창문을 열어 묵은 공기를 환기시키고 따뜻한 물을 마시며 내 안의 장기를 깨우는 시간. 글빨 역시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밤 11시에 헤롱헤롱 거리며 쓴 글들 보다는 매끈하게 뽑아져 나오는 것 같다는 게 내 평가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며 남편은 작심삼일이란 말을 했다. 하지만 이 삼일이 사일, 오일이 되자 남편도 놀란 눈치다. 하지만 나의 미라클모닝 행렬은 오늘로 막을 내렸다.


오늘은 5시 30분이 아닌 7시 정각에 일어났다. 출근을 하려면 좀 빠듯한 시간이지만 어찌어찌 출근을 했다. 출근을 하며 내가 왜 늦게 일어났을까 생각했다. 첫째, 어제 낮에 드립커피를 마셨다. 둘째, 오후 4시쯤 핫초코를 마셨다. 핫초코는 의외로 카페인이 많은 음료다. 원래도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인데 이런 음료를 두 잔이나 마셨으니 밤에 잠이 올리는 없었다. 새벽 1시에 유튜브 창을 애써 닫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작심오일이 육일이 되지 못해서 아쉽지만 다시 세팅하면 되지 않을까란 묘한 자신감이 든다. 일단 오늘 수면량이 부족하므로 매우 피곤하고, 두피관리센터에서 두피관리 및 등관리를 받으면 온몸이 노곤노곤해지기 때문이다.


오늘 밤만큼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창을 덜 열고(열지 않겠다는 말은 할 수 없다) 일찍 잠자리에 들겠다. 내일의 미라클모닝을 위하여!!!



#별별챌린지 #글로 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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