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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고마르다 Aug 29. 2024

엄마는 매일 밤 아가가 잠들면 울고 웃는다

오늘도 나는 잠든 아가를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본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자는 아가의 이마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며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엄마가 오늘 화내서 미안해.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이 사랑해 줄게. 잘 자 우리 아들. 사랑해."라고.

아가가 잠들고 나면 나는 잠든 아가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자는 모습이 어쩌면 이렇게도 천사처럼 귀여운지 자꾸만 볼을 만지작거리게 된다.

아가가 깰까 봐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고 볼을 스치듯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본다.

그리고 아가의 손을 슬며시 잡아보기도 하고 다시금 토닥토닥 가슴을 두드려준다.


아가가 잠들고 나면 하루를 되돌아보며 마치 일기를 쓰듯 반성과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나의 아가가 너무 소중해서, 너무 예뻐서 미소를 지으면서도 눈물이 난다.

왜냐면 오늘같이 하루가 힘들었기에.

오늘 우리 아가는 낮잠을 자지 않으려고 4시간을 버텼다.

5개월 아가가 4시간을 버티기란 쉽지 않은데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낮잠 잘 시간이 되어 하품을 연신 해대고 눈을 비비고 졸리다고 낑낑거리다가 또 뒤집기를 하고 버둥버둥 배밀이를 하면서 거의 2시간을 침대에서 씨름을 벌였다.

그러다가 결국엔 강성울음을 터뜨렸고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엉덩이를 토닥이는 손길에 힘을 실어버렸다.

토닥토닥이 아니라 툭툭 엉덩이를 쳐대며 왜 안 자냐고 짜증 섞인 소리로 아가를 다그쳤다.

그 소리에 아가는 더욱 크게 울며 서럽게 울었다.

우는 아가를 마지못해 안아서 달래며 제발 좀 자라고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침대에 내려놓자마자 울었지만 그새 지쳤는지 흐느끼다 잠이 들었다.

이렇게 낮잠 두 번을 겨우 자고 밤잠은 그나마 수월하게 모유수유 중 잠이 들었다.

마치 낮잠이 너무 고통스러웠다는 듯이 스르륵 잠으로 빠져들었다.

이렇게 쉽게 잠들 수도 있는데 왜 그렇게 울면서 힘을 뺐던 걸까.

하긴 그러니까 아기겠지.

어른이었으면 자는 게 세상에서 가장 좋다는 걸 알려주지 않아도 잘 알 텐데 말이다.

잠을 자는 법부터 자다 깨면 다시 잠을 연장하는 법, 깨는 법까지 하나하나 엄마가 가르쳐줘야 하는 아가라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가르치기는커녕 다그치고 벌써부터 혼내려고 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렇게 잠든 아가를 보니 미안함과 함께 엄마가 부족해서 잠을 못 자는 것만 같아서 죄책감까지 들었다.


매일밤 나는 곤히 잠든 아가를 보며 매일 하루를 되짚어본다.

낮잠이나 밤잠을 잘 못 자는 날에는 부족한 엄마 때문에 혹여나 더 못 잔 건 아닌지, 때로는 조금 먹은 날에는 뱃속이 불편해서 잘 못 먹는 건 아닌지, 어디가 아픈데 엄마가 알아차리지 못한 건 아닌지 걱정 투성이었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많이 부족하고 서투르고 무지해서 아가의 신호를 잘 알아차리지 못해서 아가가 더 힘든 건 아닌지.

그래서 매일 밤 잠든 아가를 보며 미안함에 눈물을 글썽이기도 한다.

그리고 내일은 더 많이 사랑해 주겠다고 다짐하며 살포시 아가의 손을 잡는다.

마음을 추스르고 나면 그제야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가 전부인 아가의 잠든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렇게 예쁜 아가가 내 아가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오늘도 나는 엄마가 되어가는 중이다.

아가를 위해 더 나은 엄마가 되기로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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