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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케이 Oct 05. 2022

10. "이별"의 이별:고백

나는 이별을 후회하지 않는다.

유독 그와의 이별은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 같다. 연애하는 동안 그를 향한 내 마음은 돌아서면 늘 미안함으로 남았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어떤 시간도 내어 주지 못했다. 나를 맘껏 사랑할 때도, 나를 잊어낼 때도 그리고 그가 나와의 재회를 원하는 때도.. 나는 여전히 그에게 아무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뭐가 그리도 그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이토록 때늦은 후회가 오는 것일까.. 그를 다시 사랑하기 못해서가 아니라, 그의 진심을 모른 척했다는 미안함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를 맘껏 사랑하지도 못했고, 지금도 그리워하지도 못한다..


나의 이별의 이유는 제대로 비우지 못한 채 시작한 사랑으로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마음과 그를 받아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이 뒤섞인 사랑도 우정도 아닌 혼자만의 시간을 그만하고자 한 것이었다. 


언젠가 그를 만나 전하고 싶은 말.. 그래서  

나는 이별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의 고백..

너를 처음 만난 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픈 이별은 한 날이었어. 태어나 처음으로 내가 사랑했던 사람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았어. 그렇게 항상 내 곁에 있을 거라던 그는 다른 사람에게로 갔어..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은 그에게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었데..

그리고 우리가 사귀기로 하기 며칠 전 그에게 전화가 왔었어. 말없이 한참을 울더라. 미안하다고 너무 미안하다고.. 그리고 정말 많이 사랑했다고.. 그냥 더 이상 우리일 수 없는 우리가 안타깝고 아프고 애처로워서.. 그렇게 울기만 했어..

그리고 며칠 뒤 그의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그날 나와 통화하고 술에 취해 운전을 하다 사고가 났다고.. 나는 바로 그에게로 달려갔어.. 그의 모습이.. 너무 낯설었었어.. 갑작스러운 노랑머리의 그는 알아볼 수 없는 옷차림을 하고 나의 이름을 불러댔었어. 괴로움이 영력 했고, 나는 그때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어.. 다름 사람이 있다는 것도.. 나로 인해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있다는 것도..

그렇게 나도 내 아픈 사랑을 접어둔 채 너를 만났어. 나의 가장 슬픈 날.. 너는 내게 가장 행복했던 날을 선물했어..

너는 언제나 내게 진심이었고, 나는 언제나 네게 거짓이었어. 너는 나와 함께 하는 미래를 꿈꿨고, 나는 너와 함께가 아닌 나만의 미래를 꿈꿨어. 너는 내게 늘 사랑을 줬는데, 나는 항상 의심했어 내 마음을.. 너는 나를 품었지만, 나는 너를 겉돌았어..

자꾸 비껴가고 너에게 닿지 못하는 내 마음은 그럴수록 다른사람에게 향하고 있었어.. 아니라 부정하고 너에게 다가가려 할수록 내 마음은 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 그리고 더 크게 밀려오는 미안함.. 그냥 너를 사랑하다 보면 괜찮아 질거라 나를 다독여도 보았지만, 이런 마음이 오히려 너에게 더한 미안함으로 돌아왔어..

그때 비록 힘들더라도 내가 좀 더 용기를 내었더라면.. 비겁하게 도망가지 않고 우리의 사랑을 잘 마무리했더라면.. 지금 우리는 기억하고 싶은 추억으로 자리 잡았을까?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다른 사람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담백하고 차분한 이별이었다면 어땠을까?

내가 솔직하지 못했던 이유는 너는 나를 쉽게 잊지 않기를 바라는.. 나를 잊지 않기를 바라는 두려운 미련이었을지 모르겠어.. 아무것도 자신이 없던 그때, 너를 놓으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계속 놓지 못하고 나를 속여가며 이어가는 사랑도 아닌 이 관계를 접는 것도 내겐 그때 너무 벅차고 힘들었어..

어차피 헤어질 일이라 가볍게 치부해버린 내 방식의 이별에 너의 시간도 함께 있었다는 배려가 부족했어.. 내가 힘들었던 지난 시간만큼 네가 힘들걸 알면서도.. 내가 덜 힘든 이별을 택했어.. 너무 미안해..

이런 이별을 소환하려는 내 이기적인 마음까지
뒤늦은 용서를 빌어보겠다고 착각 속에 살고 있는 너의 마음을 흔든 내 욕심까지
그래도 너를 사랑했었다고 우리의 시간을 포장하려는 내 헛된 허영심까지

모두.. 모두 다 내가 미안해..

너는 언제나 빛나는 사람이었다. 항상 꿋꿋이 약속을 지키며 부드럽고 단단한 사람이었다. 내가 너를 놓은 이유는 나는 너 같은 과분한 사람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너와의 이별을 후회하지 않는다..



이별도 때가 있듯이 지난 이별을 소환하는 것도 때가 있는 것 같다. 나의 시간은 너무 흘러버렸다. 그래서 서로가 기억하는 것조차 많이 달랐다. 사실 나의 기억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남은 추억을 다 지워서 기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느닷없이 꿈에 나타난 그에게 아무런 준비 없이 다가간 것은 무례했다. 아련한 마음이면 충분할 거라 착각한 옛사랑의 추억에만 갇혀 있었던 갓이다.  



나의 사랑은 이제 신중해졌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내 마음이 사랑인지 아닌지 먼저 알아채는 것.. 그래서 준비되지 않은 사랑은 시작하지 않는 것.. 내 사랑만큼 상대의 사랑에도 신중해졌다.



나의 사랑은 이제 넓어졌다. 나 혼자 고민하고 나 혼자 결정하고 아파하지 않고 모든 것을 함께 나눌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 지금 나의 사랑과 오래오래 같이 가기 위해서 서로를 담아낼 만큼 넓어졌다.  



나의 사랑은 이제 혼자가 아니다. 나의 남편과 나의 아들.. 나는 가족이라는 틀에 함께 산다는 것.. 예전처럼 예쁘지 않지만, 좀 더 따뜻한 아내라는 사람이 되었고, 예전처럼 나의 이름이 더 이상 불리지 않지만, 새로운 이름의 엄마라는 사람도 되었다는 것.. 하루를 오롯이 같이 살아갈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그래서 나의 사랑은 아직도 현재 진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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