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이별을 위한 만남을 기대하다.
4시간 여만에 답이 왔다.. 잠깐 화가 났다. 허무하고 무성의한 대답에 콧방귀가 나왔다. 이런 처사를 하는 나도 어이가 없었다. 사실은 그가 대답을 안 해도 괜찮다. 이내 다시 현실로 돌아와 앉는다. 문득 이 상황이 어떤지 나만 잊고 있는 것 같았다. 이내 후회가 밀려온다. 나 역시 오래 두고 답을 하자니 유치하기 짝이 없고, 별 의미 없는 대꾸를 똑같이 한다면 어제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마무리로.. 결국 원점이다.
지난 2년간의 연애가 파노라마처럼 하나씩 스쳐 지나갔다. 가슴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나도 그를 많이 사랑했었구나.. 억지 같은 사랑으로만, 그 혼자 사랑했던 왜곡된 기억이 하나씩 바로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시간은 아주 아름다웠다. 정말 좋은 사람이었구나.. 그리고 우리의 이별이.. 생각나지 않았다. 어떤 그림도 상황도 없었다. 새까만 벽지 같았다. 그저 내 감정만 되살아났다.
시간이 흐른다는 의미는 변한다는 말과도 같고, 변하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다. 변한다는 것은 각자 겪은 세월에 맞게 적응되어 서로가 알던 사람이 더 이상 아니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그 시절 우리가 만난 기억 속에 서로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는 변하지 못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문득 더 이상 나는 그를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오늘 그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에서야 깨달았다. 우리는 많이 변했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많이 바쁜가 보네.. 저녁시간이면 좀 괜찮을까 했는데.. 오늘 아니면 보기 어려울 것 같아서 정말 얼굴만이라도 봤으면 하는 마음에 여기로 왔어.. 못 만날 수도 있겠다 했는데....
역시.. 그래 다시 만나는 거는 쉽지 않네.. 그래도 내 감정에 충실하자 해서 왔더니 마음은 좋다.. 내가 이러지 않으면 못 만날 것 같아서.. 기다려보니, 어떤 마음인지 그냥 조금 알겠더라.. 내 마음 좋자고 왔으니까 괜찮아... 이제 그만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