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어때요? 힘들죠?'에 답변하기 위한 '사회정서교육 연구기'
2025년 7월 23일
가끔 다시 안 떠올릴 수가 없는 노래들이 있는데, 내게는 1996년에 발매된 그룹 'W.H.I.T.E'의 '네모의 꿈'이 그렇다.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 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직업이 교사인 사람들은 공감할지 모르겠는데, 다른 직업은 좀 둥근 구석이 생겼는지 모르겠으나 여전히 학교는 네모나다. 학창 시절의 학교부터 직장으로서의 학교까지 수 십 년간 네모와 더불어 살아가다 보면, 아무리 둥근 교사도 네모꼴이 되어 가는 기분이 든다.
물론 20여 년 동안 문화와 기술은 발전했다. 그래서 책가방에는 여러 캐릭터들이 주렁주렁 매달리고, 책 외에도 태블릿을 수업에 쓰기 위해 챙기고, 버스는 수소 버스이고, 칠판은 전자칠판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부분 꼴은 네모이다.
그런데 이 '네모의 꿈'을 들을 때마다 전과는 다르게 감상되는 지점이 있다. 예전에는 주로 네모가 나열되는 앞부분을 공감하는 데 그쳤다면, 지금은 후반부를 자꾸 생각하게 된다.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 건지 몰라'
예전에는 둥글게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을 반어법으로 들었는데, 지금은 전보다 비꼰다는 느낌이 훨씬 줄어들었다. 아무래도 나도 잘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인지, 부속품은 네모나게 합리적인 게 맞고 그러면서도 철학을 바탕으로 한 삶은 둥글게 비합리적인 것을 꿈꾸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서 합리적으로 완성된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수업에 구현하면서도, 틈틈이 틈을 보아 다소 비합리적이더라도 진정으로 마음을 나눌 있는 시간을 꿈꾸곤 한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서클, 요즘으로는 동아리 활동이다.
'마을생태영상제작반'이라는 이름으로 모이는 동아리 활동만큼은 나도 다른 학생들과 더불어 최대한 나란히 어깨를 마주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서로의 마을에서의 삶과 마음을 한 명 한 명 털어놓고 나눈다. 동아리명에 들어간 영상은 하나의 일기장과 같은 역할일 뿐이다.
이렇게 교사가 둥글게 옆에 서서 함께 자신의 삶을 나누는 커리큘럼에 대해 이미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예측했는지, 우리 동아리는 인기도 정말 없다. 그래서 동아리 구성원이 달랑 7명인데, 예전 불량 서클의 대명사인 '칠공주파'와 공교롭게도 수가 같다. 그렇지만 나는 이 동아리 시간마다 학생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학생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선생님이 되기도 한다.
이런 서클 활동은 사실 '회복적 생활 교육'이란 이름으로 학교에 소개되고 있기도 한데, 김윤경 선생님은 이것과 '사회정서학습'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혀 주었다.
'카셀은 사회정서학습과 회복적 생활 교육이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지니며, 하나의 계획 안에서 통합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고 안내한다. 정서적 언어, 서클, 대화를 통한 문제대응과 같은 회복적 생활 교육의 주요 방법들은 사회정서역량을 연습하고, 강화하며,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회정서학습을 보완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사실 우리 동아리의 풀네임은 '(사회정서학습을 위한) 마을생태영상제작반'이라고 해야 정확하지 않을까. 그런데 풀네임을 노출하면, 그나마 7명도 모이지 않았겠지.
개인적으로 조금 안타까운 것은, 어느새 동아리(서클) 활동마저 많이 합리적으로 바뀌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동아리 선택을 합리적으로 하는 나머지, 최신 개봉 영화를 감상하는 '영화감상반'이나 이와 유사한 '문화체험반'으로 몰리고 있으며, 또 선생님들도 이러한 동아리를 많이 개설하고 선호하신다. 그런데 나는 어쩐지 이런 모습들이 네모나게 느껴지곤 한다. 그래서 내년에도 어떻게든 둥글게 앉아 서로의 삶을 나눌 수 있는 서클 기반의 활동을 동아리에서라도 꼭 이어나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
앞서 이야기한 노래 중에 아직도 정확히 이해가 안 되는 가사가, 이 노래의 제목이기도 한 '네모의 꿈'이다. 그런데 네모는 알까? 어떤 네모든 둥글게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을.
아, 그래서 학교는 여전히 네모나지만 가끔 책상을 둥글게 배치하느라고 이리저리 옮기는 소리는 그래도 전보다 많이 들리기는 한다.
네모도 꿈을 꾸지만, 동그라미도 잘난 어른도 네모 덕분에 발끈하며 나름 의욕적으로 꿈을 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