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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Oct 30. 2022

직업상담사로 일하며 얻은 것

도전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

구직자를 상담하면서 에너지가 소모될 때가 많지만, 보람찬 순간들도 있다. 선생님 덕분에 근무 잘하고 있다고 감사하다고 얘기해주시거나 기업에서 좋은 분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얘기를 들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     


또 구직자를 상담하면서 용기를 얻기도 한다. 연세가 7, 80이 넘으셨는데 일을 하고 싶다는 어르신들을 보면 진심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계 때문에 혹은 집에만 있으려니 지겨워서 일하고 싶다고 하는데, 이유가 어찌 됐든 일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모습에 용기를 얻는다. 이분들을 보면 늦었다고 핑계 댈 수가 없다.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며 진로 고민을 하는 구직자를 보면서도 자극을 받는다. 물론 희망 직종이 정해져 있는 분들보다 상담할 때 어려움이 있지만, 나도 진로를 심히 고민하던 기간이 있었기에 그들의 마음이 어떨지 공감하게 된다. 요즘은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졌고 직업이라는 건 이렇게도 저렇게도 바뀔 수 있어서 새로운 직종에 도전하며 재취업을 하고자 할 때 그들의 모습에서 나도 언제든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직업은 나를 설명해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직업이 나를 말하는 건 아니다. 직업을 통해 버는 수익의 가치가 나의 가치를 말해주진 않는다. 월급을 받기 위해 직장을 다니지만, 일하면서 얻는 게 월급만 있지는 않다. 직업상담을 통해 보람과 성취, 뿌듯함을 얻기도 한다. 또 일터에서 마음 맞는 동료, 선배와의 소소한 담소, 서로에게 주고받는 작은 칭찬과 응원을 통해 에너지를 받기도 한다.      


나의 가치는 월급 외에 다른 요소를 통해 내가 만들어간다. 내가 가진 에너지, 생각, 태도, 생활습관, 관계와 같은 것들이다. 마찬가지로 나의 존재도 직업으로 규정지을 수 없다. 직업은 나의 부분 중 하나이며,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이 일을 하다가 저 일을 할 수 있고 동시에 다른 일을 같이할 수도 있다. 직업상담을 하며 직업의 가치관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사고의 유연성을 갖게 된 것 같다.     




비단 직업의 가치관뿐 아니라 다양한 구직자와 기업을 만나면서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예전보다 넓어진 것 같다. 실적의 압박이 있다 해도 내가 그 사람을 바꿔서 취업을 시키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관점에서 상황을 고려하고 기다려주고자 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 결국, 취업은 그 사람의 몫이다. 그 부분에 약간의 도움을 주는 정도지만, 그럼에도 참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진로를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어왔던 시간은 밑거름이 되었고 직업상담을 통해 쓰일 수 있어서 감사하다. ‘No pain, No gain’, 고통 없이 얻는 건 없다고 했던가. 돌아보니 첫 직장에서 깨지고 힘들었던 시간도 나에게 필요한 성장통이었다. 그것을 발판 삼아 지금의 직장에 왔을 때, 더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잘한다는 소리도 곧잘 들으면서 무너졌던 자존감도 회복하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처럼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는 고통이 아니라 꿈이 있기에 어떤 도전을 해볼까 고민하는, 행복한 진로 고민이라 할 수 있겠다.








커버: Photo by Sebastián León Prad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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