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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아침. 찍찍이는 여우 아저씨의 치즈를 훔친 범인을 찾아주게 되어 숲 속 마을에서 유명해졌습니다. 하지만 찍찍이의 마음은 편하질 않았어요. 고양이가 여우 아저씨의 치즈를 훔쳤다는 것을 밝혔지만, 숲 속 마을의 동물들이 고양이를 싫어하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특히 여우 아저씨는 고양이가 자신의 치즈를 훔쳤다는 것을 알게 되자 정말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숲 속 마을의 동물들은 여우 아저씨보다 고양이를 싫어했어요. 그래서 어떤 동물들도 고양이와 대화를 하려 하지도 않았어요. 고양이는 어떤 동물들과도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고, 같이 맛있는 식사를 할 수도 없었어요. 고양이는 늘 혼자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찍찍이의 문을 두드렸어요.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찍찍이는 이제 막 잠에서 일어났지만, 누군가 자신을 애타게 찾는 것 같아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급하게 내려왔어요. 문을 열자마자 찍찍이는 깜짝 놀랐어요. 뜻밖에도 문을 두드린 것은 고양이었어요. 털이 정돈되지 않은 채 문 앞에 서 있던 고양이의 모습을 바라보자 찍찍이는 깜짝 놀랐어요.
"무슨 일이에요?"
"오늘 밤에 마을을 떠날까 해서 마지막으로 인사하려고 들르게 되었어."
고양이는 찍찍이를 보며 불편한 표정을 지었어요. 얼굴의 털이 살짝 헝클어져 있었고, 털도 정리가 안된 듯했어요.
"갑자기 떠나다니요. 그리고 고양이는 항상 털을 깔끔하게 정리하잖아요. 오늘따라 왜 이렇게 털이 지저분하지요?"
"사실은 말이야..."
고양이는 찍찍이에게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여우 아저씨의 치즈를 숨김 이후로 동물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찍찍이는 혼자 나무 위에 올라가 잠을 자곤 했어요. 고양이가 살던 나무 밑동의 보금자리는 많은 동물들이 지키고 서 있었기 때문이에요. 동물들은 치즈와 마찬가지로 다른 것들이 사라진 것도 다 고양이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곤 했어요.
물론, 다람쥐가 숨긴 도토리는 다람쥐의 기억력 때문에 어디에 숨겼는지 잃어버렸던 것이고, 퍼피가 숨겨둔 고깃 덩어리는 너무 오래되어 썩었기 때문이란 것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렸지만 말이에요. 그래도 동물들은 그 모든 것이 고양이 탓이라고 이야기했어요.
"몇 달 전에 내가 도토리를 한 움큼 모아두었는데 그 도토리도 고양이 네가 훔친 거 아냐?"
"맞아! 내가 지난달에 구한 맛있는 소시지와 고기 뼈도 사라졌단 말이야!"
이렇게 동물들은 자신들이 잃어버린 것들을 하나씩 이야기하기 시작하니 끝이 없었어요. 몇 년 전에 잃어버린 반짝이는 조약돌을 돌려달라는 까마귀의 이야기는 억지 같았어요. 분명 까마귀는 반짝이는 것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고양이가 그런 쓸모없는 것들을 들고 갈 필요는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고양이가 자신이 훔치지 않았다고 이야길 해도 동물 친구들은 믿지를 않았어요. 그런 날이 하루 이틀 지나고 나니, 동물들은 고양이를 보며 이유 없이 돌을 던지고, 할퀴곤 했어요.
"당장 내 도토리를 내놓으란 말이야!"
고양이가 아무리 변명을 해도 동물들은 믿지를 않았어요. 여전히 찍찍이 덕분에 알아낸 여우 아저씨의 치즈를 훔친 도둑고양이였으니 말이에요. 고양이는 이렇게 자신을 믿지 못하는 동물 친구들과 함께 살기가 힘들 것 같았어요. 그래서 다른 곳으로 떠나기로 마음먹었어요. 아니면 다시 사람들이 사는 도시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였지요. 분명 주인을 찾아가 이야기를 잘하면 자신을 받아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잠깐만요! 고양이가 여우 아저씨의 치즈를 훔친 것은 잘못되긴 하였지만, 다른 건 고양이가 훔친 게 아니잖아요. 이대로 사라지면 고양이는 영원이 숲 속 마을의 도둑고양이가 될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모두들 나 때문에 그런 거라 생각을 말이야..."
찍찍이는 고양이 주위를 돌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동물 친구들이 생쥐들이 여우 아저씨의 치즈를 훔쳤다고 이야기하였을 때 억울하고 답답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고양이도 분명 똑같은 생각을 할 거라 생각을 하니 혹시라도 도와줄 일이 없을까 고민해 보았어요. 분명 주위를 찾아보면 고양이를 도와줄 일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잠깐만요. 이왕 떠나더라도 오해는 풀고 가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도와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니야... 내가 욕심이 너무 지나친 거일 수도 있어. 사실, 찍찍이 네가 날 도와줄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지만, 난 생쥐들이 누명에 빠지도록 했는 걸."
"그건 이미 지난 일이잖아요. 우리 한번 같이 가서 찾아봐요. 음... 어딜 먼저 갈까요? 다람이와 다롱이 형제를 찾아가 봐요. 저기 참나무 구멍 속에 있잖아요."
찍찍이는 네 발로 재빠르게 밖으로 나왔어요. 고양이도 찍찍이의 뒤를 쫓아갔지요. 참나무 밑동의 다람이와 다롱이 형제가 사는 곳은 찍찍이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았어요. 찍찍이는 참나무 밑동 앞에 서서 큰 소리르 다람이와 다롱이 형제를 불렀어요.
"다람아! 다롱아! 잠깐만 나와봐요!"
밑동 구멍에 살며시 얼굴을 내밀던 다람이와 다롱이는 고양이를 보더니 화를 내기 시작했어요.
"또 무슨 일로 여기에 찾아온 거야! 어서 훔친 내 도토리를 내놓으란 말이야! 그리고, 전에 숨겨둔 알밤도 내놔! 알밤도 없어졌단 말이야!"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어. 난 너희 도토리와 알밤을 숨기지 않았어."
"그럼 네가 숨기지 않으면 누가 숨겼단 말이야? 우리가 매일 힘들게 도토리와 알밤을 모았는지 알아? 저 숲 속에 도토리들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란 말이야!"
다람이와 다롱이는 고양이를 향해 도토리를 던지기 시작했어요. 도토리를 맞은 고양이는 화가 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지만,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 없었어요. 더 많은 이야기를 했다가는 다람쥐들이 더 난폭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찍찍이는 이 모습을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어요. 분명 다람쥐들이 화난 건 맞는데 어디서 도토리를 찾아서 던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잠깐만요. 잠깐만 멈추세요. 지금 던지는 도토리는 어디서 구한 거죠?"
다람쥐들은 찍찍이를 보며 소리를 쳤어요.
"이 도토리가 어디서 구했던 너랑 무슨 상관이야!! 난 지금 도토리를 다 잃어버려서 화가 났단 말이야! 당장 내 도토리를 내놔!"
찍찍이는 다람쥐들을 보며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주위에는 참나무와 밤나무가 엄청 많이 있었어요. 그리고 나무 위에는 도토리와 잣, 알밤이 주렁주렁 열려있어요.
"전 도토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 거 같은데요?"
"뭐라고? 그럼 찍찍이 네가 훔친 거야?"
찍찍이는 다람이와 다롱이가 있는 구멍까지 올라가며 이야길 했어요.
"도토리는 분명 여기 있어요!"
찍찍이는 참나무와 알밤나무 그리고 잣나무를 가리키며 이야길 했어요.
"저게 다 도토리와 알밤이네요. 혹시 전에 땅에 묻어두었던 잣도 저기에 있고요."
다람쥐들은 늘 욕심이 많이 도토리가 보일 때마다 입에 한 움큼씩 집어넣고 돌아다니곤 하였는데, 더 이상 들고 가기 힘들 경우에는 자신이 사는 곳에 숨겨두거나 땅 속에 숨겨두곤 했어요. 문제는 다람쥐들이 너무 많은 도토리와 알밤을 주워왔기 때문에 자신들이 어디에 숨겼는지 잊어버린 거지요.
"그리고 다람이와 다롱이가 땅 속에 숨겨둔 도토리들이 저렇게 커다란 참나무가 되어 다시 도토리를 만들고 있잖아요. 그러니 도토리는 고양이가 훔친 게 아니에요."
다람쥐들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분명 도토리를 모은 기억은 났지만, 어디에 숨겼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어요. 그리고 구멍 속에 있던 도토리들도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어요. 아마 찍찍이가 이야기한 것처럼 도토리를 땅속에 숨기다 보니 그 도토리가 다시 나무가 된 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고 보니, 이 나무는 언젠가부터 이렇게 울창해졌던 거 같아.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많은 도토리를 주웠다고 했는데 그 도토리를 찾지 못했다고 했어."
찍찍이는 참나무 위를 올려다보았어요. 참나무에는 많은 도토리가 열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그 도토리가 전부 여기 있었네요! 고양이가 가져간 게 아니에요!"
고양이와 다람이, 다롱이는 하늘을 쳐다보았어요. 참나무에 열려있는 많은 도토리 열매들이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다람이와 다롱이는 도토리들을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열심히 나무 위로 올라가 참나무에 매달려 있는 도토리를 따서 입 안에 잔뜩 넣기 시작했어요.
"우리 도토리를 찾아준 건 고마워! 하지만, 아마 며칠이 지나면 우린 또 잊어버릴 거야."
"그건 괜찮아요. 그땐 다시 한번 하늘을 보면 되죠! 그럼 그 도토리는 금방 잊어버리고 다시 새로운 도토리를 찾게 될 거예요."
다람이와 다롱이와 헤어진 뒤 고양이는 찍찍이를 바라보며 이야길 했습니다.
"고마워. 이번에도 찍찍이 네가 사건을 해결했구나."
"이건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죠. 이제 다음 사건을 해결해야죠. 이젠 퍼피에게 가볼까요?"
"퍼피에게??"
찍찍이는 재빨리 앞으로 가기 시작했고, 고양이는 찍찍이의 뒷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마, 퍼피와의 문제도 찍찍이가 해결해 줄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