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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Dec 30. 2023

새로운 만년필을 꿈꾼다면??

첫 번째 아날로그(필기구 1)

이제는 사용하는 사람이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연필이나 만년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업무를 할 땐 Faber-Castel 연필과 Staedtler 홀더 펜슬을 자주 사용하곤 합니다. 왠지 모르게 종이면과 흑연이 지나갈 때 사각거리는 느낌이 상당히 마음에 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종종 쓰는 필기구 중 하나는 만년필인데, 이게 참 불편하기 짝이 없는 필기구입니다. 조금만 사용하지 않으면 잉크가 굳어버려 청소를 해야 하고, 얼마 쓰지도 않았는데 잉크를 다 써 항상 잉크를 들고 다녀야 하는 단점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잉크 카트리지를 쓰기보다는 보급형 컨버터와 병잉크를 사용해서 잉크를 주입하는 편이라, 제 가방에는 항상 병잉크가 하나씩 들어가 있습니다. 가뜩이나 무거운 가방을 더욱 무겁게 만들어주는 요소 중 하나이지요.

요즘은 볼펜 한 자루도 만원 가까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오히려 샤프가 더 저렴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제도 3000(3천 원짜리 샤프), 제도 5000(5천 원짜리 샤프)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는데, 그 샤프들은 비싸서 쓰질 못하고 천 원짜리 샤프를 사서 필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나마 집이 좀 여유가 있는 친구들 같은 경우는 젤리펜이라 불리는 형광 느낌의 볼펜을 가지고 색색깔깔 필기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남학생들 필통에는 샤프 한 자루, 볼펜 한 두 자루가 대부분이었지요.

그나마 저는 글을 쓰는 게 좋았던지라 연필과 볼펜, 샤프를 다양하게 가지고 다니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만년필을 산다는 것은 꿈도 꾸질 못하였지요. 그나마 첫 만년필을 산 것은 군대 전역 후, 회사 입사 하루 전 영풍문고 청량리점에서 산 5만 원짜리 파커 만년필이었습니다. 그 만년필을 10년 넘게 잘 쓰면서, 필기도 하고, 낙서도 하곤 했는데, 신기하게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를 딱 퇴사하는 그 순간에 그 만년필을 잃어버렸으니 저의 첫 번째 회사생활과 연결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저에게 있어 만년필은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위한 첫 필기도구였다면, 아버지 시절의 만년필은 중요한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과 같은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진급을 했을 때, 상을 받았을 때 정성스럽게 포장을 한 파커 만년필이 필수 선물 중 하나였으니까요. 저도 예전에 아버지가 선물 받았던 파커와 조종사 만년필을 써 보려고 가져왔는데, 너무 오래돼서 그런지 컨버터에 잉크가 주입되지 않아 포기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만년필 컨버터에 잉크를 주입하는 것도 일종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지난주 일본 여행을 갔을 때 몇 군데 들른 곳 중 하나가 서점이었습니다.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가 워낙 "아날로그"에 대한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긴 하지만, 어느 부분에 대해서는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다란 쇼핑몰에는 꼭 서점이 입점해 있습니다. 물론, 서점의 초입에는 항상 일본 문화의 강점인 만화책 코너가 시작이 되곤 하지만, 그 외에 다양한 책들이 있고, 그 책을 읽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이곤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서점을 찾는 게 쉽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지요. 그리고 서점에는 문구류 코너가 같이 입점해 있었는데, 다양한 볼펜과 필기도구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그 볼펜과 연필들, 연필 깎기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우연찮게 발견한 한 필기구가 있었습니다. "Fonte"라는 필기도구 전문 브랜드에서 만든 제품이었지요. Fonte는 아직 우리나라에 입점하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에서 2만 원 정도면 만년필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가 브랜드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저렴한 만큼, 평상시에도 편하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만년필이 싼 제품도 있지만 고가의 제품도 있다 보니 "필기구"로서 역할보다는 모신다는 개념으로 들고 있는 경우들이 자주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전 Fonte라는 브랜드를 잘 알지는 못합니다. 일반적인 필기구 브랜드 정도만 알지만, 이번에 일본 여행을 가면서 우연찮게 발견을 하게 되어 5자루나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어떤 점이 매력이 있어서 구입을 하게 된 것일까요?


첫째. 이 제품은 만년필 제품뿐만 아니라, 볼펜, 붓펜 영역이 있습니다. 전 그중 만년필 3자루와 볼펜 2자루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단순한 만년필과 볼펜이라 하면 큰 장점이 없겠지요. 하지만, 더 큰 장점 중 하나는 "컨버터"가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즉, 만년필 병 잉크를 주입하여 원하는 색감의 만년필 혹은 볼펜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원하는 색감과 느낌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장점이 있습니다.

세 번째. 이 제품은 단순히 펜만 판매하는 것이 아닌, 펜 뚜껑도 함께 판매를 합니다. 원하는 색과 조합을 하여 마음에 드는 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네. 이 제품의 이름은 Fonte Custom 펜입니다. 만년필 / 붓펜 / 볼펜 등 원하는 느낌으로, 원하는 뚜껑의 조합, 원하는 잉크의 조합으로 자신만의 펜을 만들 수 있는 제품입니다. 가격은 펜이 800엔, 뚜껑이 250엔 정도이니, 한화로 1만 원 정도면 구입을 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일반 볼펜이 만원 정도 하는 가격이니, 만원으로 자신만의 볼펜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물론, 마감새는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딱 싸구려 만년필, 볼펜 같은 플라스틱의 느낌이긴 합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가벼운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데일리 펜 / 일상 필기를 하는 용도로 사용하기에 상당히 좋은 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자신만의 펜은 아니지만, 여러 조합을 통해 자신만의 펜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한 번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이 펜을 구입한 뒤, 한국에 귀국을 하자마자, 쿠팡에서 10가지 색 병잉크를 구입하였습니다. 가격은 1만 4천 원 정도이니, Custom펜과 잘 조합하면 나 만의 이쁜 펜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요즘 들어 많은 사람들이 종이와 펜을 이용하여 글을 쓰기보다는 키보드 자판으로 혹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글을 쓰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때론 태블릿 피씨와 스타일러스 펜의 조합으로 글을 쓰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어찌 보면, 아날로그와는 점점 멀어지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 만의 펜을 가지고 한 번 자신만의 노트에 글을 써 보는 느낌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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