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사진과 글 한 덩이
어린 시절 아버지와 여행을 할 때, 차 한 구석에는 여행지도를 꼭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지도를 바라보며 어디로 가야 할지 체크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 이후 GPS가 나오고, 내비게이션이 나오면서 더 이상 지도를 바라봐야 할 일은 사라지게 되었다.
아마 내비게이션이 일상이 된 이후 군 생활을 해서 그랬던 것일까? “독도법” 시간에 지도를 바라보고, 나침반을 체크하는 걸 어려워하는 동기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지도 대신에 체크해야 할 목표는 결국 이정표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지도를 바라본다 하더라도,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는 이정표를 찾아야지만 올바른 길 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이정표도 꼭 정답은 아니었다. 이정표 자체도 큰 방향에 대해서만 제시해 줄 뿐, 세세한 길에 대해서는 설명해주질 못하니 그 안의 여러 목적지에 대해서는 나 자신이 선택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였다. 직진을 하던, 혹은 좀 우회해서 걷던 그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단지, 이정표는 내가 도달해야 할 최종 목표만이 그려질 그림일 뿐이다.
현재까지 수많은 이정표를 바라보았지만, 그 이정표를 따라 가 본 적은 없는 듯하다. 단지 그 길을 향해 조금 늦게 도착하기도 하고, 조금 빨리 도착하기도 할 뿐. 결국 가야 할 길은 내가 개척해 나가야 했으니 말이다.
길을 걸으며 바라보는 수많은 이정표들 중에서 결국 내가 찾아가야 할 길은 내가 만들어가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