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 사진과 글 한덩이
도쿄 거리를 걸어 다니다 우연히 발견한 장소는 마치 한국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곤 한다. 익숙한 글자와 익숙한 메뉴. 이 모든 것들은 일본이 아닌 한국의 어느 식당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이런 식당이 있다면 일본에서 거주하는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마치 한국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런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예전 인도네시아에 거주 했을 때 자주 먹던 음식인 박소는 참 저렴하기도 했지만, 마치 갈비탕 국물의 맛 처럼 익숙해서 즐겨 먹던 음식이었다. 와룽에서 팔던 박소는 도전해 보질 못했지만 식당에서 팔던 박소는 늘 즐겨 먹던 음식이었다. 아무래도 인도네시아 음식 중 내 입에 맞던 몇 안되는 음식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에서 박소를 먹기는 쉽지 않았다. 아니 인도네시아 음식을 파는 곳이 없어 찾아가서 먹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유명한 음식은 나시고랭이었지만 신기하게 베트남 쌀국수를 파는 곳에서 팔았으며, 그나마 맛도 인도네시아에서 먹던 맛과는 차이가 있었으니 나시고랭이라 부르기도 그랬다.
그러다 우연히 찾은 이태원의 인도네시아 식당은 완전한 인도네시아 음식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비슷한 맛을 보여줬다. 마치 베트남 쌀국수집을 운영하는 화교계 사장님 처럼, 그 인도네시아 식당은 중국인 사장이 운영을 했다. 당연히 인도네시아어로 인사를 하고 주문을 해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커다란 고기 덩어링에 뼈 몇 덩어리가 섞여 있으니 마치 인도네시아에서 먹던 박소와 숩분뚝을 섞어서 먹는 느낌이었다. 맛은 약간 차이가 있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마치 한국에 오면서 인도네시아 음식이 다국적 음식으로 변한 느낌이었다.
그나마 익숙한 음식은 약간 밍밍한 맛의 떼보또르 정도였는지 모른다.
우연히 여행을 하다 일본에서 익숙한 풍경을 바라보듯, 우연히 길을 걷다 인도네시아 시절 익숙한 식당을 발견했다. 그 익숙함은 기억의 왜곡이 있을지언정 그 시절의 추억을 기억하게 만드는 하나의 자극제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