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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Mar 22. 2017

스킨십의 정석

스킨십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진도'에 반대한다.

술자리에서 연애와 관련해서 가끔 듣게 되는 말 중에 하나는 '진도 어디까지 나갔냐?'라는 질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빈도가 줄어들지만, 20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사실 일부 남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이성과 어디까지 진도가 나갔느냐에 대한 것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게 항상 불편했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종교적으로도 남녀관계에 대하여 보수적으로 교육을 받고 자라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이상하게도 그게 항상 불편했다. 무엇보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고 있는데 나와의 스킨십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진도'라는 표현으로 설명을 하면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 듯했기 때문이다. 관계를 1단에서 2단으로 변속하고, 그 후에 3단, 4단으로 올리는 것도 아니고...


스킨십의 본질

연애를 하고, 이런저런 사람들의 연애담을 다양한 자리에서 들으면서 진도라는 표현은 더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진도'라는 표현 자체가 폭력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하기도 했다.


이는 스킨십에는 '진도'라는 것이 사실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니 그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스킨십은 사실 사랑하는 두 사람 간의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을, 그리고 상대방이 표현하는 상대의 마음을 말이 아닌 몸으로 주고받는 것이 스킨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스킨십에는 엄연히 말하면 위, 아래가 있을 수도 없고 상황에 따라서는 사람들이 '진도를 뺐다'라고 생각하는 종류의 스킨십보다 포옹이 더 마음을 잘 전달해주는 수단일 수 있다.


그런데 스킨십에 대하여 '진도'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그런 대화가 아니라 육체적인 행위를 분류해서 단계를 나눠놓은 것이기에 이러한 스킨십의 본질을 왜곡하게 되는 표현이다.


스킨십을 잘하는 법

어쩌면 (특히 남자들이) 스킨십을 '잘'하는 법에 집착하는 것도 이와 같은 스킨십에 대한 관념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남성잡지 등에는 스킨십 잘하는 법 등에 대한 설명들이 장황하게 나오고는 하지만 이는 연애를 책으로 배우는 것과 같은 이유(관련 글: 연애, 책으로 배우지 마라)로 어리석은 배움의 방법이다.


스킨십을 잘하는 방법의 노하우는 기술에 있지 않다. 핵심적인 노하우는 스킨십을 하는 데 있어서 상대방을 대하는 마음에 있다. 스킨십을 시작해서 마무리하는 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가 존중받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도록 배려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내 욕구와, 내 안에 일어나는 감정들이 이끌리는 대로 스킨십을 이끌어나간다면 상대가 당신을 위해서 본인도 행복한 척 연기를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과연 얼마나 갈 수 있을까? 그렇게 스킨십을 하는 관계가 건강한 관계일까? 서로에게 솔직한 것일까?


'본인 중심의 스킨십'을 하는 것은 대화에서 상대방 말은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말을 쏟아내는 것과 완전히 같은 행위다. 연인과 다툼이 있을 때 상대가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쏟아내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버린다고 생각해봐라. 당신 기분은 어떻겠는가? 본인 중심, 본인의 만족만을 위해 하는 스킨십을 당하는 사람의 기분이 바로 그 기분일 것이다.


스킨십에도 정답은 없다.

그래서 스킨십에도 사실 정답은 없다. 사람들마다 자신이 사랑받고,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방법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스팟이니 뭐니 하는 것도 사실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하다 보면 서로가 알아가게 되어있다. 그 역시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론으로 '어디, 어디, 어디를 확인해라'식의 책과 지식으로 배운 가르침을 그대로 적용하려다가 오히려 모든 것을 망쳐버리는 수가 있다.


스킨십의 핵심은 과정에 있다. 설사 한 사람이 서툴고 미숙하더라도, 그 사람이 본인 중심이 아니라 정말 마음을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을 한다면 상대에게도 그 마음이 느껴지게 되어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경험을 하다 보면 스킨십을 하는 것에 익숙해지게 되어있다. 외국어를 처음 배울 때는 서툴지만 배우면 실력이 늘 듯이 말이다. 


관련글
스킨십, 욕구, 그리고 마음
연애, 스킨십 그리고 첫 경험 
남자와 스킨십 
여자와 스킨십  

http://m.podbbang.com/audiobook/channel?id=177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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