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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Mar 25. 2017

연애, 스킨십 그리고 첫 경험

첫 경험은 많은 것을 좌우한다.

내게 왜 이러는 거니?

지금은 주위에 남아있는 여사친이나 여자 사람 동생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 경우가 거의 없지만, 20대 때까지만 해도 주위에 여자 지인들은 나를 언니나 여동생쯤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많은 여사친들이 공개적인 장소에 글로 기록하기 민망할 정도의 말들까지도 서슴지 않고 해대는 것을 어쩔 줄 모르며 듣고만 있어야 했던 경험을 굉장히 많이 해야만(?) 했다. 왜 내 앞에서는 그렇게까지... 심지어는 참다 참다 민망해서 한 후배에게 '야 나 여기 있잖아. 나도 남자라고!'라 했더니 '에이 오빠 왜 그래요 우리 사이에^^'라는 게 아닌가.


어쨌든 그런 캐릭터였다 보니 정말 당혹스러운 경험들을 하기도 했는데 이는 전혀 그런 대화를 목적으로 만난 것도 아니었는데, 술자리도 아니고 벌건 대낮에 카페에서 갑자기 상대가 내게 본인의 첫 잠자리에 대한 얘기에 대하여 털어놓기 시작하는 경험이었다. 그것도 한두 번도 아니고 그런 경험을 몇 번씩이나... 처음 한두 번은 너무나 당황해서 휴지를 가져다주고 진정시키고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걱정하고 두려워했는데 그것도 몇 번을 겪으보니 그에 자연스럽게 대응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첫 경험, 첫걸음의 중요성

'첫 경험'이라는 말은 잠자리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 글에서 그 표현은 스킨십이나 연애 전반의 첫 경험을 의미한다. 첫 연애, 첫 키스, 첫 포옹, 첫 뽀뽀 등 무엇이든지 간에 '처음'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경험들 말이다. 어쨌든 일단 그렇게 갑자기 내게 본인의 첫 잠자리에 대해서 털어놓은 여사친들의 말들에 대해서 그대로 이어가자면 그들의 얘기는 남자인 나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스킨십에 대한 남자들의 대화와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대화가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내게 그렇게 털어놓은 그녀들의 이야기들 중에 아름답게 기억되는 기억은 거의 없었다. 그것을 티를 냈든, 그러하지 않았든 두려움이 훨씬 마음속에 컸었고, 그 첫 경험의 기억 때문에 몇 년을 만나던 남자 친구와 헤어지기로 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스킨십의 '정도'에 대한 얘기는 다른 포스팅에서 별도로 다루겠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그 경험으로 인해 남자를 믿을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을 갖고, 스킨십을 하는 것 자체에 대한 심한 거부감을 갖게 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대화를 나눴던 이들은 대부분 결국 그런 마음들을 이겨내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이처럼 그 경험이 이후의 경험들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첫 키스를 할 때는 종이 울린대'라는 말에 환상을 갖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찜찜했던 경험으로 인해 키스보다 뽀뽀나 포옹이 좋다는 한 남자 연예인의 예능에서의 고백은 첫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보여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다음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그것이 그 이후의 경험들을 지배하기도 하기 때문에 처음 하는 경험은 그만큼 중요하다. 연애와 사랑, 스킨십에서도 마찬가지로.


상대의 첫 경험을 존중하자.

영화 '오! 수정'에서 수정이 아직 누구와도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에 재훈은 눈을 번뜩인다. 그 장면이 불편했던 것은 그 모습이 마치 누군가의 첫 경험이 된다는 것 자체를 트로피를 차지하는 것과 같이 생각하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는 완전히 반대로 최근 라디오스타에서 악동뮤지션의 수현 양이 본인이 아직 연애를 안 해봤기 때문에 상대도 첫 연애이면 좋겠는데 연애에는 능숙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을 봤다. 그건 불가능한 얘기다. 처음 연애를 하는데 능숙한 사람이 어디 있겠나?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처음 하는 것은 어설플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쩌면 사람들은 첫사랑은 실패하게 되어있다고 하는지도 모른다. 누구의 탓도 아니고, 그저 서로 처음이라 낯설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그 '처음'이 정복의 대상도 아니다. 상대가 경험하지 않은 무엇인가를 당신과 처음 한다면 그것은 그만큼 조심스럽게, 그 사람의 기억에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도록 배려를 하고 존중을 해줘야 한다. 이는 그 사람의 다른 경험들보다 그 경험에서 있어서 만큼은 당신이 그 사람의 기억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본인은 처음 하는 것인데 상대는 처음이 아니라고 해서 좌절하거나 화가 날 필요도 없다. 물론 본인에게는 정말 특별하게 기억될 그 경험이 상대에겐 그만큼 특별하게 남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역으로 본인에게는 처음이 아닌 경험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처음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중요하고 소중한 건 본인이다

연애에서 상대를 의식하고 본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강요나 설득으로 무엇인가를 결정하지 말자. 나를 언니로(?) 인지하고 본인 얘기를 털어놨던 여사친들의 첫 경험이 아픈 추억으로 남은 것 역시 대부분 들이 너무 상대방을 의식한 나머지 본인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 자신이다. 본인이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NO라고 얘기하자. 


그걸 존중해주지 못하는 사람과는 헤어지는 게 낫다. 본인이 행복하지 않은 연애는 하지 않으니만 못하다. 아니, 하지 않는 게 낫다. 상대가 준비되지 않은 것을 강요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기에. 본인의 첫 경험은 본인이 결정하자.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모든 것의 첫 경험은 아름답게 기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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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podbbang.com/audiobook/channel?id=177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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