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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Oct 12. 2018

연애가 힘든 사람들에게

우리는 과장된 연애 속에 산다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외국에서 커플들이 부둥켜 안고 있거나 키스를 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분위기의 미국인학교를 다니고, 한국에서도 항상 같은 교실에 남녀가 섞여서 앉는 남녀공학에 다녔기 때문에 난 이성이랑 어울리는 게 어려움을 겪었던 적은 없었다. 심지어 대학에서도 사회과학을 전공하다 보니 남녀 비율이 거의 1대1이었고 동아리, 교회에는 항상 여자가 더 많았다. 그래서 이성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겠다거나, 20대 중반을 넘어서까지 모태솔로였던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연애에 대해서 진솔한 얘기를 하는 자리가 늘어날수록 세상에는 생각보다 이성에게 다가가는 것도 힘들어하거나, 매우 짧은 연애 같지 않은 연애만 해봤거나, 아예 연애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방송과 인터넷에서는 연애에 대해서 요란하게 떠들어대고, 연애를 많이 화려하게 해 본 사람들은 자신의 연애담을 말하면서 다니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서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거나 제대로 한 적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입을 열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다 연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 연애를 많이, 잘 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연애가 힘든 이유

연애를 제대로 해보지 못했거나,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꼭 능력이 없거나 이상한 것은 아니다. 내 주위에는 직장도 멀쩡하고, 옷도 잘 입고, 섬세해서 연애와 결혼을 하면 정말 상대에게 너무 잘할게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40이 넘어서까지 모태솔로인 형도 있고, 그 형 외에도 결혼하기 전까지 제대로 된 연애를 못해 본 사람들이 꽤 많았던 걸 보면 연애를 하고 있는지 여부와 연애경험이 그 사람의 수준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연애를 제대로 못해봤거나 20대 중반이 넘은 사람들 중에 연애를 못한 지인들은 보통 그 패턴이 비슷했다. 그런 사람들이라고 해서 호감을 느끼거나 정말 좋아했던 사람들이 주위에 없었을까? 아니다. 그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을 때 상대방의 반응, 거절당할 경우에 얼마나 힘들지 또는 헤어진 이후에 얼마나 힘들지에 대하 두려움이 그 발목을 잡는다. 최소한 내 주위를 보면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너무 크기에 그 안으로 아예 들어가지를 못하는 사람들이 연애를 거의 못하거나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듯하다.


물론 그 외에도 연애 자체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있고, 지금 당장 연애에 크게 관심이 없다고 해서 거기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정말로 연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있고, 과거에 관계에서 상처를 받아서 마음이 사람들에게 아예 닫혀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을 보면 표현을 하지 않을 뿐 사실 전자보다는 후자인 경우가 많은 느낌을 받곤 한다. 분명한 건 이글에 해당사항이 있는 사람들은 '연애를 하고도 싶고, 호감이 가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애를 [못]하는 사람'들이란 것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모르는 것은 처음부터 연애에 능숙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때까지, 아니 솔직히 말하면 대학교에 있을 때도 온갖 무용담을 그럴 듯이 말하는 사람들도, 끊임없이 연애를 하는 것 같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사람들의 구체적인 연애 얘기를 들어보면 완벽하게 연애를 잘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대부분이 자신의 실수를 들키지 않게 과장을 하거나, 말하기가 부끄러워서 사람들과 자신의 얘기를 공유하지 않을 뿐이었다.


물론 정말로 연애를 잘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연애를 잘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나이가 들수록 주위에 많아질 것이다. 이는 연애도 할수록 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모든 게 두렵고, 거절도 한두 번 당할 때는 좌절감이 크지만 그 횟수가 반복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연애를 하는 방법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익혀진다.' 여기에서 '익혀진다'는 것은 이성들이 보통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평균치, 나는 어떤 게 편하고 좋은지에 대한 경험치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즈음되면 '나는 연애가 어려웠던 적이 전혀 없는데'라고 호언장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주위에서 그런 사람들을 보면 어렸을 때 감정에 충실해서 '지르고 다니는' 성향의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사람들은 보통 본인의 행동으로 인해 힘들어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아니면 운 좋게 자신이 한 그대로를 받아준 상대를 만나서 그렇게 착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패턴으로 연애를 하는 것이 연애를 '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아니 조금 더 솔직해지면 그런 연애는 '좋은 연애'가 아닌 '이기적인 연애'인 경우가 굉장히 많은 듯하다.


물론 정말로 건강한 가정에서 자라서 처음부터 연애가 어렵지 않았고, 좋은 연애를 하는 소수의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대부분 사람들이 처음에는 연애가 어렵고, 실수를 하고,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겪지 않고 연애를, 사랑을, 결혼을 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겠다는 것은 꿈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연애가 항상 아름다울 수는 없다. 그런 기대를 갖는 것은 마치 운동은 안 하면서 몸짱이 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헛되고, 헛된 기대에 불과하다. 몸짱이 되고, 그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 휴식, 식사를 잘 챙겨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애를 하는 잘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 있을 때까지 어느 정도의 어려움은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본인이 연애를 하고, 또 해도 연애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전혀 감이 오지 않고 자신감도 생기지 않는다면 그건 자신의 경험을 놓고 본인과 상대에 대한 고민을 전혀 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연애를 '잘' 하기 위해서 연애를 공부하듯이 복기하면서까지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본인이 이별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감정이 조금 가라앉고 나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는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몸짱이 되려면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육이 만들어지게 잘 쉬는 것도 필요한 것처럼, 좋은 연애를 하려면 연애를 하는 것과 함께 그 연애에 대해서 고민하고 생각해 보는 시간도 필요하고 중요하다.


http://m.podbbang.com/audiobook/channel?id=177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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