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결혼 전초전이 아니다.

사람과 사랑에 대하여. 7화

by Simon de Cyrene

'결혼'은 내게 20대에도 큰 화두였다. 30살에 결혼하고 싶단 생각을 했으니 그랬을 수밖에. 그래서 조금, 아니 많이 억울한 면이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20대에도 내 머리엔 연애보다 결혼이 앞서 있었던 것은 자발적인 생각이나 의지가 아니라 교회와 부모님에게 세뇌되어 그랬다는 것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20대에 연애도 하기 전에 결혼부터 생각하는 것이 멍청하고, 비효율적이며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시스템과 대부분 가정의 분위기의 특징들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20대에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20대에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힌트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연애를 하기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결혼을 제대로 하겠나?


설사 본인을 어느 정도 이상 아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연애를 하기도 전에 결혼을 생각하며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멍청한 일인 것은 우리가 지인으로, 아니면 호감이 있는 수준으로 아는 A라는 사람은 연인으로 만날 때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연애나 동거를 아무리 오래 한다고 해도, 아니 결혼해서 몇 년을 함께 살아도 우린 상대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상대의 진짜 모습 몇 가지는 알고 결혼을 결정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연인으로, 얼마 동안이라도 가장 가까운 사람이자 가장 좋은 친구로도 지내보지 않고 결혼을 고민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굳이 연애를 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꽤나 오랜 기간을 지인으로, 그것도 친한 지인으로 살면서 상대를 '인간 A'로 알았다면 굳이 연애를 하지 않고 결혼을 해도 두 사람은 잘 맞춰가며 살 수도 있다. 또 운이 좋거나, 자신을 정말 잘 알고 사람을 보는 눈이 있는 사람, 둘 중 한 사람이 타고나게 상대에게 잘 맞춰주는 경우에는 서로의 연애기간이 길지 않아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건강한 가정을 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연애나 결혼을 하는 사람들의 10%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일정 수준 이상의 호감만 있는 상태로 연인이 된다. 우리가 연인이 되었다고 해서 상대에 대해 다 아는 것은 아니지 않나? 연애를 한다는 것, 연인이 된다는 것은 '당신에게만 집중하면서 이성으로,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겠습니다'란 약속을 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인은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고, 우리는 연애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감과 동시에 현재에도 가장 좋은 친구로 서로에게 의지하고 사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어느 순간부턴가 더 힘이 되고, 깊게 알아가게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더 힘들게 하고, 맞춰가는 게 힘들어지는 순간들이 올 수 있다. 아니, 그런 순간들은 반드시 온다. 그럴 때 두 사람이 다시 대화를 통해서 맞춰갈 수 있으면 두 사람은 서로를 더 알아감과 동시에 현재를 공유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고, 상대와 함께 하는 게 더 힘들고 버거우면 헤어지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서로를 더 알아감'에 초점을 맞추는데,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서는 사실 두 사람이 '현재를 공유'해야 한다. 이는 우리는 다른 사람을 '삶 속에서', 그리고 '삶의 과정을 통해' 알아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실 연애의 초점은 '미래'가 아닌 '현재'여야 한다. 이 사람과 지금 함께 하는 것이 행복해도 미래에는 힘들 수 있는데, 하물며 지금 힘들다면 그건 미래의 힘듦이 예약되어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알아가다 보면 더 좋아지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이미 상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나 마음이 자리를 잡았다면, 사람은 상대를 그런 색안경을 끼고 보기 때문에 계속 부정적인 면들이 강조되어 보일 확률이 높다. 우리가 결혼을 생각하기 전에 '현재의 연애'와 '현재의 관계'에 집중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상대와의 결혼을 고민하더라도 일단 상대와 지금, 현재 지내는 시간이, 서로 공유하는 삶이 행복하고 즐거워야 한다. 아무도 보장해주지 않고, 전혀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도,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머리로 계산해서 갖는 것도 그렇게 지혜로운 건 아니다. 미래를 알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연애는 항상, 현재가 최우선이어야 한다. 결혼은 그걸 전제로 하고, 그다음에 나올 얘기다. 연애 자체가 결혼 전초 전일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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