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랑에 대하여. 15화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낳지 않는 것으로 공인된 국가다. 2년 연속 198개 국가 중 198위. 여성 1인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 1.1명. 국가와 출산을 연관 짓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더군다나 [여성 1인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라는, 여성을 무슨 아이 낳는 기계처럼 취급하는 통계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통계를 그런 식으로 내니 어쩔 수 없이 인용할 수밖에 없는 통계에 의하면 그렇다.
왜 그럴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사실 '먹고살기도 힘들어서'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이만 낳지 않는 게 아니라 사실 결혼도 그렇게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니까. 다른 나라는 결혼하지 않더라도 동거하면서 실질적으로 부부처럼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동거하는 사람의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혼자 사는 사람이 가장 많은 편인 나라가 아닐까 싶다. 일본 정도가 우리나라를 대적(?)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상황에 대해 [어른]들은 '다 갖춰서 사는 사람들이 어디 있어? 만들어가는 거고 부족한 상태로도 같이 사는 거지'라고 말하고,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젊은 사람들이 '먹고살기도 힘들다'라고 하는 기준은 최저생계 수준을 상당히 높게 잡고 있기 때문에 그게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면도 없지 않다. 조금 힘들어도, 넉넉하지 않아도 아이를 2-3명 낳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그게 불가능하진 않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니까 힘들게라도 결혼해서 살아'라고 말하는 것이 괜찮다거나 정당화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혼하는 것을 넘어서 아이까지 낳아서 그걸 감당하고 사는 것의 힘듦과 어려움을 일방적으로,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다 그렇게 사는 거라며 그렇게 살라고 하는 건 그냥 불행해지라는 소리로 밖에 들릴 수 없지 않나? 세상에 반드시 해야만 할게 어디 있나? 무엇보다 본인의 결혼을 후회하고, 결혼생활에 짜증을 내면서도 결혼해서 아이는 낳아야 한다는 [어른]들의 얘기와 같은 모순도 그런 모순이 없다. 그런 말은 부모님이 자녀에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사실 정말 자녀를 위한 말이기보다는 본인이 손자와 손녀를 보고 싶은 마음에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는 것인 경우가 적지 않다.
결혼도 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을 수도 있는 것처럼, 아이 역시 가질 수도 있고 갖지 않을 수도 있다. 아이를 갖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를 생각해보면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히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자들의 입장에선 엄청난 신체와 호르몬 변화를 경험해야 하고, 출산 후에 회복되지 않는 것들이 있을 뿐 아니라 젖몸살을 겪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며, 사회적으로는 일할 기회가 확연하게 주어들기 하기 때문에 아이를 갖지 않고 싶어 할 이유가 넘치고도 남는다.
이는 사실 남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여자들이 사회생활을 할 기회가 줄어든단 것은 결혼해서 꾸린 가정에서는 남자들이 그만큼 돈을 더 확실하게, 안정적으로 벌어와야 한단 것을 의미하고, 이는 본인이 정말 하기 싫은 일도, 고통스러운 일도, 그만두고 싶은 일도 이를 악물고 해야 한단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어느 정도까지 기르는 과정에서는 신체적인 변화와 힘든 부분들 때문에 여자들이 때때로 짜증과 화를 내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남자들은 그걸 다 '잘' 받아줄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아이를 낳아서 기르지 않을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걸 잘 못하면 두 사람이 서로에게 '나를 이해해 줄 생각도 하지 않고!'라며 섭섭해하고, 싸우며 멀어지기 십상이다. 아이도 잠을 잘 안 자고, 조금 더 크면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것도 신경이 쓰일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한데 그에 더해서 두 사람 간에 스트레스까지 넘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보통 [아이를 낳지 않을 이유]에 해당한다. 그런데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을 이유와 아이를 낳고 사는 삶의 힘듦에 대해서는 이처럼 구구절절, 거의 상식이 될 정도로 얘기하는데 왜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삶에 대해서는 잘 얘기하지 않을까?
조금 이야기를 앞으로 당겨서 '연애'시기로 돌아가 보자. 두 사람이 연인이 되어 호르몬이 작용하고 마냥 좋은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해보자. 짧으면 3개월, 길어도 1년 정도가 되면 사실 두 사람이 데이트로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 이후에는 두 사람이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하고, 알아가면서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게 되지 않는 이상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어있다.
그렇다고 해서 연애기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두 사람이 무조건 헤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연애기간이 길어진단 것은 두 사람이 사는 환경도 그만큼 달라진단 것을 의미하고, 두 사람이 사는 환경이 달라지면 두 사람의 일상도, 생각도 달라지기 때문에 두 사람은 연애 초기와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예를 들면, 학교 CC인 사람들은 두 사람이 같은 학교에서 모두 학생이기 때문에 관심사가 비슷해서 대화도, 공감도 잘 될 수 있다. 그런데 한 사람은 취업을 하고 한 사람은 대학원을 가거나, 한 사람은 대기업에 한 사람은 중소기업에 취직을 하면, 그게 아니어도 두 사람이 남자와 여자로서 회사 생활하는 것의 차이에 공감하지 못하기 시작하면 두 사람은 서로 멀어질 수 있단 것이다. 환경의 변화로 인해 달라진 상대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면 두 사람은 더 이상 대화를 할 수 없게 되니까. 오랜 연애를 하고, 완벽해 보였던 커플도 헤어지는 경우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결혼]은 그렇게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사는 두 사람의 [이해관계]를 묶어놓는 역할을 한다. 두 사람이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살고, 매일 보면 두 사람은 대화를 많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공감하는 영역이 많아질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경제적인 부분이 공유되기 시작하면 두 사람이 서로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상대의 경제적인 상황이 나의 경제적인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상대가 일상을 사는 게 나의 일상을 사는데 영향을 미치니까.
그 과정에서 그들의 관계를 묶어놓고 어느 정도 유지시켜주는 것은 '새로움'이다. 같은 공간에 살면서 알아가게 되는 상대의 모습, 상대 얘기를 듣게 되니까 알게 되는 새로운 세계. 무엇보다 결혼을 안 해봤기 때문에, 해봤어도 상대와는 처음이기 때문에 경험하게 되는 새로움이 계속 있기 때문에 초혼도, 재혼도 '신혼'은 부딪힘이 많으면서도 좋을 수밖에 없다. 사실 상대의 [다름]을 [새로움]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신혼생활은 마냥 즐겁고, 행복하며 매일이 새로울 수도 있다. 신혼부부들이 많이 싸우는 것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해주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그러한 새로움에도 한계가 있다는 데 있다. 연애를 1년 정도 하면 서로 어지간한 것을 알듯이, 새로움이 떨어지듯이 신혼생활도 2-3년 정도 하면 서로 새로울게 없어진다. 인생이란 원래 같은 일상의 반복 속에서 이벤트는 한 번씩 '툭' 있는 거니까.
[아이]는 그런 관계에 항상 새로움을 부여해 줄 수 있는 존재다. 아이는 빨리 자라고, 자라면서 챙겨줘야 할게 많으며, 계속 새로운 것을 챙겨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은 신경 쓸게 많고 그게 피곤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사실 그 과정은 조금만 관점을 바꾸면 '새로움을 알아가는 즐거움'일 수도 있다. 물론, 앞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과정은 힘들고 피곤하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당신이 운동을 하지 않고 몸이 좋아질 수 있나? 다이어트를 하지 않고 살을 뺄 수 있나? 없다. 그걸 감당해야 멋진 몸을 가질 수 있듯이 아이를 기르면서 느낄 수 있는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새로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고단함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어렸을 때는 [아이에 맞춰 산다]는 말이 비참하게 느껴졌었다. '그럼 내가 없어진단 얘기잖아?'란 생각이 들어서. 그런데 한국 나이로 40이 될 때까지 이것저것 다양하게 살아보니 내가 엄청나게 중요해서 뭔가를 계속할 수 있는 건 허황된 것들이, 자극적이긴 하지만 '행복'에는 미치지 못하고 '쾌락' 정도의 즐거움을 주는 것들이 대부분이더라. 그리고 지인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을 보니 아이가 없는 나는 절대 알 수 없는 아이를 낳아서 그리는 것의 즐거움과 행복이 있고 그 행복과 즐거움은 아이가 자람에 따라 다른 종류의 행복과 즐거움이 되더라.
그리고 아이는 부부관계에 새로움을 던져주는 것을 넘어서 부부를 엮어주는 또 하나의 '이해관계'가 되기도 한다. 부부가 완전히 다른 직장에 일하거나, 한 사람만 일할 경우 사실 두 사람이 상대의 삶을 이해할 수 없어서 점점 멀어질 수 있는데 아이는 두 사람이 대화하고, 상의하고, 협의할 수 있는 중심축이 되어준다. 그리고 아이의 존재는 외도의 유혹으로부터 부부를 지켜주는 존재가 되어주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가지면 외도를 하지 않고, 아이를 갖지 않으면 외도를 하게 되지 않는단 것은 아니다. 그건 사람마다, 관계마다 다르지만 아이의 존재는 부부가 가정에 더 집중하게 만들어줌으로써 두 사람이 서로에게도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한단 것이다.
쓰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져서 본래 쓰려했던 [아이를 가져야 할 이유]는 거의 다루지 못해서, 그 내용은 다음 글에서 구체적으로 풀어내야 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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