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타이밍

위로 안 되는 위로의 말들. 21화

by Simon de Cyrene

위로에 있어서 상호 간의 신뢰가 존재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당신이 누군가와 관계에서 깊은 신뢰를 형성하고 있다고 치자. 서로 깊은 대화도 많이 나눴고, 둘이 대화를 나눈 카톡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면 위험하니(?) 일단 방을 폭파하고 다시 대화를 나누자고 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내밀하고 예민한 얘기도 기꺼이 나누는 사이라면, 상대가 어떤 말을 하거나 당신이 상대에게 어떤 말을 해도 상대에게 위로가 될까?


당연히 아니다. 상대의 표현이 너무 거칠 경우 상호 간에 신뢰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 말이 위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 문제라면 상호 간에 신뢰에게는 '네가 000이라고 말한 게 편하게 받아들여지지만은 않았어.'라고 솔직히 말하고 서로의 오해를 풀면 그만이다. 자신의 내밀하고 예민한 얘기까지 하던 사이라면 그 정도 얘기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가 똑같은 말을 해도 그걸 다르게 받아들일 때가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정말 친한 사람에게 위로라고 전한 말에 상대가 화를 내거나 오히려 상처를 받은 경험을 해보지 않았을까? 그런 일은 보통 가족이나 연인처럼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나고, 그런 경우 위로해주고 싶어서 몇 마디 했을 뿐인 지인이나 가족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처럼 서로를 오해하게 되는 이와 같은 상황은 두 사람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고, 망가뜨리는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이 상황이 아이러니한 것은 그 과정에서 잘못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위로의 말을 건넨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내가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는,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하고 있어서 위로하기 위한 말을 던졌는데, 예전에도 했던 말이고 그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상대가 갑자기 폭발하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그런 경험이 몇 번 반복되면 그 사람은 상대에게 어떤 말도 건네기가 조심스러워지고, 심할 경우 상대가 조울증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상대가 정말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지가 의심스러워질 수 있고, 그러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소홀해지고, 망가지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틀어질 수 있다.


그런데 또 상대의 말에 조금은 예민하게, 어쩌면 과하게 반응한 사람은 그러한 오해에 억울함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본인도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상대가 한 말에 짜증이 났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가 자신에게 그런 얘기를 계속할 듯해서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표현한 것일 뿐인데, 본인도 이해 안 되고 모르겠는 자신의 반응으로 인해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거리를 두는 상대가 원망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입장에선 그런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상대에게 섭섭할 수 있다.


이렇게 관계가 꼬이는 건 누구의 잘못일까?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모든 건 사실 타이밍의 문제였을 뿐이다.


사람은 힘든 상황에 처하면 힘들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껏 울고, 힘들어하는 시간이 필요하단 것이다. 이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치다. 우리가 운동을 굉장히 세게 해서 힘들어졌다고 치자. 그 후에 몸이 회복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감정이 힘들어지면, 그 감정이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그런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힘든 상태가 해결되지 않은 사람을 어설프게 위로하려 시도하면 이는 마치 근력운동을 엄청나게 하고 몸이 회복되기 전에 운동한 부위의 운동을 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운동한 부위가 회복하기 전에 다시 운동을 하면 어떻게 되냐고? 근육이 만들어지거나 커지기는커녕 운동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다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감정적으로 안에 있는 것들이 해소되지 않은 사람에게 어설프게 위로하는 것은 그 사람의 다른 부분을 더 아프고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상처가 아물기 전에 소독약을 엄청나게 쏟아붓는 것처럼 말이다.


감정과 관련된 모든 것이 그렇지만, 위로도 타이밍이다. 아무리 가깝고 상호 간에 신뢰가 있는 관계라 할지라도 상대가 위로받기 위해서는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타이밍이 맞지 않는 위로는 그 사람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타이밍을 어떻게 맞추냐고? 우리가 누군가를 위로해주고 싶은데 상대의 상태나 상황을 잘 모르겠다면, 상대의 말을 우선 다 들어줘야 한다. 무조건 공감하면서. 판단하지 않고. 이는 사람은 보통 감정적으로 힘들 때 누군가에게 자신의 힘듬을 털어놓고 싶어 하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고 상대가 그 얘기를 잘 들어주면 공감받고 위로받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위로의 말이나 조언은 그 사람이 자신의 얘기를 다 했다고 느껴졌을 때, 자신 안에 있는 것을 다 쏟아낸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꺼내야 한다. 특히 조언을 할 경우에는 상대의 감정과 반응에 맞춰서, 상대가 혹시라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 상대의 말에 일리가 있음을 인정해주면서도 자신의 말이 정답이라고 가르치기보다는 '내가 틀릴 수도 있는데 내 생각에는...' 정도의 유보를 둬가면서.


왜 그렇게까지 눈치를 보면서 위로하거나 조언을 해줘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위로나 조언을 하는 대상이 상대의 일과 상황이기 때문이다. 내 일이 아닌 일에 관여를 할 때는 내가 아니라 상대가 중심이 되는 게 맞지 않을까? 그 정도 배려를 할 생각이 없다면, 상대의 상황과 상태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고 싶거나 그럴 것 같다면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게, 한 번 따뜻하게 안아주고 그윽한 눈빛을 날려주고 자리를 뜨는 게 그 사람을 진짜로 위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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