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로 살 이유. 6화.
'요즘 애들'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는 시대별로 구분해서 보면 사실 과거와 '요즘'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버릇이 없다거나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식의 이야기는 사실 어느 시대나 있었고, 시대를 불문하고 '요즘'에 더 그래 보이는 것은 사람들이 돋보기를 들이대고 그 지점들을 강조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어느 시대나 같은 세대라고 해서 동질적이지 않기 때문에 한 세대에도 예의 바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문란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공존할 뿐이다.
다만, 이 시리즈의 초반에 설명했던 것처럼 인류가 경험해 본 적 없는 정보의 홍수로 인해 오늘날을 기준으로 '요즘'에는 과거에 비해서 확연하게 강화된 패턴들이 보이기는 한다. 그중 한 가지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쉽게 그만두고, 힘든 것을 오래 감당하지 않으려는 패턴인 듯하다. 스타 셰프인 이연복 셰프와 정호영 셰프의 식당도 사람을 찾기가 힘들고, 개인적으로는 작은 마케팅 대행사에서 일할 때 그런 흐름들을 자주 느꼈다. 가장 최근에는 디저트가 유명한 굉장히 핫한 카페를 운영하시는 사장님께 제과제빵 업계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들을 들었다.
첫 직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오래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사실 나도 기성세대의 기준으로는 한 회사를 오래 다닌 편은 아니다. 첫 직장이었던 대기업은 2년, 박사과정을 하면서 다녔던 회사는 1년 반 밖에 다니지 않았다. 첫 회사는 1년을 다니고 3년 이상 있어서는 안 되겠단 결심이 섰지만 다음 계획을 가지고 그만두기로 마음먹고 1년 동안 준비해서 대학원에 합격한 후에 그만뒀고, 두 번째 회사는 애초에 파트타임으로 들어갔다가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는 내 일을 하기 위해 나왔었다.
오래 다니면 안 되는 직장들은 분명 존재한다. 아무리 겉이 화려하거나 큰 기업들도 불법적인 행위를 강요하고, 처음에 말했던 조건과 들어와서 직면하게 되는 조건에 너무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빨리 그 회사에서 발을 빼는 게 상책이다. 모든 게 한 사람에 의해서 좌우되고 직원들은 오너의 수족처럼 운영되는 기업에도 오래 있어서 좋을 게 없다. 이는 그런 기업에서는 아무리 기다려도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지 않고, 오래 있는다고 해도 배울만한 게 없을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노동강도가 강하거나 임금 수준이 낮다고 해서 회사를 무조건 그만두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워라벨과 열정 페이에 대해 설명하면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노동강도가 강한 경우에는 일을 빨리, 많이 배우게 되는 조직도 있고 임금 수준이 회사의 현재 위치와 상태, 사업분야의 한계로 인해 낮을 뿐이지 그 안에서 배울 게 많은 좋은 회사들도 있다. 물론, 노동강도가 강하다고 해서 무조건 일을 배우거나 본인이 발전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임금을 올려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착취를 하는 회사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회사들이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첫 직장을 얼마나 다닐지, 언제 그만둘지를 놓고 고민할 때는 조금 더 면밀히 알아보고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사실 요즘 사람들 중에 본인 기준으로 충동적으로, 계획과 생각 없이 그만두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온라인에는 엄청나게 많은 정보들이 생산 및 유통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본인 나름대로 충분한 정보들을 가지고 그만두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문제는 그 정보들이 모두 정확하거나 맞지는 않다는 데 있다. 이직이나 연봉, 커리어와 관련된 정보들은 사실이 아니거나 과대 포장되어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전제하고 접할 필요가 있다. 위인전에는 한 인물의 좋은 점과 업적들만 나열되어있지만 그 과정에서 아픔과 고통, 슬픔과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는 것처럼 이직, 연봉과 커리어에 대한 정보들은 디테일한 맥락과 사실관계들이 생략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정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 정보를 생산한 사람은 자신을 포장하고 팔기 위해 그 영상이나 글을 썼을 텐데 그 정보가 어떻게 개관적일 수 있겠나?
첫 직장을 언제까지 다닐 것인지의 첫 번째 기준은 '내가 이 회사에 다니면서 새롭게 배우는 것이 있는가?'가 되어야 한다. 만약 본인이 새로 배우는 것이 있다면,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소모되는 게 아니라 경험이 축적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다음 단계까지 그려진다면 지금 당장 연봉이 조금 낮거나 노동강도가 강해도 최소한 3년은 다녀 본 후에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게 바람직하다.
'첫 직장 3년'은 공식처럼 모든 사람들이 말하지만 그 이유는 설명해주지 않는데, 그 이유도 분명하다. 사실 대부분 사람들은 첫 직장에 들어가서 1-2년 정도 되면 본인이 그 안에서 배우고 파악할 수 있는 건 다 익혔다고 생각한다. '요즘 사람들'이 1-2년 차 정도에도 많이 이직을 하는 건 그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고 해도 1-2년 차에는 보이지 않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작은 조직들의 경우 3-4년 차 정도에 관리적인 성격이 들어간 일들을 하게 되는데, 그런 일을 하기 시작하면 그 안에서 자신이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작은 조직에서는 자신이 2-3명 이상을 관리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고, 그 일에 적응을 했다면 그 안에서 더 오래 다닌다고 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익힐 게 없을 확률이 높다. 그런 상황에서는 그 회사 안에서 본인을 특별히 더 인정해주거나 자신이 그 안에서 더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 이상 자신이 다진 기초와 쌓은 경험 위에 새로운 경험과 배움을 더할 수 있는 직장으로 옮기는 게 본인을 위해서도 나을 확률이 높다.
대기업은 조금 다르다. 대기업의 경우 분업이 워낙 많이 되어있기 때문에 1년은 회사생활에 대한 적응, 1년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적응이 끝나고 3-4년 차에 자신이 하는 일에 새로움을 느끼지 못하게 될 즈음에 보통 다른 분업된 일로 업무가 바뀐다. 그리고 그즈음에 직급도 올라가서 업무에 대한 새로움과 새 직급에서 오는 만족감으로 다시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렇게 하는 '수평이동'은 경험이 축적되는 게 아니라는데 있다. 팀장과 임원이 되는 극소수의 사람들 외에 대부분 대기업 회사원들은 그러한 수평이동을 하다 밀려나거나 정년을 맞이하게 되기 때문에 3-4년 차 정도 회사를 다닌 후에는 자신의 인생을 어느 방향으로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한다.
마케팅 대행사에서 이러한 논리로 퇴사를 말리고, 말렸던 친구가 있었다. 그 회사는 연봉이 낮은 업계에서도 연봉이 높은 편은 아니었고, 시스템도 갖춰지지 못한 상태다 보니 실무를 하는 친구들은 당일 출근과 퇴근을 하면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 정도로 노동 강도가 강했다. 그렇다 보니 퇴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 친구도 1년을 조금 넘긴 후에 눈물을 흘리고 힘들어하면서 이 업계를 떠나겠다며 아무 계획 없이 퇴사를 하겠다고 했다. 한 번 말려도 수개월 후에는 다시 그러기를 반복하던 이 친구는 그 이후 그 회사에서 매너리즘을 느낄 정도로 일에 익숙해진 후에 글로벌 마케팅 회사로 이직을 한 후, 지금은 누구나 아는 종합 광고회사에서 자신의 연차보다 1년 더 인정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불과 4-5년 안에 일어난 일이다.
극악한 회사가 아닌 이상 첫 직장에서 '이 정도면 배울 걸 다 배웠어'라는 생각을 들었을 때는 아직 자신이 아직 모르는 게 있을 확률이 매우, 매우 높다. 만약 회사 일이 힘들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건 아직 본인이 주어진 일들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일 확률도 높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정도 느낌을 가지고 퇴사를 결정해서는 안된다. 운동을 할 때 근육이 발달하지 않은 부위를 운동하면 그 부위가 아프듯이 일할 때 힘이 든다는 건 아직 그 일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첫 직장에서는 최소한 그러한 일하는 근육과 기초체력은 기른 후에 퇴사를 해야 다음 일에 적응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상태가 되었을 때 퇴사를 고려하기 시작해야 할까? 우리는 어떤 상태일 때 이곳에서 배울 게 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사람은 보통 무엇인가에 완벽하게 적응했을 때 매니저리즘을 느낀다. 누가 일을 부탁해도 처리하는 게 어렵지 않고, 일에서 실수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을 때, 그리고 그 회사에서 본인보다 직급이 높거나 오래 있었던 사람들을 봤을 때 자신이 그 조직에 머무르게 되면 어디까지 무엇을 배우고 익힐 수 있을지를 두고 충분히 숙고한 후에 자신이 그 조직에 더 머무르면 도태될 것 같단 확신이 들면 퇴사를 준비하는 게 맞다. 이는 매너리즘을 느낀다는 건 그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일은 다 할 줄 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내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신입의 연봉 수준은 물론이고 평균 연봉도 최상위권이었던 첫 직장을 그만두게 된 계기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내가 출장을 갔을 때의 경험 때문이었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에 다양한 사업부서들이 베이징으로 출장을 갔고, 홍보실에서는 나 혼자 갔었는데 그러다 보니 다른 부서의 선배들이 어떤 마음과 태도로 일을 하는 지를 직접 경험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나는 '이 회사는 이런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구나. 이런 조직에 희망이 있을까? 나도 이곳에 오래 있으면 저렇게 될 텐데 저런 모습으로 일하고 싶은가?'라는 고민을 떠안았다.
그러던 와중에 한 선배가 '신입 때는 다 너희들처럼 눈망울이 똘똘했는데 5년만 지나면 생선 눈알처럼 변하더라. 너희는 그러지 마라'라고 한 말이 뇌리에 깊게 박혔다. 그 말을 듣고 선배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특별난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그 조직에 머무르면 5년, 7년, 9년, 10년 후에는 그 연차의 선배들의 모습이 내 모습일 텐데, 그런 상상을 하니 그 회사에 더 머무르고 싶지 않아 졌다. 그리고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 회사에 오래 머무르면 머무를수록 떠나기가 힘들어질 것이란 생각이 들어 최대한 빨리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해서 곧바로 그만두지는 않았다. 그 회사에 오래 머무르지 않기로 했지만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보니 2년 차에는 그러한 고민과 준비를 했고, 운이 좋게도 1년 만에 다른 방향이 잡혀서 다른 길로 나갈 수 있었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다음 스텝이 결정된 상태에서 퇴사 얘기를 꺼냈다 보니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게 퇴사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이는 일을 하다 보면 꼭 이력서가 아니더라도 어떤 시점에 왜 특정한 결정을 했는 지를 설명할 일이 생기는데, 그 스토리가 납득할 수 있으면 내 능력에 대한 의심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서류상으로 물음표가 생기는 이동과 결정이 있으면 그 사람은 새로운 조직에 가거나 일을 할 때마다 자신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확률이 매우 높다.
어떤 이들은 '남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아!'라고 하지만, 금수저로 태어나 사업체를 물려받는 사람이 아닌 이상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남의 시선의 영향을 받으며 살게 된다. 물론,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에 종속되어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결정들을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어떤 시선으로 볼 수 있는지를 최소한의 수준으로는 의식하고 그에 맞춰주면서 가는 게 본인이 그 길을 조금 더 수월하게 가게 해줄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라도 첫직장을 떠나는 결정은 더 많은 정보와 신뢰할 수 있는 다양한 성향과 경험을 가진 여러 지인들의 조언을 수집한 후 신중하고 깊게 고민해서 내려야 한다. 지금의 작은 결정이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