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도 사랑일 수 있을까?

사랑학개론. 14화

by Simon de Cy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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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수적인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동성애는 '죄'라는 얘기를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고, 동성애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나는 여전히 그러한 문화적 배경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동성 간의 스킨십을 보면 반사적으로 불편함이 느껴지고, BL물들은 애초에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20년 넘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 교육을 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그 흔적이 쉽게 제거되지는 않더라.


지금의 나는 당연히 동성애도 사랑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내가 '사랑일 수 있다'라고 하는 것은 동성애를 다르게 보는 것이 아니라 이성 간에도 사랑이라고 불리는 것이 사실은 사랑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동성애적 성향이 '타고나는 것이냐?'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다'라는 확신이 섞인 답을 하진 못한다. 하지만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하지도 못하겠다. '아직 분명하게 입증된 바가 없다'라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사실 나는 이 문제는 영원히 입증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이 문제가 입증되기 위해서는 동성애적 성향을 가질지를 모르는 수 백, 수 천, 수 만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성장과정을 모니터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동성애가 질병이라는 것도 아니다. 동성애가 '질병'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동성애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생물학적으로 공유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 입증이 되었고, 동성애가 정신질환으로 분류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동성애적인 성향은 특정한 생물학적 특징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는 객관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성향이 '타고났다'는 것도 입증된 바는 없다. 사실 우리의 마음과 머리에 대한 많은 부분들은 '과학적으로' 여전히 증명되지 않은 부분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사람들이 정신의학적으로 같은 증상을 보이더라도 그 원인이 다르기도 하고, 그러한 영역은 사실 심리학의 영역과 같이 봐야 하는데 그렇게 보더라도 사람들은 어떤 성향을 타고나서 어떤 환경에서 어떤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는지에 따라 같은 증상에도 다른 처방과 조치가 필요할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거대한 실험을 실행해 보지 않는 이상 동성애적인 성향이 타고난 것인지, 아니면 사후에 발달된 것인지는 아무도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누군가 내게 '동성애적 성향이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타고난 것'은 아닐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는 내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하는데 나는 평생 단 한 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대에게 내가 아는 '이성적인 매력과 마음'을 느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누구와도 단 한 번도 나눈 적이 없는 이야기다.


당시에 나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었고, 그 사람은 그런 내게 큰 힘이 되는 존재였는데 술이 들어간 상태에서 나는 평생 이성에게만 느껴봤고 동성에게는 단 한 번도 느낀 적이 없던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로 인해 나는 수개월 간 스스로의 성적 정체성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고, 힘들어했었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와 정말 친한 지인들은 내가 얼마나 분명하게 이성애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 너무나도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느꼈을 때 나는 엄청난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동성애적인 성향은 우리의 타고나게 예민한 어느 지점이 어떤 특정한 상황과 마주했을 때의 충격과 영향이 우리 안에 남아서 그런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그때 그 순간 그런 '감정'을 느꼈던 것은 나의 여러 가지 상태와 상황들이 결합된 결과이지 그게 내가 특정한 성향이나 경향성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내가 그러한 경향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전이나 후에 몇 번이라도 그런 느낌이나 감정을 경험했어야 할 텐데 내게는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타고난 것인지 여부'는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것은 동성애적인 성향이 힘과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란 것이다. 그에 대해서 동성애적인 성향이 이성애적인 성향으로 바뀌는 사람들이 있다는 반박이 항상 제기되고, 나는 학부시절 신문방송학과 과목에서 '한국의 동성애'에 대한 뉴스클립을 만들기 위해 한국의 1세대 퀴어와 동성애자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면서 그러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만나고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러한 사람들이 자신의 힘과 노력으로 성향이 바뀐 것은 아니었고, 그런 변화는 단기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일어나다가 언젠가 이성에게 에로스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는 형태로 드러나게 되는 듯했다.


내가 그 뉴스클립을 만들면서 만나 본 동성애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성향을 부인하고 부정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냈었다. 그들은 우리 사회가 동성애자들에게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는 지를 알고, 본인도 그런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 보니 처음에는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에 이성을 사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더라. 동성애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어쩔 수 없어서 자신의 성향을 받아들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우리는 이 지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동성애'라는 말에 곧바로 섹스와 스킨십을 연상시킨단 것이다. 내가 만나고, 취재했던 바에 의하면 동성애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연애도 이성 간의 연애와 비슷하다. 스킨십도 있지만 스킨십이 전부는 아니다. 이성 간의 연애에서 스킨십이 전부인가? 사람들은 그런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을 나쁘게 보지 않나? 스킨십이 연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는 않지만 스킨십은 연애와 사랑의 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동성애는 스킨십도 아니고 곧바로 섹스와 결부시켜서 생각하는 건 분명 차별적이고 폭력적이다.


사람들이 동성애를 이런 시선을 바라보게 만든 배경에는 사실 동성애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방법도 큰 영향을 미쳤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이 과거보다는 많이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성애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도 다른 사람과 똑같은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성적인 측면보다 진정한 '사랑'적인 측면을 먼저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면 동성애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은 덜 폭력적이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은 있다.


동성애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엉덩이, 가슴과 같은 육체적이고 성적인 요소를 탐하는 모습보다 자신의 사랑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해줬다면, 게이 퍼레이드가 보기 민망한 자극적인 옷차림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 찬 게 아니라 잔잔하게, 담담하게 자신들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을 취했다면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은 다를 수도 있지 않았을까? 게이 퍼레이드를 몇 번 현장에서 본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모습과 분위기는 주체와 참가자들의 성향과 무관하게 불편함을 느꼈던 경험에 비춰봤을 때 동성애도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메시지'가 달랐다면 사람들도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개신교 신자의 입장에서는 이 '죄'에 대한 부분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성경에서 말하는 죄(sin)는 인간 세상에서의 죄(crime)와는 구분해서 사용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성경에서 말하는 죄의 핵심은 '신이 창조한 모습에서 인간이 벗어나 있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성경은 '인간은 [모두] 죄인이고, 창조한 모습에서 벗어나 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죄의 경중에 대해서는 어떠한 기준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성경에 의하면 사람은 물질적 풍요로움을 밝히는 것도 창조의 모습에서 벗어난 죄이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죄에 해당한다. 성경은 인간이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에 사랑이 아닌 모든 것은 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동성애도 그러한 '창조 원리'에서 벗어나 있는 원리라는 것이지 동성애가 더 극악한 죄라는 것은 아니다.


일반 성도들을 성희롱한 목회자, 성도들의 헌금으로 부를 축적하여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목회자, 교회 사람들에게 잘 보여 선거에서 승리하려는 권력욕을 가진 성도 같은 사람들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더 창조 원리에서 벗어난 자들일까? 아니면 동성애자들일까? 난 후자는 악하다고 할 수 없고 전자는 악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동성애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성경이 말하는 '창조의 원리'에서 벗어나 있긴 하지만 자발적으로 그런 성향을 개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다른 사람에게는 피해나 상처는 주지 않는 반면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sin과 crime을 동시에 저지르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와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동성애는 분명 창조의 원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성경의 죄(sin)에 해당한다. 하지만 개신교 신자라면 예수님은 항상 소수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품고 사랑하셨고, 인간은 자신의 힘과 노력으로 하지 못하는 게 많으며, 성경은 누구 하나 죄인이 아닌 자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성경의 내용에 비춰봤을 때 그 이유나 원인이나 원리와 무관하게 동성애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도 성경에 의하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품고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지 배척할 대상이 아니다. 이는 만약 그들의 성향이 대부분 개신교 신자들이 말하듯이 타고난 성향이 아니라면 그들이 그런 성향을 가지게 된 것은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 때문일 것이고, 성경은 상처받은 자들을 품어주고 사랑하라고 명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에서도 계속 설명했고, 앞으로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우리가 말하는 '사랑'은 '상대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고, 에로스적인 요소와 감정은 두 사람이 상대를 더 많이 품고 소중하게 여기게 해주는 도구와 수단이지 그 자체가 사랑의 본질은 아니다. 그렇다면 동성애가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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