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학개론. 15화
이 시리즈에서는 결혼에'만' 해당하는 주제가 아니라면 연애와 결혼을 같은 기준을 놓고 살펴볼 것이다. 이는 연애의 목표가 결혼일 수는 없지만 과거의 연애가 결혼에 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결혼을 해서 좋은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좋은 연애를 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들은 연애하기 좋은 사람과 결혼하기 좋은 사람을 구분해서, 마치 두 부류의 사람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얘기하기도 한다. 맥락적으로 '연애하기 좋은 사람'은 음식과 비교하자면 MSG가 많이 들어간 음식처럼 외모가 매력적이고, 잘 놀 줄 알기 때문에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즐겁지만 신뢰하고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는 힘든 사람을, '결혼하기 좋은 사람'은 외모도 아주 매력적이지는 않고 재미는 없지만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연애하기 좋은 사람이 꼭 결혼하기에 좋지 않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 결혼하기 좋은 사람도 연애하기 좋은 사람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구분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각각의 '경향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연애하기 좋은 이성'과 하고 결혼은 '결혼하기 좋은 이성'과 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최근에는 젊은 시절에 마음껏, 문란하게 살다가 그런 과거를 숨기고 안정적인 상대와 만나 결혼하는 사람들의 배우자를 지칭하는 표현들이 생기기도 했다. 우리가 얼마를 생각하든지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과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행복한 지는 다른 얘기다. '연애하기 좋은 사람'과 만나던 사람들은 MSG를 넣은 음식에 길들여지면 자연재료로만 만든 음식의 맛을 오롯이 즐기고 느끼지 못하듯이 '연애하기 좋은 사람'과 연애를 했던 사람들은 '결혼하기 좋은 사람'과 함께 사는 삶이 밋밋하고 재미없게 느껴질 확률이 매우 높다. 반대로 결혼하기 좋은 사람으로 분류되는 사람과 연애를 해온 사람들은 연애하기 좋은 사람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사람은 절대로 하루아침에 180도가 바뀔 수 없고, 우리는 관성 속에서 경험해 본 것을 가장 편안하게 느낀다.
연애와 결혼을 대하는 기준이 같아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도 과거의 연애에서 100%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로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이 가졌던 성향이나 모습들 중에 싫거나 부담스러웠던 것은 갖고 있지 않지만 그들이 가졌던 좋은 면은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그런 유니콘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긴 하지만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그런 생각과 감각으로 다음에 만나게 되는 사람을 평가하거나 분석하게 되어있다. 이는 그 사람에게 연애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데이터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연애하기 좋은 사람과 결혼하기 좋은 사람을 구분해서 연애는 전자와, 결혼은 후자와 하겠다고 마음먹어서는 안 된다. 이는 그런 마음을 먹은 사람들은 높은 확률로 전자와 같은 사람과 연애를 하고 전자와 같은 사람과 결혼을 하거나 운 좋게 자신의 의도와 계획이 성취되었다고 해도 높은 확률로 밋밋한 결혼생활에 염증이나 지겨움을 느껴 행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연애와 결혼은 '배타적이고 서로를 소유'한다는 개념에서 같다. 둘의 유일한 차이점은 전자는 법적으로 구속되지 않는 반면 후자는 법적으로 상호 간에 구속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혼은 특정한 사람을 만나는 것을 목표로 해서 이뤄야 할 것이 아니라 연애하고 사랑하다 보니 상대와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꾸리고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과 신뢰가 생겨서 결정하는 결과여야 한다. 연애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결혼은 연애라는 과정을 거친 자연스러운 결과이지 그 자체가 목표일 수도 없고 목표여서도 안되기 때문에 연애와 결혼을 할만한 사람에 대한 기준이 따로 존재해서는 안된다.
사람들은 결혼을 목표로 생각하고 특정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사람을 만났다고 해서 우리가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특정한 사람'의 조건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상대의 그 조건 외에 다른 특성, 성향, 배경 등이 어떻게 조합되어서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두 사람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연애와 결혼을 할 때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까? 그에 대해선 다음 글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