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학개론. 20화
이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많이 바뀌었음을 느낀다. 그 과정에는 '돌싱글즈'라는 프로그램이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이혼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부정적인 시선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돌싱글즈'는 물론이고 '나는 솔로'와 같은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최소한 이혼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맞을 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기성세대는 '요즘 사람'들은 너무 쉽게 한다고 하는데 이혼한 내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 이혼한 사람, 특히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을 알기 때문에 결혼한 사람들은 절대로 이혼을 쉽게 하지 않는다. 과거보다 이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는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가 이혼 결정 자체를 억눌렀고, 그로 인해 이혼을 '못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황혼이혼이 10년 사이에 2배에 이르렀다는 것은 이혼을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혼이 나쁜 것인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살아가면서 잘못된 선택을 단 한 번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혼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실패가 아니다. 이혼은 자신을 잘 모르고, 가정을 꾸리면 따라오는 변화와 책임에 대한 이해 없이, 상대에 대해서도 정말 중요한 것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잘못된 선택을 한 '실수'를 돌이키는 것이지 인생의 실패가 아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말하지만 이혼으로 인해 수반되는 아픔과 고통은 굉장히 크고,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단 이혼을 하면 본인이 부모님에게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며 그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올고 그름을 떠나서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사람들은 대부분이 그렇게 된다. 내 주위에는 누가 봐도 이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있는 지인이 부모님에게 죄송하단 이유로 이혼을 못한 사람도 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이혼을 하는 게 장기적으로 부모님을 위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 사람은 결단을 내리지를 못하더라.
그 외에도 이혼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입게 되는 상처와 아픔은 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크고 많더라. 결혼을 할 때 '객관적으로'는 충분히 신중하지 못하고, 사람을 충분히 보지 못했을 수는 있지만 누구나 자신 나름대로 '주관적으로'는 신중에 신중을 구한다. 자신이 아는 한도 안에서는 누구나 최대한 신중을 기해서 결혼을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가졌던 신뢰가 깨지는 과정에는 많은 일들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많은 상처와 아픔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연인과 이별한 후유증도 만난 기간과 사람에 따라 굉장히 큰 경우가 많은데, 이혼은 오죽할까?
더 큰 문제는 이혼을 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주위에 이혼한 사실을 알리지 않거나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의 하루, 하루가 어떤 마음일까? 그건 본인이 아니면 아무도 알 수 없다. 이혼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이혼한 후에는 정신과 상담도 받고,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기도 한다는 것은 누구도 이혼을 쉽게 생각하지 않고, 이혼이 간단하고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서 아이까지 있다면 그 고통과 무게는 몇 배는 가중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혼의 원인을 가십거리 찾듯이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사람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혹자는 '노력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하는데, 노력해서 되는 사람이 있고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기 때문에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누구도 같이 살아보지 않고는 모를 뿐 아니라 상대가 누군가에게는 정말 좋은 배우자여도 다른 사람에게는 또 아닐 수도 있다. '더 노력했어야지'라는 말도 성립하지 않는 것은 사람은 누구나 노력할 수 있는 수준에도 한계가 있고 그 한계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말들이 폭력적인 것은 그 이면에는 '참을성이 없고 노력을 안 해서 이혼한 것'이라며 그 사람에게 이혼의 원인을 돌리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혼하게 된 것이 누구의 잘못으로 인한 것인지는 두 사람만 알 수 있고, 때로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 그저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이혼하는 것이 두 사람에게 모두 나은 경우도 있다. 그걸 제삼자들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이혼 후에 경험하게 되는 감정과 상황은 누구도 힘과 노력으로 통제할 수도, 조절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잘 알고, 무엇이 중요한 지도 앎과 동시에 상대에 대해서도 최대한 알 수 있는 것을 결혼하기 전에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고, 연애는 감정에서 시작되어 자연스럽게 시작해도 되지만 결혼은 철저히 이성적으로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상대의 조건을 보고 따져야 한단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고,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놓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단 것이다.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혼한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은 연애할 때 '괜찮겠지'라며 넘어갔던 지점들이 문제가 된다는 것은 우리가 왜 결혼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고, 결혼은 철저히 이성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지를 보여준다.
연애, 결혼과 사랑에 대한 시리즈를 브런치에서 쓰기 시작할 때와 5년 반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에 이혼과 이혼에 대한 시선이 조금은 달라졌음을 느낀다. 다행이다. 이제는 조금 더 나가 이혼이 실패가 아니라 조금 큰 실수를 했다고 받아들여줄 수 있으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거나, 최소한 조금 덜 불행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