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결혼의 이유. 12
사람들은 언제 결혼을 결심할까? 어느 정도 기간 동안 연애를 했을 때, 특정한 지점을 보고 '이 사람이다' 싶을 때, 또는 상대가 너무 좋아 미치겠을 때 결혼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름대로 이해가 되는 이유들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위를 둘러보면 10 커플 중 최소 절반 이상은 미혼남녀들에게 결혼을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그 이유들이 행복한 결혼을 담보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결혼 전에 사계절은 사귀어 봐야 한다'라고 말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사귄 지 2개월 만에 결혼하고도 평생을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고, 10년 연애를 하고도 1년도 안되어서 이혼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그러한 사람들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는 것은 연애기간 자체가 결혼에 중요한 게 아니란 사실을 보여준다.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할까? 그 첫 번째 이유는 '어떻게 연애를 했는지'에 따라 결혼생활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2개월을 연애했어도 솔직하게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해 나누고, 상대와 함께 가정을 꾸리는 것을 생각해 본 사람들은 연애기간이 짧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반면에 10년 동안 연애를 했어도 만나서 신변잡기적인 대화만 하고 스킨십 정도에서 데이트가 끝난다면, 그 관계는 시간은 연장이 되어도 둘의 관계가 깊어지고 서로를 알아가고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연애기간이 길어도 금방 이혼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두 번째 이유는 연애기간이 짧은 사람들과 긴 사람들이 갖고 있는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연애기간이 짧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내가 상대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렇다 보니 상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도 당황하지 않고, 그걸 오히려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것으로 여기며 즐거워하기도 한다. 반면에 연애기간이 긴 사람들은 서로가 알만큼 안다고 생각하고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연애와 결혼생활은 다르기 때문에 결혼을 하고 나면 자신이 모르는 상대의 모습이 보일 수밖에 없다. 연애 기간이 길었던 사람들 중에서는 그런 상대의 모습을 보고 '내가 지난 세월 간 알았던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혼을 결정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세 번째 이유는 연애기간이 긴 사람들의 경우 연애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거나 다툼의 원인 정도로 작용한 게 결혼 후에는 큰 문제가 되는 경우다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의처증이나 의부증 같은 증세를 보였던 것이 연애할 때는 만날 때 한 번씩만 문제가 되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혼해 보니 매일 그런 상황에 시달려 정신의학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당연히 이혼하게 되지 않을까? 서로의 감당하기 힘든 다름을 '별 것 아니야'라고 넘겼던 것들이 결혼 후에 문제가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이는 연애 기간이 긴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특정한 지점을 보고 상대를 결혼상대로 점찍은 경우는 어떨까? 그 지점의 장점은 결혼 후에도 유지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지점들은 보통 큰, 가치적인 것인 반면 현실은 작은, 일상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의 정말 성실하고, 본인의 인생계획이 철저하고, 순수한 면이 좋아서 결혼을 했다고 치자. 그게 그 사람의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그 사람의 인생에는 필요한 방향성과 특징이지만 그게 함께 사는 배우자에게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진 않는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자신은 일하는데 쓸 에너지도 부족하다며 집안일을 아예 안 한다고 해보자. 그건 배우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더해 성실하게, 미래를 위해 일을 하기 때문에 본인은 휴가도 가지 않는다고 치자. 그런 것들도 배우자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결혼을 할 때 정말 중요한 건 상대의 거시적인 방향성이나 거대한 비전이 아니다. 그보다는 상대의 취미생활, 말투, 작은 습관들이 배우자의 현실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결혼을 할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그러한 거대한 것들보다는 상대가 일상을 어떻게 살아내는지를 보는 게 훨씬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상대의 경제관과 같은 한 지점만 보고 결혼을 결심해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상대를 지금 너무 좋아하고, 상대와 함께 있으면 설레어서 결혼을 결심하는 건 가장 위험한 결혼 결정이다. 그 감정은 평생 갈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감정 상태에서는 상대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호르몬은 상대의 단점과 다름은 무시하고 장점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것만큼 위험한 결정이 어디에 있을까?
연애는 감정으로 시작하는 게 맞지만, 결혼은 사실 감정을 통해 축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결혼생활에 신뢰는 기본적으로 필요하지만 신뢰'만'으로 되는 것은 세상에 없다. 사람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존재이고, 사람은 언제나 변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건 상대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본인도 신뢰해서는 안 되는 존재고, 본인이 본인을 잘 모를 확률이 있으며,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우리는 항상 기억하고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다면 결혼을 결정하기 전엔 어떤 부분들을 고려하고,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할까? 사실 연애를 시작할 때는 상대를 두고 따지고, 재 보고 하게 될 수는 있지만 결혼까지 생각하는 시점에는 그런 것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계속 말하지만, 그런 것들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결혼하기 전에는 상대가 아니라 '나'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문제는 상대에게 있지 않다.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이 없고, 당신의 눈에 보이는 상대의 단점이나 부족한 부분만큼이나 당신에게도 부족한 면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의 단점이나 부족한 면은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매력으로 보일 수도 있다.
외모만 봐도 그렇지 않나? 누군가는 굉장히 마른 사람을 싫어하지만 누군가는 좋아할 수 있고, 누군가는 또 반대로 살집이 있는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다. 그리고 외모가 '객관적으로' 예쁘다고 해서 그 사람이 매력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매력에 이끌려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러한 상대의 모습은 결혼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상대의 그런 면들을 본인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돌아보고 본인이 '평생' 그런 모습을 수용하고 갈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상대가 평생 빨래를 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는가? 상대가 청소를 평생 해보지 않았다면 또 어떤가? 상대가 듣는 척은 하지만 결국 본인 마음대로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상대가 주말마다 오전에는 야구나 조기축구를 해야만 한다면 또 어떤가?
물론, 그런 것들을 모두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최소한 결혼에 대해 얘기할 때만큼은 상대의 여러 모습들을 떠올리면서 본인이 평생 그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갈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내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이고, 그럴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인지에 대해서. 그러고 나서 만약 본인이 다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그 지점에 대해서 두 사람이 최대한 서로를 배려하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 봐야 한다.
지금 대화를 나눌 때 맞출 수 있는 것들 중 상당수는 결혼 후에도 맞춰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결혼을 놓고 이야기하면서 그런 대화를 할 때조차도 맞추기 힘들겠단 지점이 떠오른다면 일단 연애부터 더 하면서 서로를 더 잘 알아가고 대화를 많이 하는 게 맞다. 결혼은 현실이고, 평생을 약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물건을 하나 살 때도 몇 날 며칠을 고민하기도 하면서 결혼을 때로 얼마나 쉽게 결정하는지가 놀라울 지경인데, 그렇게 결정한 결혼생활이 행복한 경우는 많지 않은 듯하다.
결혼은 연애와 달리 이런 이성적인 과정을 거쳐서 결정해야 하는 것은 결혼은 '공적인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공적인 약속 때문에 사람들은 연인과 이별하는 것보다 배우자와 갈라설 때 더 큰 상처를 받는다. 연애는 두 사람 간의 관계에서 끝내면 그만이지만, 결혼생활은 두 사람의 가족은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법적으로 봤을 때 결혼은 '계약'의 일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계약을 할 때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지 않으면 사기를 당하거나 부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상대를 충분히 분석하고 자신이 그 모습들이 수용 가능한지를 고민해 보지 않고 결정한 결혼은 불행해질 확률이 높다.
결혼은 현실이다. 그 현실을 단순히 '돈'으로만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조금 더 깊게 들어갈 필요가 있다. 결혼을 한다는 건 자신의 이해관계를 상대와 공유하고, 삶의 공간과 시간도 공유하는 것이다. 연애를 할 때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짜증이 나거나 데이트가 피곤해도 그건 대부분의 경우 많아 봤자 일주일에 2-3번이다. 그때는 그 순간만 넘기면 자신만의 시간으로 도피할 시간이 훨씬 많다.
하지만 결혼은 반대다. 결혼을 하는 순간 데이트를 하는 신간보다 현실에서 서로의 일상적인 모습을 접하고 보는 시간이 훨씬 길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을 결정할 때는 상대가 데이트가 아닌 다른 시간이 무엇을, 어떻게, 왜 하고 지내는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해야 한다. 아무리 착하고, 열심히 살고 성실한 사람이라고 해도 매일 늦게 퇴근하고 주말에는 뻗어만 있는 사람이랑 하는 결혼생활이 행복하긴 힘든 것이 현실이 아닌가?
두 사람이 결혼을 하면 상대가 있는 집이 쉼터가 되고, 긴장을 풀고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결혼을 고민 중이라면 상대와 있을 때 그럴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내가 그런 삶을 상대에게 선물해 주고 서로의 다른 지점을 맞춰가며 지낼 수 있는지도. 사람들이 결혼을 결정할 때는 편안함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현실이 편안해야 우리 삶이 조금이라도 덜 불행하고, 더 행복할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