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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Mar 03. 2018

불륜도, 바람도 사랑인가

어디에 뿌리를 둔 사랑인가

위험한 주제

안다. 위험한 제목인거. 어쩌면 자극적이기만 한 제목으로 남을 수도 있는 주제라 이 글 역시 쓰기까지 많이 망설였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분명하게 하지 않고서는 불륜을 저지른 사람들이 본인의 사랑을 정당화 하려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이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분명한 것은 그저 '낚시'를 하기 위해 쓴 글은 아니란 것이다.


불륜도 사랑이다

불륜을 저지른 사람들은 '우리는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맞다. 불륜도 사랑이다. 이는 결혼하기 전에는 누군가와 바람을 피운 경우 그 바람을 피운 상대와의 관계도 사랑은 맞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특별한 감정이 있고, 더 강한 이끌림이 있는 것이 어찌 사랑이 아니겠나? 그들의 주장처럼, 불륜도 사랑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떤 사랑'이냐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불륜은 결국 욕구에 이끌려서 만나는 관계가 아니냐?'라고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내가 들은 한 사례에서는 불륜현장을 들켜서 불륜을 한 두 사람이 경찰서에 잡혀 들어와서 여자 두 사람이 앉아 있었고, 두 사람 중에 한 여자분이 월등하게 외모적으로 탁월하셨다고 한다. 그 사람이 당연히 불륜녀라고 생각한 경찰들이 다른 사람에게 힘드시겠다고 위로를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여자 분이 불륜녀였고, 여배우와 같이 아름다웠던 그 여성이 불륜남의 아내였다고 한다. 욕구와 욕정만으로 형성되는 불륜관계도 있겠지만 위와 같은 사례들이 종종 있다는 것은 모든 불륜이 그런 것은 아니란 것을 보여준다.


사실 사람들은 법적으로 결혼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을 모두 '불륜'이라고 분류하지만 나는 그런 경우들도 우리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만약 두 사람이 이미 사이가 멀어져서 양쪽 모두 혹은 최소한 한쪽은 정말 강하게 이혼을 생각하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면 그와 같은 불륜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법적으로는 부부지만 이미 실질적으로는 파탄난 상태에서 만났다면 말이다.  


불륜, 현실과 이상의 차이

그렇다고 해서 내가 불륜을 옹호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위와 같은 예에서도 사실 두 사람이 법적으로는 부부인 만큼, 한 때는 평생을 함께 살기로 결심을 했던 사람인 만큼 본인의 이혼 의사를 상대에게 분명히 하고 이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대도 다른 사람을 만나도 되고, 본인도 그런 가능성을 열어 놓을 것임을 밝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건 본인이 연애와 결혼을 하면서 상대에게 했던 약속을 어떤 이유에서든지 파기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렇게 이성적이고 차분한 불륜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는 것을 숨기고, 자신의 배우자에게 거짓말을 해가면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에 따라 두 사람 사이에는 거짓말이 계속해서 쌓여가고 그 거짓말로 인해 두 사람은 겉으로 멀쩡할지 몰라도 실제로는 멀어지게 된다. 그 거짓의 원인제공자는, 불륜을 저지르는 그 사람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결혼을 하고 나서 보니 본인의 배우자와 맞지 않는, 같이 사는데 거슬리는 면이 생길 수 있고 그 와중에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대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리기 전에 본인의 배우자와 연애하는 동안에는 어땠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보이는 그 사람의 부정적인, 거슬리는 면들이 연애할 때도 보였나? 그렇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은 결혼을 해도 완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지 않을까?


또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정말로 결혼을 하고 나서야 본인의 소울메이트 같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와 결혼을 한 것은 성인으로서 본인이 자발적으로 한 약속이다. 그렇다면 그에 따르는 책임도 본인이 지는 것이 맞다. 그리고 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시선을 돌리기 전에 자신과 그 약속을 한 상대방이 만약 다른 사람과 그런 관계를 맺으면 본인이 어떤 감정을 느낄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만약 정말 본인의 소울메이트와 같은 사람이 나타났다면, 본인의 배우자를 속이고 그 사람을 만날 것이 아니라 본인의 배우자에게 본인의 약속을 깨고 다른 사람을 만나겠다는 것을 밝힌 후, 즉, 이혼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고 그에 따른 책임도 본인이 지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자신이 한 때 가장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아주 기초적인 예의일 것이다.


불륜의 뿌리

그렇게 하지 않고 시작하는, 그리고 지속하는 불륜도 사랑일 수 있지만 그 사랑은 뿌리를 '거짓'에 두고 있다는 분명한 한계를 갖는다. 그리고 그렇게 거짓말을 하면서 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자신이 가정 밖에서 갖고 있는 관계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본인의 가정에도 미련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게 아니라면 본인의 배우자에게 사실을 말하고 나서 올 후폭풍이 두렵기 때문에 그 사실을 밝히지 못하는 것일텐데, 그런 마음 역시도 본인이 가정 밖에서 갖고 있는 관계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확신이 있다면 그 후폭풍이 두려울 것이 무엇이 있겠나? 본인의 잘못을 본인이 안고 가는 것이 말이다. 확신은 있지만 후폭풍이 두렵다면 그건 그 사람이 그만큼이나 비겁하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그러한 불륜이 너무나도 분명한 한계를 갖는 것은, 그 관계의 뿌리가 본인 가족에 대한, 최소한 본인 배우자에 대한 거짓이라는데 있다. 설사 그 관계가 본인의 배우자에게 알려지지 않고 끝났다고 해도, 만약 언젠가 그 사실이 본인의 배우자에게 알려진다면 두 사람 사이에는 깊은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렇게 거짓에 뿌리를 둔 사랑을 키우는 것은 본인이 이미 가지고 있던 가정의 뿌리를 언제든지 흔들 수 있는 씨앗을 뿌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게 거짓으로 뿌리를 내린 사랑은 그 끝이 좋을 수가 없다. 이는 사람은 보통 본인의 사고의 틀로 세상을 보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도 해석하는데, 본인이 배우자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기에 상대가 본인에게 거짓말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상대도 양다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니 그건 상호간에 그렇게 의심을 할 가능성이 생긴다. 그런 관계는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의 배우자에 대한 거짓말을 품고 시작된 것이기에... 그리고 그 관계가 오랫동안 유지될수록 더 큰 거짓말들을 계속해서 필요로 할텐데, 그렇게 거짓말로 가득한 관계의 끝은 절대로 좋을 수가 없다.


사실 그런 관계에서는 서로가 항상 눈치를 보고,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 사랑이 깊어질 수도 없으며, 시작은 욕구와 욕정이 아니었던 그 관계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게 변질되어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내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그 관계를 유지하는데 동원되는 거짓말이 늘어날수록 두 사람 사이의 신뢰는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륜의 사랑이 유지될 수 없는 이유

자신의 배우자를 속이면서 '시작'하는 불륜은 처음에 그것이 사랑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제3자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그 관계를 유지할수록 그 관계는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서서히 사랑이 아닌 무엇인가로 변질되어 갈 수밖에 없다.


내 군대 선임 중에서 본인 여자친구는 '아껴줘야 한다'면서 잠자리를 하지 않으면서 휴가나 외박을 다녀오면 다른 여자와 하룻밤을 지내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보고 내가 '000 일병님은 본인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그렇게 자고 다니면 좋습니까?'라고 물어보자 그 선임은 나를 죽일 것 같이 욕을 하더라. 이중성도 그런 이중성이 어디있나? 불륜을 하고 있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본인의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만난다면, 그것도 본인은 사랑으로 존중해 줄 수 있는지 말이다. 그럴 수 없다면, 왜 본인의 불륜만 정당한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떤 이들은 또 '사람은 원래 일부일처제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본인은 그 역시도 존중할 수 있다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그에 대해서는 나는 개인적으로 의견을 달리하지만, 그러한 생각에 대해서 스스로가 당당하다면 그 사람은 왜 '사회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평가되는 관계'를 당당하게 본인의 배우자에게 말하지 못하는걸까? '그러면 상대방이 싫어할테니까'라고 그에 대해서 대답한다면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을 할 줄 알면서, 상대방이 얼마나 상처를 받을 것인지를 알면서도 그런 관계를 몰래 유지하는 것이 진짜 사랑일까?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그리고 인간이 이성을 갖고 있는 것은 인간은 자신의 욕구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의 마음이 순간 흔들릴 수는 있다. 아니, 아마 한번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흔들림이 순간적인 것인지, 아니면 나의 뿌리를 흔들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분명히 있다. 이는 본인이 사랑이라고 믿는 관계가 길어질수록 그것을 숨기기가 어려워 질 것이며, 그것이 가족에게 알려진 이후의 후폭풍은 본인의 삶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고 하는데, 불륜도 사랑이라면 그것 역시 숨기기 어려운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http://m.podbbang.com/audiobook/channel?id=177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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