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왜 생긴 것일까?

by Simon de Cyrene
우리 집은 제사를 드리지 않는다

우리 집은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양가가 모두 교회를 다니기 때문이다. 아 물론 친척들 중에 교회를 다니지 않는 분들도 있지만 친가는 조부모님들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모두 교회를 다니셨고 장로, 권사님들이 친척 중에 워낙 많고 외가는 삼촌이 목회를 하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사는 얘기도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예전에는 명절에 가족들끼리 예배를 드리거나 친척들이 모두 모이기나 했지, 사촌들이 대부분 결혼을 한 지금은 그렇게 잘 모이지도 않는다. 어머니께서 '우리 집은 정말 챙길 가족 모임도 없는데 너는 왜 그렇게 짝을 찾질 못하냐'고 내게 핀잔을 주실 정도다.


그래서 사실 나는 제사를 드리고, 차례를 드리는 게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를 잘 모른다. 그뿐 아니라 나는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명절 음식을 해도 아주 적게 하거나 아예 하지 않게 되면서 사실은 명절 음식이나 제사음식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이해도 별로 없는 편이다. 심지어는 친척이 모두 서울. 경기 지역에 거주하기 때문에 우리 집은 귀성길과 귀경길이라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왜 제사를 드리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 때마다 기사는 물론 주위에 기혼자들에게서 들려오는 제사와 차례에 대한 얘기들은 어마어마하기에 제사 혹은 차례가 한 가정의 분란의 씨앗으로 작용한다는 것 정도는 제사와 무관한 삶을 사는 나도 분명하게 안다. 그런데 우리는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제사가 왜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여기에서 '제사가 왜 시작되었는지'라는 것은 제사의 역사적인 유래에 대해서 고민해 보자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왜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는 하나의 장치로서 제사를 드리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사실 제사를 드리면 안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물음표가 만으로 30살이 될 때까지 있었다. 이는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로 제사를 드리지 않는 건 그렇다고 치는데, 내가 한국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문화 또는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제사를 어떻게 드는 것인지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하나도 없는 것은 뭔가 나를 한국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개신교 신학박사학위와 유학박사학위를 모두 갖고 계신 목사님의 강의를 듣게 됐고, 그 이후에 많은 것이 정리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 강의의 내용을 아주 쉽게 정리하자면 제사에는 크게 두 종류와 각각의 의미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제사를 드리면 정말로 귀신이 와서 그 음식을 먹고 그로 인해 복을 줄 것이라고 믿는 믿음에서 드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한다는 의미에서 드리는 것이다. 목사님 말씀의 요지는 전자의 경우 기독교적 세계관에 반하는 것이지만 후자의 경우까지 기독교적 가치에 반한다고 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잘 분별해서 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 그렇다면 기독교적으로 제사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변론으로 하고,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제사를 왜 드리는지에 대해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당신은 정말로 돌아가신 귀신이 와서 그 음식을 먹고 그로 인해 복을 줄 것이라고 믿는가? 세상의 원리가 그렇게 운영되는 것이라고 믿는가? 만약 그렇게 믿는다면 그 사람의 그 믿음은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왜 제사를 드려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한다는 의미로 제사를 드린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제사를 복잡하게 지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산 사람을 위한 제사

내 종교적인 영향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도 나는 '제사를 드려야 돌아가신 어르신들이 노하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복을 주신다'는 생각이 틀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잘못된 생각임을 입증하는 것 또한 매우 쉽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조상들이 있는가? 그리고 그 자식들의 이해관계들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가? 그런데 그런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는 그 '복'이 누구를 향해 기우는가?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제사를 지내는 집안에서 가정 내에 오히려 그 제사로 인해 불화가 일어나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사실 어느 경우에나 제사는 결국 '산 사람'을 위해 드리는 것이다. 귀신에게 드리는 제사도 이미 돌아가신 분들께 정성을 들여서 결국은 '이 땅에서 내가 편안하고 잘되기 위함'이고,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는 것도 사실 내가 그분들이 생각나서 드리는 것이 아닌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제사를 처음으로 드렸던 배경에는 돌아가신 분들의 삶을, 과거를 기억하면서 자신들이 했던 잘못을 용서받고 싶은 마음 또는 그분들과 같이 지내면서 있었던 좋은 추억을 떠올리면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게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이 현재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가 더 잘 지낼 수 있는데, 더 좋은 관계를 맺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특정한 절기마다 제사를 드렸을 것이다. 주기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그 결과 이 땅에서 더 나은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 말이다.


또 먹고사는 것이 힘들었던 시기에는,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이 많았던 시기에는 제사를 드리고 나서 제사에 드려진 음식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는 것 일종의 풍습이 아니었을까? 제사를 드리는 것은 어쩌면 영양보충을 하기가 쉽지 않은 시기에 주기적으로 제사를 드리고 난 음식을 통해 영양을 보충하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였을지도 모른다. 제사상에 올라갔던 음식을 먹지 않는 지방의 풍습도 있는데, 그 시작도 어쩌면 제사를 드리고 난 음식을 버린다는 것이 실질적으로는 당시에 천민이나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에게 그 음식이 돌아가게 해주는 사회적 선순환 고리로서의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 제사를 드리고 난 집안에서 그것을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생각해보자. 제사를 드리고 난 음식이라고 그것을 버린다고 했을 때, 보리고개를 겪고 겨울이면 먹을게 떨어지던 시절에 그 버려진 음식을 먹는 사람이 없었을까?


이렇듯 제사를 드리기 시작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결국은 '산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니 귀신이 와서 먹는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제사를 드리는 것은 그 결과 '본인과 그 가족이 이 땅에서 더 잘 먹고 잘 살거나, 최소한 더 큰 어려움은 겪지 않기 위한 것'이지 않나? 만약 그게 아니라 어른에 대한 예의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 땅에서 그 사람들의 삶은 무슨 의미가 있나? 죽은 사람들을 위해 사람들이 산다는 것인가? 그런 논리라면 그냥 빨리 죽는 것이 낫지 않나? 그러면 산 사람들이 날 위해 살 것이 아닌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해 봐도, 결국 제사를 드리는 것은 그 궁극적인 목적은 '산 사람'을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 사회에서 제사의 의미

현대사회에서는 어떠한가? 제사가 사람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사람이 제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난 개인적으로는 '적당한 수준'으로 준비해서 드리는 제사는,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고 추도하기 위한 제사는 개인에게 유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너무나도 파편화된 현대사회에서 그래도 친척들이 한 번씩 모이기 위한 구심점으로서 제사나 차례를 드리는 것은 사회적 의미도 갖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어쨌든 우리 사회는 한창(?) 제사라는 문화가 생겨나던 시기보다 최소한 먹는 것에 있어서는 훨씬 풍요로워진 것은 사실이고, 가족들이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살면서 같은 집안사람들은 비슷한 일을 했던 당시와 달리 현대사회에서는 같은 가족이라 하더라도 삶의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제사에 대한 문화도 바뀔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어떤 면으로 생각해봐도 제사는 궁극적으로는 '산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제사로 인해서 '산 사람'들끼리 분란이 일어나고 서로를 미워하고 분노를 마음에 품게 된다면 그러한 제사에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시대에는 어떻게 제사를 드리는 것이 '산 사람'을 위한 것인지를 고민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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