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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Mar 04. 2018

사랑에 가장 중요한 덕목

우리가 가장 흔히 하는 착각과 관련하여

연애 얘기를 하면 남자들은 여자의 외모부터 따진다. 여자들이라고 외모를 전혀 따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183cm을 넘는 남자만 만났다는 한혜진이 프로필 키가 173cm인 전현무를 만나고, 아담하고 귀여운 사람이 좋다던 전현무가 본인보다 큰 한혜진을 만나는 것은 사실 사람들이 보통 '이상형'이라고 말하는 외모의 벽은 사실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면 언제든지 양보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그뿐인가? 사실 어떤 사람들은 '이쁜, 혹은 잘생긴 사람이랑 살아야 바람을 안 피우지'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아내를 두고도 그보다 훨씬 외모적으로 덜 빛나는 사람, 때로는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외모의 사람과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성공적인 이름이 하나쯤은 있을 법하지 않나?


또 어떤 사람들은 상대의 학력을 따지는데, 내 경험상 학력이 그 사람의 수준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나도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괜찮은 대학'으로 분류되는 학교를 졸업했지만, 내가 경험한 '괜찮은' 혹은 '좋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 중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성격적인 결함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었고, 그나마 지금은 조금 괜찮아진 편이지만 그 역시도 장담할 수는 없다. 그리고 괜찮은, 혹은 좋은 대학을 나왔다는 것이 장밋빛 인생을 보장해주는 시대는 지나가지 않았나? 능력이 되어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학에 가지 못한 사람도, 한국의 평가 시스템에는 맞지 않지만 정말 뛰어난 사람들도 난 주위에서 많이 봤다. 미국의 아이비리그 수준의 대학에는 합격했는데 서울 중상위권 대학에 합격하지 못한 사람들이 종종 나오는 것은 일정 이상 대학을 졸업한 것이 그 사람의 능력에 순위를 매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아니란 것을 잘 보여주지 않나?


또 어떤 사람들은 상대의 집안 '수준'을 보는 게 아니라 꼬치꼬치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상대의 '집안'이 아니라 '가정'을 보는 것, 상대의 가정 문화를 의식하는 것은 그래도 나는 어느 정도 이해도 하고, 동의도 하는 편이다. 그 사람이 성장한 배경은 그 사람의 인격에 영향을 주고, 그 모습이 지금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지를 그 사람의 가정을 봄으로써 조금은 예측할 수 있기에. 그리고 결혼까지 한다면, 상대 집안도 내 가족이 되는 것이기에. 그런데 집안의 '수준'을 따지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상대방 집안의 학력이나 경제력을 따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물론 본인이 취집 혹은 취가(?)를 가서 인생역전을 한방에 해버리겠다는 의지라면 그게 의미가 없진 않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그렇게 인생 한방을 역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내린 결정은 생각보다 많은 경우에 긍정적이지 않은 후폭풍을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데 있다. 상대 집안이 본인 집안보다 특정한 측면에서 월등하다는 것을 본인이 안다면, 상대가 본인의 집안이 그러한 면에서 열위에 있다는 것을 알 것이란 것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현실과 드라마에 모두 충분히 있는 듯하다.


사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그건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외모를 보는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 가장 신기한데 이는 단순히 '이러이러한 스타일의 사람이 좋다'는 기준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사람도, 심지어 그 사람에 대해서 외모적으로 특정한 생각을 했던 시기의 사진을 보더라도 시각이 바뀌어 있을 때가 있단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서 정말 이뻐 보였던 시절 그 사람의 사진을 봤을 때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고,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그 시절 사진을 오랜만에 봤을 때 정말 이뻐 보이는 경우가 있더라. 그래서 사실 외모는 이목구비를 보기보다 그 사람이 풍기는 느낌, 얼굴에 드러나는 인상을 믿는 것이 맞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건 단순히 외모가 아니라 그 사람의 다른 면들을 보여주기도 하기에.


외적인 것 외에도 사람들은 다양한 경험을 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면서 사람에 대한 기준도 바뀌어 간다. 돈 많은 이성을 만났다가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모습에 질려서 완전히 반대로 가서 찢어질 듯하게 가난한 사람을 만났다가 또 후회를 하는 사람도 있고, 활발했던 성격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피로에 찌들어 가면서 조용한 사람이 더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오랜 연인이, 부부가 심하게 싸우는 것은 상대가 변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본인의 기준과 시선이 변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가 변했다고, 상대가 문제라고 하기에 앞서 과거에 나는 어땠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비슷하고 또 어떻게 다른 지를 계속해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문제가 항상 상대에게 있는 것도 아니며, 상대가 내게 모든 것을 맞춰줘야 하는 의무를 갖는 것도 아니지 않나?


사실 우리가 상대의 현재 모습을 보고 안전하다고, 괜찮을 것이라고, 안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저 착각에 불과한 것으로 입증될지도 모른다. 반대로 상대방이 안정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가 맞출 수 없을 것이라고 했던 것 역시 반대로 입증될지도 모른다. 인간관계가, 특히 연인을 넘어서 부부로 가정을 꾸린 관계가 힘든 것은,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기로 한 것이 힘든 것은 이 때문이다. 상대도, 나도 변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지금은 너무 좋았던 관계가 언젠가는 완전히 망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을 할 때 하는 가장 큰 착각은 상대와 자신이 정말 잘 맞을 것이라고 믿음을 갖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상대에 대해서 지금 생각하는 것들이 몇 년 후에는 완전히 달라져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그런 착각을 하는 사람들은 많은 경우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인관계는, 부부관계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연인관계와 부부관계가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은 크고 작은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그냥 당연히 되는 것은 없다. 상대가 내게 맞추는 것도 당연한 경우는 없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연애 혹은 결혼에 있어서 상대의 여러 가지 조건들을 따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실 그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상대도 변할 수 있거나 의미 없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전 글들에서 구체적으로, 하나 가득 설명했듯이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때때로 연애와 결혼에 있어서 내가, 그리고 상대방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상대와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다름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을 그런 조건에 눈이 멀어서, 감정에 취해서 생각해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연애에도 때로는, 아니 생각보다 자주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때로는 연애에 가장 필요한 것이 '이성적인 판단'이다. 사랑은, 연애는, 결혼은 감정으로 시작하지만 이성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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