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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Feb 16. 2019

연애를 할 땐 감정에 충실하자

일상 속 연애의 풍경 8편

머리로 관계를 버텨내는 사람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후배가 이별을 했다. 건강한 자아를 갖고 있으며, 밝고 쾌활하며 본인의 일을 열심히 하는 훌륭한 친구인데 어느 날 모호한 사진과 글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더라. 그 친구의 성향상 대놓고 헤어졌단 말을 티 나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헤어졌나 보다...'라고 생각했고, 혹시나 하고 연락을 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헤어졌다고 하더라.


얘기를 들어보니 상대에 대해서 조금은 피곤한 면이 있었는데, '그래도 다른 면이 있으니까...'라고 생각하며 그 관계를 유지한 듯했다. 착해서 그렇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연애를 할 때 상대에 대해서 불편하거나 망설여지는 면이 있을 때도 상대의 좋은 점이 아쉬워서 '머리로' 그 관계를 버텨낼 때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머리로 버텨내다 결혼까지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의 결혼생활이 매우 행복해 보이는 적은 거의 없었다. 


헤어져야 할 것 같으면서, 헤어지고 싶으면서도 그렇게 머리로 그 관계를 버텨내는 사람들은 꽤나 많은데 극단적으로 감성적이면서도 또 극단적으로 이성적이라는 말을 듣는 내 입장에선 그런 결정이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연애는 본인이 행복하고, 본인의 일상 속에서 삶을 편안하게 공유하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그게 안 되는 관계라면, 연애로 인해 행복해지는 순간과 시간이 연애로 인해 고민과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보다 확연하게 줄어든 상태라면 본인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그 관계는 일단 정리하는 게 맞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두 번 다퉜으면 헤어지라던지, 헤어져버리라는 말은 아니다. 연인 간에 다툼이, 감정적으로 화가 나고 실망스러운 순간이 없을 수는 없다. 다만 그런 경험 이후에도 상대가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고 그 사람을 만났을 때의 행복감이 더 크다면, 그리고 더 크다는 본인의 인식이 감정적인 게 아니라 상대와 만나는 시간들을 '이성적으로' 돌아본 후에 내린 결론이라면, 그 관계는 유지할 것이 맞을 것이다. 여기에서 '이성적'인 것을 강조하는 것은 그 관계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면 한 걸음 정도 물러나서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머리로 관계를 끝내는 사람들

그런데 반대로 머리로 관계를 끝내는 사람들도 있다. 상대의 특정한 부분을 본인이 품어주지 못할 것이 확실하다면서 말이다. 본인이 그 관계에 결론을 내버리고, 그에 대해서 상대에게 통지를 해버리고 관계를 끝내는 사람들. 나쁜 남자 또는 나쁜 여자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이렇게 일방통행으로 관계를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참으로 나쁜 사람이 맞지만 내가 그런 사람들을 비판하고 평가하지 못하는 것은 나 또한 그렇게 관계를 끝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는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우리 사이에서 고민이 되는 것들이 지점들이 어느 순간 생겼고, 어렸을 때는 모든 것에 대해서 한 번 깊게 고민해 본 문제에 대해서는 확고하게 결정을 내리는 편이었던 난 연애에서도 마찬가지 패턴으로 관계를 정리했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난 항상 내가 상대의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해 왔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상대를 사랑한다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내가 상대를 바꾸고 싶거나 상대에게 맞춰주지 못하겠는 게 생기면 그게 그렇게 불편하고 힘들어지더라. 만약 누군가 내게 '넌 상대를 한 번도 바꾸려고 했던 적이 없니?'라고 묻는다면,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내 기억에는 그렇다. 상대의 생각을 바꾸고 설득하려고 했던 적은 물론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입장을. 하지만 상대의 행동이나 습관을 바꾸려고 한 적은 없었다. 그 대신 난 그게 감당이 안되면 이별을 택했다.


그럴듯해 보일 수도 있는 말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이는 만약 또 누가 '넌 상대와 그 불편한 것에 대해서 대화하면서 서로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한 적이 있니?'라고 묻는다면 난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난 어리석게도 상대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폭력이라고 생각했었다. 상대에 대한 마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난 그러지 못했고, 머리로 관계를 끝내는 사람들 또한 대부분 그렇게 관계를 끝낸다. 


감정이 남아있다면 노력하자

그런 과정을 지나고 후회되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내가 상대와 덜 맞는 부분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대의 행동이나 습관 중에 불편한 것이 있다면, 난 상대를 존중하면서 말로 표현을 했어야 했다. 혹시 상대가 그런 것들을 하지 않거나 바꿔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 그리고 나의 그런 면에 대해서도 상대가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야 했으며, 나 역시 상대가 불편한 점들을 바꾸고 고쳐나가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하지만 난 그렇지 못했다.


감정이 남아있지 않다면 굳이 그런 노력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감정이 남아있다면, 상대에 대한 마음을 정리했기 때문에 상대의 물건을 버리고 전화번호를 차단하고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잊기 위해 상대의 물건을 버리고 전화번호를 차단하고 삭제하고 있다면, 상대에게 나의 느낌을 솔직하게 털어놔봐야 한다. 그리고 그 대화는 '네가 틀렸어'가 아니라 '난 사실 이런저런 면은 조금 불편한데 어느 정도는 맞춰줄 수 있을까?'의 방식이 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나 또한 상대에게 어느 정도는 맞춰주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쯤 되면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라던지 '사람은 바꿔서 쓰는 게 아니야'라고 말할지 모른다. 맞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의 행동과 습관은 바뀔 수 있다. 그래서 그런 노력을 하기 전에 우리는 상대가 본인에게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을 하는 게 상대 안에 강하게 심겨져 있는 성향 때문인지 아니면 어떠한 계기로 인해 생긴 습관에 불과한지를 봐야 한다. 전자라면 상대는 바뀌지 못하겠지만, 후자라면 두 사람이 같이 노력하면 그 무엇인가는 바뀔 수 있다. 


내가 이토록 감정이 남아있다면 노력하자고 설득하려는 것은, 머리로 관계를 끝내는 경우가 많았던 내 경험에 의하면 그 관계에서의 감정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상황에서 끝내게 되면 그 마음이 나중에 다시 홀로 머리를 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게 '끝냄 당한' 사람은 머리로 관계를 끝내는 상대의 모습 때문에라도 정이 떨어져서 상대를 삭제할 수 있지만, 감정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머리로 관계를 끝내고 나면 그 이후에는 그 후유증이 꼭 오더라. 


그래서 정말 두 사람이 정말 맞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을 때, 그 관계로 인해 지친 마음이 상대에 대한 마음을 밀어냈을 때 헤어지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연애에 있어서 서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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