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의 마지막
한 주의 마지막 날은 모두에게 참 피곤한 날이다. 나도 기진맥진 해서 도착했고 B님도 방 전체가 울리도록 코를 골며 자고 계신다. 어쩌나 예정 저녁시간 준비시간 30분이 지나도 일어나시지 않아서 A님이 초조하게 문 앞을 서성이다가 이내 포기하고 돌아서신다. 내가 좀 더 강하게 깨워보시라고 하자 아니라고 하고 내가 깨울까요 하니 '깊이 잠들었어요'라고 하신다. 아이고 어째 이리 선하신지..
하지만 그런 A님도 한 시간이 지나자 강하게 흔들어 깨우신다.
"일어나아!"
예정시간을 한참 지나 요리를 시작한 B님의 메뉴는 소시지 야채볶음과 된장찌개. 먼저 야채가 몇 개 들어있지 않은 심플한 된장찌개를 불에 올려놓고 소시지는 데친 뒤 만들어둔 양파와 볶아내고 소스와 한 번 더 볶는다. B님은 완성되자 흐뭇한 듯 바로 핸드폰을 가져와서 주변에 카톡으로 보내신다. 그런데 친척 분인지 어떤 분이 전화가 오셔서 '물을 너무 많이 넣다'고 혼을 내셨나보다. 아아니 뭣이 중헌디! 그러거나 말거나 B님은 내가 한 것 치곤 맛있었다고 으쓱해보이신다.
글쓰는 이 시간 A님의 빨래가 돌아가고 있다. 애매하게 설치된 전기 탓에 근무시간이 조금 넘더라도 빨래가 끝나고 전기를 뽑으시는 것까지 보고 가야 할 듯 하다. B님이 건너편 방에서 유튜브 방송을 틀어놓고 낄낄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한 주가 무사히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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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주거지원 일기에 대해서
서울시에서는 2022년까지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설 장애인 뿐 아니라 가족이 있는 재가장애인 분들도 실제로는 가족이 있어도 독립거주를 위한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요.
지금 제가 참여하는 사업은 이런 재가장애인을 대상으로 서부장애인복지관에서 수행하고 있는 주거지원실험사업입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 분들은 한 달간 자립체험주택에서 가족, 본가와 떨어져 생활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주거코치로서 참여자 분들의 퇴근 후 생활을 함께 하며 식사 준비, 빨래 등 각종 생활 요령을 알려드리고 안전 문제를 확인하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첫 주에는 매일, 그 다음주부터는 격일만 방문하면서 자립 생활에 익숙해지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로 제안을 받아 이번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발달장애인 분들이 이용시설, 집을 벗어나 보다 폭 넓은 관계와 선택지 속에서 삶의 가능성을 넓히는 것은 언제나 제가 관심있는 일입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생각보다 심심하고, 그런데 어딘가 시트콤스럽고 가끔은 뭉클하기도 한 순간들을 기록하고자 이 일기를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