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위에 빈 컵 하나.
그곳엔 작은 물자국이 남아 있다.
나는 손끝으로 그것을
지우려다 멈춘다.
너는 가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곤 했다.
그 침묵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순간 같았다.
만약 네가 떠난다면,
나는 끝없이 너를 따라가고 싶겠지.
하지만 어쩌면 나는
이곳에 그대로 남아
네가 남긴 것들과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끝내 나는
그 물자국을 지우지 않았다.
물기가 마르고
그 흔적이 사라지는 모습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네가 남긴 자국이
조금 더 오래 머무르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