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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명이오 Jan 29. 2023

책상에 돈 뿌리는 손님

우리 엄마도 살아보니 힘들었겠다

 아무 생각 없이 엄마랑 TV를 보고 있었다.



 “어? 엄마, 근데 카드 저렇게 손가락에 끼워서 주는 거… 나는 내가 손님 입장이라도 상대방인 직원을 하대하는 것 같아서 절대 안 해. 만약에 내가 직원인데 손님이 저러면 문제 삼지는 않겠지만, 내가 손님으로 가서 저렇게 하기는 싫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나는 두 손으로 전달해.”


 “나도 그래. 아! ㅇㅇ아.”


 “왜?”


 “저렇게 결제하는 거 보니까 갑자기 생각난 손님이 있다.”


 “누군데? 엄마한테도 저러는 인간이 있어?”


 “내가 니 나이쯤 됐을 때니까… 30년 좀 안 됐겠다. 어떤 할배 손님이었는데, 지금 죽었으니까 안 오는 거겠제?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은 안 오는 손님인 건 확실해.”


 “왜? 틀딱이가 나잇값 못하드나? 엄마한테 뭐 했는데? 내가 쫓아가서 틀니 뿌셔줄까?”


 ”어! 허허허. 진짜 요즘 애들이 부르는 틀딱, 꼰대, 진상 스타일이다. 90년대였으니까 지금처럼 카드만 많이 쓰던 때가 아니었다이가. 그만큼 현금 거래가 많았거든. 근데 그 할배는 오면 거래대금 줄 때 항상 돈을 어디에 탁! 던져. 그래서 책상이나 바닥에 돈이 막 흩어져가지고. 어우, 그 할배만 왔다 가면 내가 돈 줍는다고 정신이 없었다. 갑자기 생각나네.“



 세상에 본인 엄마가 그런 일을 당했다 하면 눈이 안 돌아갈 사람이 있겠나?


 “지가 돈 준다고 무슨 재벌이라도 되나? 진짜 재벌은 그렇게 안 한다. 괜히 어디 가서 대접 못 받는 사람이나 그렇게 하지.”


 “하하하하하! 진짜 기분 더러웠는데, 이제 안 오니 됐지 뭐.”


 “엄마한테 그런 행동하는 사람은 저승길 익스프레스 끊어서 일찍 갔을 거야. 샤머니즘은 안 믿지만, 그렇게 하대하는 인간은 나중에 스스로 돌려받을 거라 믿어. 아무리 돈을 주는 입장이라도 누구든 중동 재벌 앞에서는 판자촌 사람 되는데 왜 우열을 가리는지 몰라.”




 우리 엄마는 나보다 어릴 때 시골에서 타지로 올라와서 힘들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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