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무한대의 가능성으로 발산하는 나
운동을 할 때 가장 힘든 순간이 언제냐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달리다가 잠깐 멈췄을 때요. 열심히 달리고 있을 때 땀이 제일 많이 나고 매 순간 ‘여기까지만 뛰고 싶다.’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생각대로 멈췄을 때 그렇게 편하지는 않습니다. 그때 벅차오르는 숨을 내뱉고 헉헉대고 있으면, 다시 뛸 마음을 먹기까지 오래 걸립니다. 차라리 속력을 늦추더라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게 몸도 마음도 편합니다.”
공부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요? 고3 현역, 이번 재수까지 끝내고 항상 그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부담감 속에 공부를 하던 제가 유치환 시인의 ‘깃발’처럼 느껴집니다. 깃발은 묶인 채 눈앞에 놓인 바다로 가고 싶어 하지만, 막상 그토록 원하던 바다에 도달하면 자아를 잃어버리고 말죠.
‘바다는 바라볼 때 가장 좋고, 꿈은 이루는 과정이 좋은 것이 아닐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 만큼, 극도로 힘든 상황에 자신을 몰아넣으니 결국은 다 하게 되었습니다. 몸과 마음은 피폐하더라도 그럴수록 저의 가능성은 양의 무한대로 발산하던 중이었음을 지나고 나서야 깨닫네요.
공부만으로 자아실현을 이루던 사람이 겨울만 되면 잠깐 입시에서 벗어나는 패턴으로 살다 보니 추운 날씨가 더 공허하기만 합니다.
입시 일정 때문에 3주 연속으로 부산에서 서울로 가고 있는데요. 2주 차 금요일 새벽 부산역, 일출이 너무 예뻐서 수험생활로 암울하던 저에게도 밝은 빛이 내렸으면 하는 마음을 나름 투영해 찍어보았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들에게도 추위를 잊을 정도로 밝은 빛이 내리길 바랍니다.
(이번주는 철도 파업 때문에 3일 전 표가 취소되어 급하게 비행기를 탔습니다… 호텔 체크인 전 카페에서 짧은 글이라도 남겨 봅니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