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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투리 Oct 10. 2023

병상 버킷리스트

필섭 시점 상춘일기_05







상춘이 아픈 지 한 달이 되었을 때, 우리는 한 달 기념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 아픈 걸 딱히 기념하는 건 아니지만 한 달이나 아픔을 견디고 나누었다는 위로 같은 거랄까. 상춘은 팝콘 대(大)를 샀고 영화를 보면서 혼자 먹었다. 다 먹지 못하고 남은 팝콘을 들고 나오는 상춘에게 나무라듯 말했다.


"그러게 왜 큰걸 샀어? 다 먹지도 못할 거면서."

"아닌데 일부러 아껴 먹은 건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 팝콘을 조금 쏟고는 엄청나게 속상해하는 표정이라니. 남은 팝콘을 소중하게 안아 들고 와 저녁내 행복하게 아껴 먹는 상춘을 보면서 나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예의 있게 팝콘 한 알도 뺏어 먹지 않았다.


자려고 누웠을 때 상춘이 말했다. 오늘 병상버킷리스트 두 가지를 해서 기쁘다고. 하나는 나와 영화를 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영화관 팝콘을 먹는 것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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