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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필선 Oct 19. 2022

한국인처럼 생긴 인도인이 있다? 없다?

너무도 한국사람 같아서 "한국인이세요?"라고 말해버렸다.

한국인 엘리베이터 도우미

인도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일이다. 쇼핑몰 구경을 하다가 다음 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런데 한국 사람처럼 생긴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서 있었다. 깜짝 놀라서 “한국인이세요?’라고 물어봤다. 그 사람은 나를 가만히 보더니 영어로 말했다. “Which floor? (몇 층 가세요?)” 그 사람은 인도인이었다. 순간 창피했지만, 어차피 내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들었을 것이라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버튼을 눌러주고, 안내해주는 사람이었다.


신기한 것은 한국인과 너무 비슷하게 생겼다는 점이었다. 한참이 지나 또다시 한국인처럼 생긴 사람을 공항 근처의 자판기 옆에도 만났다. 너무도 한국인처럼 생겨서 한참을 쳐다봤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들어보니 힌디어를 사용했다. 한국인이 아니었다. 그 사람의 일은 자판기 사용을 도와주는 ‘자판기 도우미’였다. ‘자판기 옆에 사람이 있으면 자판기가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한국인과 비슷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인도 북동부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다. 인도 동쪽 방글라데시를 지나 몇 개 주가 있다. 미얀마와 경계선을 마주하고 있는 아쌈 Assam, 마니푸르 Manipur, 나갈랜드 Nagaland, 미조람 Mizoram 지역의 사람들은 한국인과 생김새가 아주 비슷하다. 미얀마와 중국과 국경선을 마주하고 있으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도인과는 다른 인종이다. 이곳에서 온 몇 사람과 얘기해보니 직업을 구하려고 해도 직업 자체가 없다고 했다.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내려왔다고 했다. 얼굴 생김새가 한국인과 너무 비슷하니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나 한국 식당에서 일하는 인도인은 이 지역 사람을 많이 채용한다. 인도에 있는 한국 식당에 가서, 키는 좀 작고 한국인처럼 생긴 종업원이 한국인이 아닐 수도 있다. 나는 처음 한국인 게스트하우스에 갔을 때 종업원이 모두 한국 사람인 줄로 알았다.    

 

예쁜 사람은 길거리에 없다

한국에서 많이 들었던 질문이 있다. “인도 여자들 정말 예쁘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사람들은 보통 인도 영화에 나오는 예쁜 여자 배우를 보기에 길거리에도 예쁜 여자가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배우를 길거리에서 만나기는 하늘에 별따기와 같다. ‘김태희’ 사진을 보고 ‘한국 여자는 다들 예쁘지?’라고 물어보는 외국 사람과 같은 꼴이다. 우리가 어떻게 그렇게 예쁜 연예인을 볼 수 있겠는가? 지나가다 ‘이정재’를 본다면 로또를 사도 되지 않겠는가? 인도 또한 그렇다. 예쁜 사람들은 길거리를 지나다니지 않는다.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은 자가용을 타고 다니고 길거리를 활보하면서 다니지 않는다. 고급 호텔이나 대형 쇼핑몰에서나 가끔 볼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도의 잘생기고 예쁜 사람은 주로 아리아인이다. 유럽에 주로 사는 아리아인과 같은 인종이다. 역사적으로 아리아인은 BC 1,500년 경 즉 약 3500년 전에 인도의 북부, 펀자브 지역에 이주해와서 살기 시작했고, 당시 인도에 살고 있던 드라비다족과 같은 선주민들은 남도 남부로 밀려갔다. 이때를 전기 베다 시대(BC1,500~1,000)라고 하며, 아리아인인 정복민과 드라비다족과 같은 선주민들인 피정복민의 구분이 생겼다. 종교의식을 관장하는 사제집단인 브라만, 국가를 운영하는 지배계급과 군인집단인 크샤트리아, 농업·공업·상업을 담당하는 바이샤 계급으로 계급적 분화가 일어났고, 이것이 우리가 아는 카스트 제도의 초기 모습이다. 카스트 제도는 현재 법적으로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인도인의 문화 속에 살아있다.     


이목구비 뚜렷하고 연주황이 흰 아리아인은 북부에 주로 살고, 연주황이 검고 키가 작은 인도인은 선주민인 드라비다족으로 주로 남부에 산다. 특히 드라비다족은 인도 남부뿐만이 아니라 아시아의 다른 국가로 이주하여, 두바이부터 동아시아의 여러 국가에 퍼져있다. 언어는 주로 타밀어를 주로 사용하고 그 외에도 칸나다어, 말라얄람어, 텔루구어 등을 사용하고 있다. 남부 타밀나두 지역에서 힌디어를 아예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래서 힌디어를 할 줄 알아도 인도 남부에 가면 못 알아듣는다. 차라리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

    

전사의 후예 시크족

인도에 대해 인종, 종교, 언어를 다 얘기하려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그중 시크족은 인도 인구의 2%밖에 안 되지만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특히 눈에 띄는 민족이다. 귀골이 장대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호텔, 병원 등에서 경호원으로도 일하는 사람이 많아 자주 만날 수 있다. 시크족을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머리에 터번이라 불리는 거대한 두건을 쓰고 있으면 시크족이다. 흔히 무슬림이라고 생각하는데, 무슬림이 쓰는 모자는 아주 작은 모자이며, 평소에는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이에 반해 시크족은 항상 터번을 착용하며, 터번을 써야 용기가 생긴다는 믿음이 있다. 전쟁 시에는 철모를 거부하고 터번을 쓴 채로 참전했었다. 터번은 3m 이상의 긴 천을 여러 번 감아서 형태를 만들기 때문에 상당히 안전하다고 한다. 역사적으로는 백인과 몽골계의 혼혈인 단일민족이며, 주로 펀자브 지역 출신이다. 이슬람에 대항하고 카스트 반대파들이기도 하다. 시크족의 신조가 강하지 않으면 멸망이라는 있을 정도로 용맹하고, 개인보다는 집단을 강조한다. 평생 머리카락이나 수염을 자르지 않으며, 음주나 마약을 금기시하고 자존심이 강한 전투민족이다.


시크족 여성들도 상당히 예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얼굴을 남자한테 보여주면 안 되는 전통으로 가리고 다니기에 직접 본 적은 없다. 얼굴을 가린 여자를 계속 쳐다보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좋은 호텔 입구에서 시크족 경비를 만나면 그 자태가 정말 멋져 보이는 사람이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모습 자체에서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역시 전사의 후예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인종에 대해서 보수적이다. 우리와 조금만 다르게 생겼어도 외국인이라고 부른다. 설사 그 사람이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고,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외모만으로 외국인 취급을 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는 다르다. 백인, 흑인, 황인이 섞여 사는 것이 일반화되어있는 국가가 많다. 외모에 상관없이 국적에 따라 국민으로 나눈다.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인구감소가 급격히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생산가능인구의 저하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란, 우리가 해외로 나가는 진출하는 것만을 얘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도 우리와 조금은 다른 외모의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도 모르게 행하는 배척 아닌 배척을 다시 돌아봐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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