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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무송 주 Oct 24. 2021

취미는 취미다워야 하니까



나의 취미를 짧게 소개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동자를 요리조리 굴리며 허공에 취미라는 두 글자를 쓴다. ‘어떻게 환경운동이 취미가 되지?’라고 되묻는 눈빛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 사람은 취미가 무슨 뜻인지 모르나?’라는 상대의 생각은 날것 그대로 전해진다. 저마다 취미에 대한 해석이 다를 테지.


맞다. 취미는 취미다워야 한다. 최대한 단순한 형태 '일상  스트레스 해소법' 되어야 한다. 활동 자체는 가벼워야 하지만,   나름의 무게감 있는 동기부여와 자기 성장이 필요하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훨씬  중요하고, 굳이 성과를 만들 필요는 없다. 그래서인지 끝맺음 없이 흐지부지 어영부영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취미라는 단어가 주는 어설프고 가벼운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나는 환경운동을 취미로 시작했다. 목표치와 데드라인은 아예 없다고 치고,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과정에만 몰입할  있다. 잘하든 못하든 그건 중요한  아니다.


환경운동 취미생활의 묘미는 ‘ 안과 밖에서 즐길거리를 얼마나 즐겁게  찾아내는가' 달려있다. 바로 여기서 나만의 취향이 생긴다.



<정적인 취미 활동>


생각에 푸른 활기를 넣어 주기 위해서는 최대한 몸을 쓰는 행동을 줄이고 활자나 영상을 보는  좋다.  


취미생활을 막 시작했을 무렵에는 기후변화를 주제로 다룬 책,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가리지 않고 많이 찾아보았다. 요즘에는 콘텐츠가 점차 늘어나면서 내 취향의 작품을 찾는 게 한결 쉬워졌다. 일상 속 쉼표가 필요할 때는 말갛고 신선한 소재의 자연 에세이를 읽는다. 호프 자런의 번역서 두권, 특히 신작을 가장 좋아하고, 소로의 월든도 긴긴 여름밤과 겨울밤에 몇 번이고 다시 읽는다.


주말에  잡고 앉아서는 표지가 반딱이는 요즘 책들을 집어 든다. 최근에는 제러미 리프킨, 빌게이츠, 데이비드 웰즈가 쓴 책을 읽었다. 거주불능, 환경위기, 기후재앙과 같은 위협적인 단어가 들어간 제목의 책들이지만, 어렵고 심오한 이야기아니다. 우리의 파스텔톤 일상과 갈색 내일에 대한 담담한 고찰이 담겨있다. 1인칭 시점에서 쉽게 몰입할  있다. 발간 50년이 넘은 환경 분야의 교과서 같은 고전책들도 읽는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가끔씩 꺼내보는 편이다.


영화와 다큐 영역으로 가면 스케일이  유익한 콘텐츠가 많다. 기후위기라는  지구적 문제를 대중의 호기심과 연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 걸까? 제목과 포스터만 보아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작품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배우 디카프리오가 나오는 다큐와 엘고어  대통령의 영화를 가장 좋아한다. 전개가 빠르고 마침표가 있다.


얼마 에는 N사가 만든 해양쓰레기 다큐영화를 면서 깊은 울림을 느꼈고, 혼자 보기에 아까운 작품만 추려서 나만의 추천 리스트를 만들었다. 산호초, 축산 경영, 토양오염, 미니멀리즘 주제의 유명한 다큐멘터리들은 한두  보아서는 제대로   같지가 않다. 서너  보아도 마찬가지다.  시간 내내 미간이 찌푸려지고 중간중간 깊은 한숨이 나온다. 매번 정확히 똑같은 타이밍에 말이다.



<동적인 취미 활동>


나는 정적인 쉼을 더 좋아하는 편이지만 요즘에는 바지런히 바깥 활동에 대한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오래전  같이 뿌옇게 느껴진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그린, 녹색, 에코, 필환경, 친환경 등등 익숙한 주제의 행사가 거의 매달 열렸다. 특히 ‘지구의 ’ 4 22일쯤에는 전시회, 박람회, 콘서트와 공연이 대규모 축제처럼 열렸고, 나는 매년 공모전과 캠페인 한두 군데 정도 참여하며 소소한 재미를 느꼈다. 물론 행사의 주제나 내용은 비슷비슷하지만, 이벤트를 기획하거나 참여하는 사람들은  다르다. 정부기관, 기업, 시민단체부터 개인까지 다양한 주체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한다. 나 같은 참가자는 아무런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경청하기만 하면 된다.


야외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많은 선택지가 있는 듯싶다. 생태 투어, 에코 캠핑, 줍깅 등등을 통해서 여행을 하고, 캠핑을 하고, 달리기를 하면서도 이색적인 환경운동에 참여할  있다. 탄천을 달리며 쓰레기를 줍는 토요일 아침 풍경은 여전히  버킷리스트 3순위에 있다. 나는 그간 코로나를 핑계로 미루고만 있었는데,  글을 쓰면서 검색을 해보니 여전히 홀로 열심히 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연관 검색어로는 플로깅(조깅+쓰레기 줍기), 비치코밍(해변 정화활동) 에코 트레킹이 뜬다. ‘이게 뭘까?’라는 질문은 이제  취미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가장  동기부여가   같다.





취미는 취미다워야 하니까 가볍고 부담 없이 즐길  있어야 한다. 물론 개인의 취미를 진지하게 살려서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 자주 접할  있다. 다만, 우리의 현실은 그들의 성공담을 가볍게 생각한다.


일상  취미 생활은 어쩔  없이 후순위로 밀려날 때가 많다. 현실에서 벗어나 무언가를 즐기고 있는  자신을 상상해보는 ,  자체가 취미 생활의 절반이다.


 또한 다른 페르소나 역할에  많은 시간을 게 되지만, 틈틈이 시간을 만들어 취미생활을 즐겨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후위기 글과 영상을 검색하고, 필환경 쇼핑하고, 환경부 사이트국내 행사나 전시회 소식을 찾아보고, 채식과 제로 라이프에 대한 일기를 쓰면서 하루의 빈틈을 연두색으로 대충 칠한다.


  없이 바쁜 날에는 굳이 따로 시간을 내지는 않는다. 환경운동은 그저 오래오래 즐기기 위한 취미일 뿐이니까

단지 취미일 뿐이니까



* [내 취미와 취향은 환경운동] 주제별 정보와 취미생활 팁을 별도로 정리 중입니다. 잘 준비해서 공유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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