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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 Jul 17. 2016

몸을 돌보지 않은 죄


 

아빠의 체질을 쏙 빼닮아 몸이 유난히 찬 탓에

어릴 때부터 추위라면 치를 떨게 싫어했다


초경이 늦어져도 엄마를 닮아 그렇겠거니 했다가

그래도 이건 지나치게 늦다 싶어

병원 진료도 받았지만

명확히 원인 규명을 못한 채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2차 성징을 온전히 다 마칠 수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식을 며칠 앞둔 시점

2월 혹한에 사관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얼어붙은 연병장을 데굴데굴 굴렀다가

얼었다 녹은 진흙탕에 빠져가면서

그렇게 생도라는 이름을 얻었었다


10년이란 세월을 군인으로 살면서

생각보다 내 몸은 잘 버텨주는 듯 했고

남들처럼, 남들과 같은 생활을 이어갔다

비록 여느 20대 여자들은 겪지 않아도 될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있긴 했지만-


하지만 전역 이후

일을 하든 일을 쉬든

내 심신이 나날이 쇠약해짐을 느꼈다


오히려 건강을 챙기면 챙길수록 더 나빠졌다

단순히 스트레스와 운동부족으로

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원래도 안좋았지만

최근에는 하반신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

특히 심해진데다

늘 물 먹은 이불솜마냥 전신이 무겁고

어지럽고 매사에 의욕이 없고

누워있어도 다리에 전류가 흐르듯

저릿저릿한 느낌-


병원에서 받은 각종 검사에선

별 문제가 없다고 결론났지만

내 몸은 현재 문제투성이


그래서 용하다는 한의원의 문까지 두들기게 됐다

본격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가용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써보고자-


한의원 초진 전

엄마와 통화를 하다가

목이 멘 엄마 목소리를 듣고

나도 울컥하고 말았다



"니가 사관학교가서 그 고생만 안했어도...

그 때 우울증도 오고 살도 찌고

그렇게 힘들어했는데..."



어떻게 살았어도 나타날 문제였다고

담담한 어조로 엄마를 다독이면서도

나를 그 곳에 보내서 이런 사단이 났다는

엄마의 자책에 눈물이 맺혔다


10대에 바로잡았어야 할 고질적인 체질 문제를

20대에 관리나 치료는 커녕

악화일로에 접어들게 한 탓도 분명 있겠지...

그래도 건강은 스스로의 책임인데

누굴 탓하겠나



누가봐도 지금의 난

허우대는 멀쩡한데

저혈압에 빈혈에 냉증까지 심해져

그야말로 꼴이 말이 아니다


단순히 몸을 따뜻하게 하고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먹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고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체질이 다른 사람들을 이해시키기란

역부족인 상황


제대로 환자가 된 만큼

이번만큼은 상태가 호전될 때까지

치료에 집중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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