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가면

퇴사 그 후

by 해요




또 다른 대기업에 잠깐 발 담궜던 이야기


굉장히 보수적이고 경직된 기업 분위기였기에

사관생도, 장교 출신이라는 내 이력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다

임원진의 절대적인 지지로

채용이 결정되었던 만큼

파격적인 연봉 조건에

상무님 직속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분은 직원들 사이에서

악인으로 정평이 나있는 인물


기업의 각종 어두운 사건사고에

연루되어있을 뿐 아니라

본인의 성공가도에 장애물이라 생각되는 이들을 거침없이 베어버리는 무사 본능을 가진,

한마디로 직원들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분이라고 들었다


야심이 크신 만큼 말도 안되는 일들을 기획하고 판을 키워나가셨다

시간이 흐를수록

도저히 이건 내가 낄 자리가 아니다,

내 역량이 부족해 회사에 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사직 의사를 내비쳤다


그랬더니 시도 때도 없이 호출해서 애걸복걸 하시는게 아닌가


"제발 마음 바꿀 수 없겠나? 원하는 거 말하면 다 들어줄테니 있어주게..."


아마도 내 전임자가 사직하겠다고 통보한 후 종적을 감춰버려 상무님 입장이 난처하던 차,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날 뽑았던 건데

또 이렇게 나가버리면 본인 체면이

말도 못하게 구겨지는 상황이었던 거다

돈 때문에 거기 붙어있었다면 아마 나는 바싹바싹 말라 고사하고 말았을 듯-


나도 적지않게 내적갈등을 거듭하다

가랑이 붙들고 늘어지는 상무님 손길

야멸차게 뿌리치고 결국 퇴사를 했다

(아무리 회사 입장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해도

나 또한 무책임한 행동을 한 꼴이니

참 죄송할 따름...)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

그 회사에 재직 중인 아는 동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 후임자 때문에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고-


급한대로 뽑긴 뽑았는데

근무지를 수시로 이탈하고

근무 태도도 태만해서

윗선에서 예의주시하다 내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그 여직원이 황당하게도 팀장에게 성희롱 죄를 뒤집어 씌웠다는 거다

(순순히 나가긴 싫었던 모양)


일단은 수사가 진행됐는데 알고보니 이 여우가 학력위조에 경력위조까지 했다는...

후덜덜


sticker sticker


거대 공룡 기업의 인력 채용에 그런 구멍이 있었다니...

세상에는 참 무섭고 희한한 인간이 많다는 걸

또 한번 실감했던 사건이었다


그렇게 일 안하고도 양심없이 고액 연봉 챙겨가는 여자도 있었는데

내가 너무 막중한 책임감에 짓눌려

자신감 결핍으로 경솔하게 사직을 한 건 아닌가 살짝 배가 아프기도 했다


난 역시 큰 돈 만질 재목이 못되는 듯


아하하^-^; (웃고 있는데 눈물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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