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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 Apr 25. 2016

나와라 만능 손




아직도 잊지 못한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나와 내 동생을 위해

아빠가 직접 만들어주신 이층 침대를-


지금처럼 DIY 개념이 없었던 때,

아빠가 앞마당에서 거대하고도 투박한

목재와 씨름하며

손수 재단하고 디자인하고 마감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인상깊게 남아있다

솔솔 풍겨오던 향긋한 나무 냄새까지도-


굵은 땀방울 흘리며

침대 제작에 열중하시는 모습을 보며

'아빠는 프로니까~ 가장이니까~'

이런 식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였었다


여느 집 아빠들도 다 그렇게

집안 가구 몇 개쯤은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줄 알았다  

지나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땅 파서 장사하는 마인드

수 십년간 몸이 부서져라 한 길을 걸어오신

아빠의 인생을

딸 입장에선 가슴아프게 생각하지만

아빠 이름 앞엔 감히 장인(匠人) 이라는

말을 붙여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가까이 살면

어깨 너머라도 전문가 솜씨를 보고 배울텐데

기회가 없어서 참 아쉽다


요즘따라

나한테도 기부할 수 있는 재능이 하나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아직 따뜻하다는 걸

몸소 실천하고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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