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잊지 못한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나와 내 동생을 위해
아빠가 직접 만들어주신 이층 침대를-
지금처럼 DIY 개념이 없었던 때,
아빠가 앞마당에서 거대하고도 투박한
목재와 씨름하며
손수 재단하고 디자인하고 마감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인상깊게 남아있다
솔솔 풍겨오던 향긋한 나무 냄새까지도-
굵은 땀방울 흘리며
침대 제작에 열중하시는 모습을 보며
'아빠는 프로니까~ 가장이니까~'
이런 식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였었다
여느 집 아빠들도 다 그렇게
집안 가구 몇 개쯤은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줄 알았다
지나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땅 파서 장사하는 마인드
수 십년간 몸이 부서져라 한 길을 걸어오신
아빠의 인생을
딸 입장에선 가슴아프게 생각하지만
아빠 이름 앞엔 감히 장인(匠人) 이라는
말을 붙여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가까이 살면
어깨 너머라도 전문가 솜씨를 보고 배울텐데
기회가 없어서 참 아쉽다
요즘따라
나한테도 기부할 수 있는 재능이 하나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아직 따뜻하다는 걸
몸소 실천하고 느껴보고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