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런 날, 한없이 내가 가여워지는 날
산전 요가 수업에서 깊은 호흡을 하다가 눈앞이 새카매졌다. 가만히 앉아서 호흡만 했을 뿐인데 머리가 띵하더니 앉은 채로 잠시 휘청했다. 지켜보시던 선생님께서는 수업 중 언제든 물을 마셔도 좋고, 화장실에 가도 좋고, 필요하면 누워도 좋으니 몸을 잘 살피라고 당부하셨다.
머리를 좌우로 왔다 갔다 흔들면서 위기에서 벗어나려 애를 쓸수록 나아지기는커녕 신물이 올라오려는 걸 참아보려다가 결국 일어나 정수기에서 차가운 물을 받아 벌컥벌컥 마셨다. 종이컵에 물 한 모금을 챙겨서 돌아오는 찰나 선생님께서는 정수기와 가까이 앉은 다른 산모에게 나와 자리를 바꿔줄 수 있겠냐고 물으셨고 감사하게도 자리를 옮겨 주셨다.
중간에 다시 물 한 모금 마시고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내 상태에 그저 가만히 있는 것조차 힘에 겨워 수련 내내 슬픈 마음이 올라왔다.
이틀 전 진료 때도 초음파 검사를 위해 누웠다가 일어나면서 비슷한 증상이 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한참 스트레스가 심했을 때, 두어 번 지하철에서 쓰러진 적이 있는데 그때 느낌과 비슷했다. 귀가 갑자기 안 들리고 앞이 깜깜한 상자 안에 갇혀버린 듯한 느낌. 몇 초 뒤 정신을 차리고 나면 식은땀으로 등이 다 젖어있었던 그때의 아찔한 경험이 오랜만에 생각났다.
지하철에서 쓰러졌을 때는 며칠 밤을 새면서 일만 하던 시절이었으니 당연히 스트레스가 많았을 수밖에. 머리보다는 몸이 말하는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잠도 충분히 자고 있고 먹는 것도 잘 챙기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몸이 달라진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고 나니 내가, 그리고 버텨내고 있는 내 몸이 가엾고 안쓰럽다.
가엾고 안쓰러운 내 몸, 앞으로 더 힘들어질 텐데 잘 버텨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