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5주 3일]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야

몸보다 마음이 더 힘이 들 때

by 김승우

점심 이후가 되면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주체할 수 없는 졸음을 처음에는 이겨내려 애를 쓰다가, 이제는 그냥 진다. 침대로 간다. 바로 잠이 오면 자고, 아니면 핸드폰을 하거나 뒹굴뒹굴한다. 그래도 아직은 지는 게 적응이 안 된다. 임신 전에는 내 몸이 말하는 신호를 무시하며 살았고, 무시한 대가를 혹독히 치르기도 했지만 여전히 내 속 어딘가에서 힘들어도 더 해야지, 이 정도는 참을 줄 알아야지라고 외친다. 정말 힘든 건지, 일을 하기 싫어서 그런 건지 몇 번을 되묻는다. 쉬려고 해도 쉬는 것 같지 않은 나의 상태.

빨리 잠에 들지 못할 땐 그냥 나의 외침 소리를 따를걸, 하고 후회를 하기도 한다. 누워있다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걱정거리들이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틈을 타 커다란 걱정덩어리가 되어 나를 공격한다.

남들은 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할 시간인데, 내 거 한다는 핑계로 이렇게 누워서 시간을 허비해도 되나, 일을 혹시나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가를 둘이나 키워야 하는데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나날이 예민 한 스푼을 더하고 있는 나를 돌보느라 승일이한테는 또 미안하고. 하나의 역할조차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서 역할만 늘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불안감.

마음속에만 담아두다가 어렵게 속 얘기를 꺼냈을 때 돌아오는 말들이 너무나 뻔하기에 혼자 껴안고 있다가 보면 또 하루가 지나간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만 더 나아지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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