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계에 올라가는 건 무서워
임신 전보다 몸무게가 5kg 정도 늘었다. 오히려 평소보다 덜 먹었던 것 같은데도 체중계의 낯선 숫자에 당황했다. 선생님께서는 지금 단계에서 적당한 체중 증가라 말씀하셨지만, 처음 보는 숫자라 충격이 컸다. 쌍태임신의 경우 체중 증가 권고 범위가 16.8~24.5kg이라 하니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은 자꾸 불안해진다. 앞으로 이 숫자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솔직히 무섭다.
내 마음을 읽은 듯 유튜브에 <퍼펙트 베이비>라는 영상이 추천으로 떴다. 임신 중 다이어트가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룬 다큐멘터리였는데 태아가 배고픔을 기억한다는 영상 속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충격이었다.
임신 중 영양이 부족하면 태아는 ‘세상은 결핍된 곳’이라고 기억하며 태어나, 에너지를 최대한 저장하려는 신진대사를 갖게 된다고 한다. 결국 성장 후 비만이나 당뇨병 같은 대사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엄마가 굶으면 아이는 평생의 생존 전략을 ‘배고픔 대비’로 설계해버리는 셈.
지금의 내 몸은 단순히 나만의 몸이 아니라, 아가들에게는 첫 기억이 자라고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지했다. 내가 한 끼를 굶으면, 그것은 단순히 내 식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태아에게 '세상은 부족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많이 먹는 것도 정답은 아닐 터. 다이어트는 금물이지만, 영양가 있는 음식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다큐멘터리의 메세지에 체중계의 숫자를 두려워하기보다는 그 숫자를 어떤 영양으로 채워야할지 생각하게 되었다.
임신 중기에 접어들면서 몸이 조금씩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여전히 속이 느끼하고 어지럽지만 입덧은 확실히 줄었다. 그래서인지 식욕이 슬슬 돌아오고, 예전보다 먹는 양이 늘었다. 임신 관련 책에서 17주차 주의사항을 읽다가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입덧이 줄면서 식사량이 늘어 임신성 고혈압, 당뇨병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하라."
먹어야 하지만, 무조건 많이 먹는 것도 위험하다는 경고.
체중계의 숫자는 여전히 두렵다. 하지만 이제는 그 숫자가 단순한 ‘증가’가 아니라, 내 안에서 자라고 있는 생명의 무게임을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변화 앞에서 불안할 때도 있지만, 그 불안조차도 모성의 시작이라 믿는다.
“엄마의 한 끼는 태아에게 단순한 영양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갈 첫 번째 언어입니다.”
이 문장을 떠올리면 마음이 조금 차분해진다. 배고픔의 기억 대신, 따뜻한 포만감을 기억하는 아가들로 태어나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천천히, 그리고 단단히 먹는다.